[월:] 2014년 07월

  • design of instruction

    위의 사진은 지하철 승강장 방독면 보관함에 부착된 사용 안내문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1. 이 제품의 명칭은 “화재용 방독면”이다 – 왠지 “화재용(用)”이란 표현은 어색하다. “비상용 방독면”, “일회용 방독면”, 혹은 그냥 “방독면”이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아마도 다음 예외 상황을 염두에 두고 “화재용”이라는 제한적인 표현을 썼는지도.
    2. 전쟁가스시에는 사용하면 안 된다 – 우선 왜 전쟁가스시에는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영어로 “Do not use in CBR.”이라고 쓰여 있는데 CBR이 뭘까? 문맥상 화생방 chemical biological radiological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요즘은 CBRN이라고 표현하는 듯. 그러나 어느 쪽이든 이런 전문적 군사용어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제한적이리라. 실제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이 안내문은 쉽사리 무시되리라는 점에서 일말의 위안을 느낀다.
    3. 사용하고 싶으면 캐비넷 전면 유리를 깨뜨려야 한다 – 방독면을 철제 캐비넷에 넣어 든든하게 보관해둔 것은 평상시에 장난으로 빼가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함임을 이해할 수 있다. 비행기 좌석 아래에 비치된 비상용 구명조끼를 훔쳐가는 사람도 그렇게 많다는데 말이다. 재난상황 발생시 방독면을 사용하기 위해 유리창을 깨뜨릴 경우 날카로운 유리조각에 의한 2차 부상을 입을 수도 있으니 더 나은 대안은 과연 무엇일까?
    4. 유리를 깨뜨리면 위의 안내문은 보이지 않게 된다 – 방독면 착용 방법을 네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데 2단계에서 고정된 마개 두 개를 제거해야 한다는 안내문은 깨진 유리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질 듯. 실컷 방독면을 착용했는데 마개를 제거하지 않아 숨을 쉬지 못하는 경우는 없겠지 설마.
    TED 컨퍼런스로 유명한 Richard Saul Wurman은 1991년에 발간한 “Follow the Yellow Brick Road: Learning to Give, Take, and Use Instructions” 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 지시사항이나 안내문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 책은 크게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문제 제기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하철 구내 방독면 보관함의 안내문은 과연 어떻게 개선될 수 있을까?]]>

  • Bröchen at Ach so! Lecker

    독일에 거주하는 교포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독일인의 식사는 무척이나 간소하다고. 아침도 빵 한 쪽에 버터를 발라서 커피랑 먹고 저녁도 빵 한 쪽에 뭐 이런 식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설겆이도 필요없으니 국가적 차원에서 전기, 물, 시간을 아껴주는 에너지 절약형 생활양식이라고 볼 수 있겠다. 독일의 저력은 이런 일상적인 생활 양식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궁금하던 차에 한남오거리에서 독일식 빵으로 유명한 Ach so! Lecker(*)라는 곳에 가서 대표 메뉴 bröchen(브레헨)을 먹어보았다. 겉은 바삭하고 안은 부드럽다. 얇게 발린 버터와 치즈와 햄/살라미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가게 주인장 말로는 한국인의 주식이 밥인 것처럼 독일인의 주식이 빵이라서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속은 이런 모습. brochen2 햄과 치즈가 들어간 빵이 3,800원이니 아주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묘한 매력이 있어서 자꾸 먹고 싶어지는 그런 음식이다. *가게 이름은 ‘아으 굉장히 맛있다’라는 뜻이고 bröchen은 bread(빵)을 의미.]]>

  • nendo

    구입한지 몇 개월 지났는데 이제서야 읽기 시작한 책 “ウラからのぞけばオモテが見える“(안쪽에서 들여다보면 겉이 보인다). 1977년생으로 굉장히 얌전하게 생긴 저자 사토 오오키(佐藤オオキ)는 넨도(nendo)라는 디자인사무실의 대표다. (참고로 “넨도”는 찰흙이라는 뜻)

    “디자이너의 일이라고 하는 건 ‘기발한 모양을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고 뭔가를 ‘멋져보이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디자인이란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길’을 발견하는 작업입니다.” — 사토 오오키, 가와카미 노리코 지음, ウラからのぞけばオモテが見える, 日経デザイン, p2
    한편, 원서를 책꽂이에서 몇 달 묵혀두는 사이에 우리말로 번역되어 곧 출시될 예정이다. 제목을 과연 어떻게 번역했을까 궁금했는데 번역본 제목은 “넨도 nendo 디자인 이야기 : 10가지 디자인 발상법과 4가지 회사경영법” (정영희 옮김, 미디어샘, 2014년 8월 8일 출간 예정) 다른 기사에서도 읽은 내용이지만 저자 사토 오오키는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디자인 활동을 하지만 정작 자신은 쇼핑도 좋아하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도 즐기지 않는다고 한다. 세계 각국의 고객을 상대하는 관계로 해외 출장이 잦은 편이지만 현지에서의 회합 장소를 결정할 때도 이동시간을 최소화하도록 유념한다고.
    “어쨌든 디자인 이외의 일은 아무 것도 안 합니다.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뭔가 특별히 뭔가를 한다거나 하는 일도 없습니다. 그런 점을 의식해서 항상 머리를 비워놓고 있습니다. 그저 매일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발견하는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하죠.” — 같은 책, pp47-48
    말하자면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기 위해 다양한 상황에 자신을 노출시키기 보다는 조용히, 자기 자신의 의식 속으로 파고드는 내향적인 성격의 디자이너인 듯. 겉으로 보기에도 굉장히 차분해 보이는데 업무 만큼은 무척 진지하게 임한다는 인상을 준다.]]>

  • seasonality in blog

    “There is a time for everything, and a season for every activity under heaven.” — Ecclesiates 3:1 (NIV) ]]>

  • pen

    요즘 들고 다니는 펜. 왼쪽부터 – Mitsubishi Uni Style-fit (5 카트리지식) – Faber Castell BASIC satin chrome (F촉) – Rotring Art Pen (1.1 calligraphy촉) *펜 세척하느라 Lamy AL-Star는 잠시 누락 파버카스텔 만년필은 기존에 애용하던 Lamy AL-Star와는 달리 상당히 묵직한데 특히 서명할 때 느낌이 좋다.]]>

  • reserved for the elderly

    도서관 정기간행물실에 놓인 좌석 안내문. 신문 보관대에서 가장 가까운 탁자를 “어르신 좌석”으로 지정해 놓았다. 영어로 옮긴 문장 “Reserved for the elderly”의 표현도 적절하고 각 요소의 배치(레이아웃)도 깔끔하다. 다만 지팡이를 짚고 있는 모습의 픽토그램은 약간 과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드는데, 과연 “어르신”을 시각적으로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 label for space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를 시각적으로 전달한 예로서, 휠체어, 유모차, 큰 가방을 둘 수 있음을 알리고 있다. 바로 그 옆에는 살짝 돌출된 쿠션이 띠모양으로 붙어있는데(아래 사진) 부착된 안내 그림을 보면 여기 걸터앉아도 된다는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label_for_space1 얼핏 보아서는 원 안에 길게 그어진 직선이 혹시 ‘걸터앉지 말라’라는 금지의 뜻은 아닌지 살짝 혼란스럽다.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결국 ‘걸터앉지 말라’가 아니라 ‘걸터앉아도 된다’라는 이야기다. 공간이나 사물 자체가 그것이 무엇을 하는 용도인지를 충분히 전달하는 경우가 있다. 즉, medium is the message(미디어가 메시지)인 건데, 예컨대 빈 공간에 의자가 놓여있으면 그 자체로 “앉으세요”라는 의미를 암묵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위 지하철의 경우는 공간과 설치물의 용도와 의미를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 그림을 추가한 것이리라. 일종의 redundancy(중복)인 셈. 흥미로운 커뮤니케이션의 예라 생각되어 사진을 찍어두었다. 한편, 생김새로 보아 앉도록 배려한 듯 보이는 구조물이지만 실제로는 앉으면 안 되는,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삼성동 코엑스 건물 1층, 창을 따라 길게 이어진 금속구조물의 경우. 많은 사람이 집결하고 꽤 긴 거리를 걸어야 하는 컨벤션 시설의 특징상 방문객을 위해 멋진 벤치를 마련한 듯 보이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아래 사진) label_for_space3 오히려 곳곳에 벤치를 설치하면 좋을 텐데 말이지. 박물관 내에 곳곳에 놓여진 일인용 의자도 이와 유사하다. 아쉽게도 그 일인용 의자는 관람객을 위한 의자가 아니다. 관람객이 행여나 작품에 손을 대거나 무단으로 사진을 찍을까봐 감시하기 위해 배치된 안내 직원을 위한 의자다. 그래서 잠시 비어있는 그런 의자에 일반 관람객이 앉았다가는 이내 쫓겨나기 십상이다. 다리가 피곤한데 박물관 전시실 내에 앉을만한 의자가 없는 것과 마침 의자가 있길래 앉았다가 쫓겨나는 경험 중 어느 쪽이 더 씁쓸할까? *’걸터앉다”란 단어는 “(사람이 사물에)엉덩이 부분만을 대고 걸치어 앉다“라는 의미인데 이에 해당하는 영어단어가 뭔지 모르겠음.]]>

  • audiobooks: Jonasson and King

    100yroldmanJonas Jonasson, The 100-Year-Old Man Who Climbed Out the Window and Disappeared, narrated by Steven Crossley. 영화 포레스트 검프처럼 역사적 사건들과 가공의 등장인물을 교묘하게 엮어낸 코미디 소설. 근대 세계사의 몇몇 단면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김일성, 김정일도 등장함. 200 권이 넘는 오디오북을 낭독한 경력의 Steven Crossley의 실감나는 낭독도 일품이다. 출퇴근 버스 안에서 듣기에 딱 좋음. 이 책과 Kenneth Grahame의 명작동화 The Wind in the Willows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의 공통 주제: 공범 사이에 깊어가는 우정
    stephen_king_on_writing Stephen King, On Writing: A Memoir of the Craft, read by author himself. 호러/스릴러 소설로 유명한 작가 스티븐 킹(*)의 자서전 형식의 글쓰기에 대한 수필. “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김진준 옮김, 김영사)이란 제목으로 번역된 책을 약 10년 전에 무척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시 읽고 싶어졌다. 마침 저자가 직접 낭독한다고 해서 이번에는 오디오북으로 듣기로 했다. *저자 이름 Stephen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궁금해서 저자가 직접 등장하는 유튜브를 뒤져봤는데 ‘스테픈’이 아니라 ‘스티븐’으로 발음한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원래 그런 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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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lhouette

    사물의 외곽선 또는 윤곽을 뜻하는 단어 실루엣(silhouette). 어째서 이 단어가 프랑스어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일까 궁금했는데 silhouette이란 단어의 어원을 찾아보니 의외로 흥미롭다. 프랑스의 재무장관 Étienne de Silhouette (July 8, 1709 – January 20, 1767)이란 인물이 있었는데 영국과의 7년 전쟁(1754–1763)으로 인한 프랑스의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매우 엄격한 긴축재정 정책을 실시하게 된다.

    이때 이후로 비용을 아끼기 위해 경제적으로 저렴하게 하는 일에 대해서 사람들은 풍자적으로 à la Silhouette 이란 표현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마침 이 시기에 값비싼 초상화나 흉상 대신 검은 종이에 인물이나 사물의 외곽선을 따서 표현하는 방식이 유행했는데 점차 이 저렴한 표현 방식을 실루엣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참고: “실루엣이라는 말의 뜻이? 다음 지식) 결국 실루엣의 어원적 의미는 “저렴한 대체품”이었던 것. 이런 어원에 비추어 보면 오스트리아의 고급 선글라스 브랜드 Silhouette의 네이밍은 약간 어색한 듯.

  • 퇴근길

    @강남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