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갈등의 수용
저는 에니어그램 9번 “평화주의자” 유형으로서, 갈등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타자의 추방”을 읽으면서 갈등의 존재는 유익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읽고 온 힘을 다해 갈등을 회피하려고만 하기 보다 갈등의 존재 자체를 수용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u_quote]”알랭 에랭베르(Alain Ehrenberg)에 따르면 우울증이 증가하는 것은 사람들이 갈등 관계를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과와 최적화를 중시하는 오늘날의 문화는 갈등을 처리하는 작업을 허용하지 않는다. […] 갈등은 파괴적이지 않다. 갈등에는 건설적인 측면이 있다. 갈등을 통해서야 비로소 안정된 관계와 정체성이 성립된다. 사람은 갈등을 처리하는 작업을 하는 가운데 성장하고 성숙한다.”
— 한병철 지음, 이재영 옮김, “타자의 추방“(문학과지성사 2017, pp41-42)[/su_quote]
2. 끝냄이 시작이다
어떤 계기로 읽게 되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윌리엄 브리지스의 “나에게 변화가 찾아올 때”와 “변환 관리”를 흥미롭게 읽고 있습니다. 저자는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조건인 “변화(change)”와, 이를 경험하는 사람의 마음 속에 일어나는 심리적 상태인 “변환(transition)”을 구분합니다. 예컨대, 은퇴, 이사, 졸업 등의 외부적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이를 경험하는 사람의 마음은 그런 변화를 온전히 수용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으므로 외부적 변화 뿐 아니라 내적 변환도 관리해야 한다고 이 책은 강조합니다.
저자는 변환 관리에 있어 중요한 첫 단계가 “끝냄”이라고 강조합니다. 무슨 일이든 미련이 남아 과감하고 명확하게 마무리짓고, 버리고, 단절하지 못하는 저에게 요긴한 통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u_quote]”변환의 출발점은 결과가 아니라 과거의 상황을 벗어나는 것, 즉 끝냄이다. 상황적인 변화는 새로운 것에 그 중요성이 부가된다. 하지만 심리적인 변환은 변화가 일어나기 전, 과거에 형성된 정체성을 버리는 것을 더 우선시한다. […] 변환은 끝냄으로 시작된다. 모순적인 것 같지만, 사실이 그렇다. […] 변환을 경험하는 사람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끝냄과 상실에 대한 무지와 준비없음에서 비롯된다.”
— 윌리엄 브리지스 지음, 이태복 옮김, “변환 관리“(물푸레 2004) [/su_quote]
3. 변화를 거부하는 고집스러움
개인적 고난이나 사회적 재난은 자신과 공동체의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어울리는 심리적 변환이 뒤따르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저도 자신의 생활 속에 뭔가 잘못되어 있음을 직감하고 스스로 달라져야 함을 인식하면서도 좀처럼 습관을 바꾸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것이 한 예입니다.) 요한계시록 9장을 읽으면서 “삶의 길을 바꾸지 않았습니다.”라는 구절이 저 자신의 모습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su_quote]”이런 무기에 죽임을 당하지 않고 살아남은 자들은 계속 전처럼 멋대로 살아갔습니다. 삶의 길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귀신들에게 예배하던 것을 멈추지 않았고, 보거나 듣거나 움직이지 못하는 금, 은, 놋쇠 덩어리, 돌, 나무 조각들을 삶의 중심으로 삼던 것을 그만두지 않았습니다.
마음의 변화를 보여주는 어떤 기미도 없었습니다. 여전히 살인, 점치는 일, 음행, 도둑질에 빠져 지냈습니다.”
— 요한계시록 9:20-21, 유진 피터슨, “메시지“(복있는 사람 2009)[/su_qu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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