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수, 강희용 지음, “강남의 탄생: 대한민국의 심장 도시는 어떻게 태어났는가?”(미지북스 2016)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강남이라는 공간의 역사를 다루는 내용인데 놀랄만큼 흥미진진합니다. 미야자키 마사카쓰 지음, 오근영 옮김, “공간의 세계사“(다산초당 2016)를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공간을 주제로 한 스토리텔링이 의외로 재미있습니다. 사람에게만 사연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도 우여곡절의 사연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
[글쓴이:] soonu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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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다카시, 죽음은 두렵지 않다
해외 출장이 끝나고 나면 시차 적응을 하는 수 일 간은 어쩔 수 없이 새벽 일찍 일어나게 됩니다. 불과 3-4일이면 평소 기상시간으로 돌아오긴 하지만 새벽에 일어나게 되는 이런 기회를 이용해 책을 읽는 느낌이 저는 좋습니다. 오늘은 다치바나 다카시의 “죽음은 두렵지 않다”(전화윤 옮김, 청어람미디어, 2016)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자에 대해서는 “지의 거장”이라는 별명이 따라붙곤 하는데, 다치바나 다카시는 지식에 대한 탐구심과 독서 경험이 남달리 풍부한 인물입니다. 저자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척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워낙 방대한 독서량을 자랑하는 인물인만큼, 다양한 문헌을 폭넓게 인용하는 것이 다치바나 다카시의 특징입니다. 그의 책을 읽다보면 본문에서 언급된 다른 여러 저서들도 읽고 싶은 생각이 새록새록 생겨납니다. 마치 요리책을 보면서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어보고 싶어지는 것과 비슷하네요. 번역도 깔끔하게 잘 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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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James, Children of Men
Leading without Power를 읽는 중입니다. 비영리단체의 리더십을 주제로 다룬 이 책은 1999년에 “권력없는 리더십은 가능한가“(윤방섭 옮김, IVP)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는데 현재 절판된 것으로 나옵니다. 저자는 책 38페이지에서 전환(transition)에 관한 추천 도서 세 권을 언급하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 피터 드러커,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Post-Capitalist Society)
- 찰스 핸디, 비이성의 시대(Age of Unreason)
- P.D. James, Children of 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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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출장 노트 (2017년 4월)
미국 출장 중에 느끼거나 알게 된 것 몇 가지를 기록해 둡니다.
- 2-3일 정도의 출장이라면 하루 11,000원 정도인 통신사 데이타로밍 상품을 쓰면 되지만 1주 이상의 출장은 현지 유심카드 상품을 쓰는 것이 훨씬 경제적일뿐 아니라 현지 전화번호도 생겨서 편합니다. 다만 유심이 바뀌면 원래 전화번호로 오는 문자메시지를 확인할 수 없고 귀국 후에 몰아서 확인하려 해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문자 메시지는 삭제되어 확인할 길이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 한번은 공항 주변 호텔에 묵었는데 호텔 셔틀 이용시 1-2달러 정도의 팁을 주는 것이 관례라고 합니다. 주든 안 주든 상관 없지 않나 싶었는데 셔틀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 모두가 짐가방을 내려주는 운전사에게 팁을 직접 건네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대체로, 관대함이 매너의 기본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관대함을 나타내려해도 약간의 준비가 필요하더군요. 미국 출장 중에는 항상 1달러짜리를 여유있게 준비해 두면 머쓱한 상황을 피할 수 있겠습니다.
- 댈러스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탔는데 기계 결함과 기상 조건 때문에 출발이 지연되고 게이트가 연달아 바뀌는 경우를 만났습니다. 상당한 불편에도 불구하고 같은 항공편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표정이 무덤덤한 것으로 보아 미국에서는 그런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나나보다 싶었습니다. 한편, 현지 국내선 예약시 해당 항공사–저는 American Airlines–의 통지 서비스를 이용했더니 항공편 변경 사항에 대한 이메일을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어서 그나마 편리했습니다.
- 덩치 큰 국제선 항공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미국 국내선 비행기의 기내 소음은 꽤 크게 들렸습니다. Bose나 Sony에서 나온 소음제거형(active noise-canceling) 헤드폰은 국내선 비행기에서 특히 더 유용하다고 느꼈습니다.
- 이번 출장에서는 일반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고 대신 집에서 가져온 디카페인 가루 커피를 타서 마셨습니다. 덕분에 자야할 때 잘 잘 수 있어서 시차 적응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편, 미국 음식은 대체로 양도 많고 열량도 높아서 저같은 체구의 사람은 1/3만 먹어도 충분할 것 같았습니다. 제가 다닌 곳에서 본 미국인들 중에는 안타까울 정도로 과체중인 사람들이 많더군요.
- 비행기 연결편 일정상 하루밤을 샌프란시스코에서 묵어야 했습니다. 모처럼 시간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에 가까운 지인이 없어 혼자 저녁을 먹게 된 상황이 약간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열심히 찾아보면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아는 사람이 누군가는 있을 법도 한데 sns 활동도 중단한 상태라서 누가 어디에 있는지 상황 파악이 안되더군요. sns 활동을 재개해야 하나 살짝 고민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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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st Mexican food during the trip
I try not to blog too much about food but the best Mexican food I had during the trip to McAllen was at Taco Palenque. I loved the salsa bar where I could take as much lime and pico de gallo as I wanted. Caldo de Res (Mexican beef soup) and Menudo (spicy Mexican soup made from tripe) were so hearty and delicious. Other impressive Mexican food I had during the trip include tripa tacos at La Herradura, tamales at Delia’s, grilled chicken at Pollo Palenque, chorizo burrito from Chipotle, and chicharrón (fried pig sk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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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nta Mazatlan (McAllen, Texas)
I was visiting McAllen, TX during the week of April 2-8, 2017. The photos above were taken from my quick visit to Quinta Mazatlan on a Saturday morning. Quinta Mazatlan is a historical Adobe mansion and nature and birding center located in McAllen, Texas. According to the history section of their homepage, the word “Quinta” in Spanish translates to a country house, villa or estate, and the word “Mazatlan” has an ancient Indian translation in Mexico meaning “Land of the De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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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타츠루, "쓸모있는 학문"
役に立つ学問(쓸모있는 학문)”의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만을 옮겨 봅니다. [su_quote] 쓸모있는 학문이란 무엇인가? “쓸모있는 학문”이란 무얼 말하는 것일까? 애당초 학문을 쓸모있다거나 쓸모없다는 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일까? 솔직히 말해, 나는 이런 질문을 진지하게 상대할 마음이 없다. 그 이유는 이런 형식의 질문을 하는 사람은 일반화할 수 있는 해답을 찾는 척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학문은 나의 자기이익 증대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좀 쌀쌀맞은 답을 해도 된다면 나는 “그런 거 내 알 바 아닐세”라고 답하고 싶다. 무엇을 배울지는 스스로 판단할 일이고, 그 판단이 맞고 틀리는 여부는 각자 책임질 수 밖에 없다. “쓸모있다”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일반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략] 나는 “쓸모있는 학문”이란 것에는 흥미가 없다. 그것을 식별하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흥미가 없다. 그것은 “너가 하고 있는 일은 아무런 쓸모가 없어”라는 말을 젊어서부터 내가 계속 들어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 자신도 “아마 그럴지도 몰라”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굳이 반론을 제기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꼭 연구하고 싶은 내용이 있었기에 대학교 한쪽 구석에서 숨죽이고 있으면서 “하고 싶은 일”을 했다. 내가 30년 동안 “아무 쓸모없는 일”을 연구하도록 내버려둔 두 대학교 (도쿄도립대학과 고베여학원대학)의 아량에 나는 지금도 깊이 감사한다. 내가 선택한 학문영역은 40년동안 꾸준히 나에게 지적고양(知的高揚)을 가져다 주었다. 나는 그 이상의 것을 학문으로부터 기대하지도 않았고 지금도 기대하지 않는다. — 우치다 타츠루, “쓸모있는 학문“, 2017년 3월 30일 블로그 포스팅 중 [/su_quote] 중간에 생략된 부분은 꽤 통찰이 깊은 내용인데 너무 길어서 옮기기가 어렵습니다. 요약하자면 학문이든 기술이든 “쓸모”라는 것은 지역성, 시간성, 그리고 역사적 상황의 영향을 받는 것이므로 상황이 바뀌면 하루 아침에 쓸모가 없어지기도 하고 갑자기 유용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쓸모”를 기준으로 무엇을 공부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대체로 무의미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쓸모”를 따지지 말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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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ority report
가트너의 2016년 모바일 OS 시장 점유율 보고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OS가 점유율 86%에 달하고 아이폰의 iOS는 약 13% 정도이니 대략 맞아들어가는 것이군요. 아이폰이 안드로이드폰에게 이렇게 밀리고 있는 줄 몰랐습니다. 그 다음에 눈에 띈 것은 결혼 반지를 낀 사람도 단 두 명에 불과했다는 점입니다. 모두 결혼한 사람들이 분명한데 대다수가 반지를 끼지 않은 것을 보니 한국 문화에서 남자가 결혼 반지를 착용하는지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가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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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수컵, 정리가 필요한 인생
루스 수컵 지음, 이진 옮김, “정리가 필요한 인생”(수오서재, 2017)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원제는 Living Well, Spending Less: 12 Secrets of the Good Life”인데 우리말 제목을 기막히게 잘 지었다고 생각됩니다. 딱 읽고 싶어지는 그런 제목이네요. 표지 사진도 적절하고 태그라인도 책이 팔리게 만들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렇게 정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필요했을까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번역도 번역문의 티가 나지 않고 깔끔합니다. 이쯤되면 살짝 약이 오르기도 하지만 좋은 책이 잘 만들어졌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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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가키 에미코, 퇴사하겠습니다
그냥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읽기 시작한 책, 이나가키 에미코(稲垣えみ子) 지음, 김미형 옮김, “퇴사하겠습니다” (엘리, 2017). 알아주는 신문사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커리어 우먼이고, 상당한 수준의 자기 절제 능력도 갖춘 기자 출신의 저자가 본인 스스로의 결정으로 회사를 그만 두는 과정에서 겪은 이야기를 풀어 놓은 책입니다. 마루야마 겐지의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고재운 옮김, 바다출판사 2014)라는 책에서 귀농이란 멀리서는 낭만적으로 보여도 실상은 치열하고 고생스런 삶임을 일깨워 준 것처럼, 이 책에서는 회사로부터의 해방이 자유롭고 편한 것만은 아님을 알려줍니다. 조직으로부터 벗어나면 구체적으로 이런 어려움이 따르는구나 하는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유익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회사에 의존하는 인생이 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책에도 잠깐 나오지만 저자는 미니멀리스트이기도 합니다. 집안에서 전기 제품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 월 전기료가 200엔(2천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인 내용이 있었습니다. 저자가 신문사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는 남에게 원고를 부탁하는 입장이었는데 퇴사를 하고 나니 이제는 글을 쓰고 원고료를 받는 입장이 되었답니다. 그런데 원고료가 쥐꼬리만하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하네요. 이제는 월급 대신 이런 원고료로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원고료에 인색한 신문사가 무척 야속하게 느껴지더라고 합니다. 위의 내용을 읽고 난 다음이라 그런지 마침 오늘 우연히 읽게 된 최영미 시인의 기고문에서, 자신이 작년부터 페이스북을 시작했더니 “원고 청탁과 강의 의뢰가 많아져 요즘은 살 만하다.”라고 쓴 문장의 의미가 와닿았습니다. 이나가키 에미코의 이야기를 읽지 않았다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가 의아하게 생각하고 넘어갔을 것 같습니다. 한편, 번역은 중간중간에 나오는 문화적 키워드 상당 부분에 대해 별다른 주석을 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우리말로 옮겨 놓았습니다. 좀 더 친절한 해설을 덧붙인 번역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은 한편, 친절한 해설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대 수준을 낮춘 상태에서 읽다 보니 궁금한 게 나오면 알아서 찾아보게 되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공간에도 감춰진 구석(hidden corner)이 있는 편이 흥미를 키우듯, 모든 것을 떠먹여 주기보다 적당한 불친절이 독자의 지성을 키운다고 봐야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