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soonuk2

  • 데이비드 브룩스, 인간의 품격

    1961년생인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의 “인간의 품격“(김희정 옮김, 부키, 2015)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원제는 The Road to Character. 우리말 제목을 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잘 정한 것 같습니다. 책 서문에서 저자가 자신을 소개하는 표현이 재미있습니다. [su_quote]나는 얄팍한 성향을 타고났다. 현재 일종의 전문가이자 칼럼니스트로 일하면서, 자기애에 빠진 떠버리가 되어 내 생각들을 마구 쏟아 내는 일로 돈을 번다. 그 생각들에 대해 내가 실제로 느끼는 것보다 더 자신감 있는 척하고, 실제보다 더 영리한 척하고, 실제보다 권위 있는 척하는 것으로 돈을 버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으스대기 좋아하는 얄팍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김희정 옮김, “인간의 품격“(부키, 2015), pp9-10[/su_quote] 이 부분이 영어로는 어떻게 쓰였을지 궁금해서 Amazon Kindle Store에서 샘플을 구해 보았습니다. 전자도서 샘플에 첫 챕터 정도가 실려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su_quote]I was born with a natural disposition toward shallowness. I now work as a pundit and columnist. I’m paid to be a narcissistic blow-hard, to volley my opinions, to appear more confident about them than I really am, to appear better and more authoritative than I really am. I have to work harder than most people to avoid a life of smug superficiality. — David Brooks, The Road to Character, loc 110[/su_quote] 이렇게 비교해 보니 번역하기 어려운 문장을 역자 김희정님께서 깔끔하게 잘 옮기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500 페이지 가까운 어려운 책을 번역하고서도 역자 후기를 책에 남기지 않은 것이 눈에 띕니다. 역자 후기는 과연 어떤 경우에 남기는 것이 좋을지 궁금해집니다. 번역 과정에서 시간이 얼마나 걸렸고, 어떤 참고 자료의 도움을 받았으며, 번역 시 사용한 도구는 무엇이며,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어떤 단어나 표현이 특별히 어려웠는지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면 의미 있는 정보 공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 朝聞道夕死可矣

    논어에서 말한 본문의 문맥과는 다르겠지만, “아침에 사물의 이치를 깨닫는다해도 그날 저녁에 죽을 수도 있다”라고 풀이하여 인간의 덧없음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이해될 수도 있겠다는 것이지요. “아 그런 것이었구나”하고 어떤 중요한 원리를 이해했는데 그것을 실생활에 제대로 응용해 볼 틈도 없이 당일에 죽어버린다면 안타까운 일일 듯 합니다. 뭔가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면 너무 늦기 전에 기록으로라도 잘 남겨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 번역 후기

    The Fourth Transformation, 2016–인데 여러 가지로 공부가 되었습니다.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이 과정에서 느낀 점 몇 가지를 정리해 두려 합니다.

    1. 묘하게도 자신의 오타는 자기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2. “이만하면 됐다”라고 생각하면 된 게 아니다. 다 고쳤다고 생각해도 다시 보면 또 고칠 문장과 오타가 발견된다.
    3. 마감일이 없다면 끝도 없이 고치는 작업을 반복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4. 우리말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MS 워드의 맞춤법 오류 확인 기능도 신뢰하기 어렵다.
    5. 번역은 에니어그램 9번인 나에게 아주 잘 맞는 일인 것 같다(라고 생각하자).
    6. 컴퓨터 화면이 큰 편이 작업하기에 훨씬 유리하다. 그리고 Scrivener 라는 프로그램이 번역 작업에 매우 편리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7. 몇몇 영어 단어는 우리말로 옮기기가 무척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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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구파 블로거"

    스스로를 “학구파 블로거”라고 칭하는 칼슘두유 윤소연 님의 책 “Interior One Book“(디자인하우스, 2015). 사진 위주의 인테리어 화보집 같은 표지 이미지와는 달리 꽤 공들여 쓴 설명서 같은 책입니다. 말하자면 “자신만의 공간에 정착하는 과정의 세세한 기록(chronicles of settling down)”의 느낌입니다. 아직 본격적으로 읽기 전이지만 슬쩍 넘겨보며 받은 전체적인 인상을 표현하자면 “시시콜콜, 오밀조밀, 꼼꼼하고 철저하게 파헤쳐보는, 치열한 글쓰기” 정도가 되겠습니다. 통찰의 깊이까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구체적인 정보의 수집이라는 측면에서는 상당한 내공이 엿보입니다. 과연 저자의 저널리스트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

  • what is a home?

    Home App광고 “Welcome Home“편을 보면서 느낀 점: https://youtu.be/4nbhfrQfRRE

    1. 혼자 사는 사람이네. 광고에서 혼자 사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것을 보면 미국에도 일인 가구가 많은 것일까?
    2. 혼자 살아도 물건은 많구나. 물건이 적으면 복잡하게 컨트롤할 것도 줄어드는 것 아닐까?
    3. 말로 하면 될 것을 매번 손가락으로 조종해야 하다니. (물론 말로 할 수도 있지만 손가락으로 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겠지)
    4. (드립 커피를 자동으로 내리는 장면에서) 전날 밤에 커피 원두를 필터에 올려놓으면 밤 사이에 향이 많이 날라가는 것 아닐까?
    5. 자동으로 이불을 정돈해 주는 기계는 아직 없는 모양이군.
    6. 불을 켜고, 커튼을 올리고, 커피를 준비하는 등의 일상의 사소한 과정들이 저렇게 자동화되면 과연 삶이 더 풍성해질까 싶기도 하지만 생각해 보면 기계의 도움으로 이미 일상의 많은 부분에서 사람이 직접 애쓰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화장실 변기, 온수가 나오는 샤워기, 전기 세탁기, 전자렌지, 식기세척기 등이 그렇다.
    7. 혼자 사는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한편, 음성 인터페이스를 실용화한 Amazon Echo의 광고를 보면서 느낀 생각:
    1. 아이 이름이 Alex, Alexa, Alexis, Alisa, Alexandra인 경우 상당히 혼란스럽겠다. (이름을 바꿀 수도 있나?)
    2. 집안에 Echo가 여러 대 있을 경우 혼란스럽겠다. (이름을 바꾸거나 음성을 바꿀 수도 있나?)
    3. Echo가 전화 자동응답기 역할을 하는 날도 오겠군.
    4. 아마존에서는 휴대용 Echo 기기와 iOS/Android Echo 앱 중 어느 쪽을 내놓으려나?
    5. 사용자들이 어떤 요청을 하는지에 대한 빅 데이타를 수집하는 아마존 입장에서는 언젠가 구글과 맞짱 뜨는 입장이 될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사물 인터넷은 먼 장래의 이야기가 아닌 듯 싶다. ]]>

  • 배식하는 여인

    뭔가 익숙한 느낌인 듯 싶은데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네덜란드의 화가 베르메르의 작품 ‘우유를 따르는 여인’과 구도가 비슷했던 것이었습니다. ]]>

  • Art on the floor

    A pair of trousers, a pair of slippers, two avocados, two bananas, and a chain of paper clips. ]]>

  • at the museum

    Alphonse Mucha, 1860 – 1939) 전시회를 보러 갔습니다. 전시회를 통해 한 가지 배운 점이 있다면, 무하는 널리 알려진 그의 포스터 그림의 스타일 말고도 아주 다양한 화풍을 구사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제가 알고 있있던 그의 포스터 그림 스타일은 그의 다양한 재능 중에서 빙산의 일각 같은 것이었던 거죠. 전시장 안에서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되어 있어서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2층에서 내려다 본 카페의 모습 사진을 대신 올립니다. ]]>

  • envy

    envy when I see Andrew Kim‘s work at Minimally Minimal and ichelle im. A guy with outstanding creative talent and visual sensitivity, Andrew Kim used to work at Microsoft, and now he is at Tesla as Lead Designer. ]]>

  • blemishes and all

    책을 읽다보면 드물게 크고 작은 오류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오타나 이미 썼던 문장이 다시 튀어 나오는 등의 편집 상의 실수도 있고, 저자나 번역자가 착각해서 엉뚱한 이야기를 적어놓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오류를 발견할 때면 저자나 출판사에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꼭 내가 아니더라도 이와 같은 오류를 지적해서 알리는 사람이 오죽 많을까 싶어 생각을 접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출판사 홈페이지에 오류를 알려주는 글을 남기기도 합니다만 그렇게 하고 나서도 기분이 개운하지만은 않습니다. 블로그에 글도 쓰고 가끔 번역 일도 하는 저 자신도 숱한 오류를 남기고 있는데 다른 사람의 지적이 고맙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그것도 관심의 표현이니까요–기왕이면 그보다는 좋은 이야기를 먼저 듣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겠지요. 오늘은 어떤 책을 읽고 있었는데 엉뚱한 이야기가 쓰여져 있었습니다. 저자는 미국의 꽤 유명한 변호사의 아내되는 분이고 출판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원고를 읽어보았을 텐데 어떻게 이런 오류가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인쇄될 수 있었을까 의아하기만 했습니다. 이걸 어쩌나 하며 생각하다가, 책 전체에서 받은 유익에 대해서 감사의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좀처럼 안하면서 굳이 사소한 실수를 지적하는 이메일을 보낸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어 가만히 있기로 했습니다. 모든 출판물에는 오류가 있기 마련입니다. 심지어 저자가 틀린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그런 크고 작은 흠결까지 포함해서 저자와 출판사의 작품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얼굴에 무수한 흠이 있는데 그런 흠 그대로 그 사람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그것이 상대를 받아들이는 데에 큰 방해가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록 잘못 쓰였지만, 완벽하지 않지만, 100점 짜리가 아니지만 그냥 그대로 저자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이 책을 읽고 있는 저 자신도 완벽하지 않은데 한계를 가진 인간이 만들어낸 출판물이 순도 100%이기를 요구하는 것은 이중잣대를 적용하려는 것이겠지요. 밥에서 돌이 씹히거나 반찬에서 머리카락이 나오거나 핸드폰이 기능적으로 오작동을 보이거나 출판물에서 오타가 발견될 때, “오냐, 너 잘 걸렸다”하며 들뜬 반응을 보이는 것보다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편이 에니어그램 9번인 제 성격에 맞는 것 같다고 정리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