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에 겐자부로(大江 健三郎) 지음, 정수윤 옮김 읽는 인간, 위즈덤하우스, 2015
- 저자 오에 겐자부로는 199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라고 하는데 처음 들어본 인물. 독서 모임의 선정 도서여서 읽게 되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읽게 되는 책 중에 깊은 감명을 남기는 것들이 종종 있다. 기존의 독서의 테두리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으려면 독서 모임에 가입하거나 다른 사람이 추천하는 책을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 과연 글쓰기의 깊이가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뿐만 아니라 어려운 일본어 표현을 우리말로 적절하게 옮긴 번역자 정수윤의 공도 무시할 수 없다.
- 뇌 헤르니아라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 반응, 그리고 이를 소설 속에 그려낸 사연 등이 무척 인상적이다. 저자와 이름이 비슷한 정윤수님의 글 “아빠 어디 가? 고속도로 간단다 역주행하러 – 오에 겐자부로“도 참고해 볼만 하다.
- 저자의 강연을 그대로 녹음한, 특이한 오디오북. 저자 특유의 어투가 생생하게 전달되어 듣기가 좋다. 말이 빠르다는 건 극복해야 하는 과제.
- 사회 복지 연구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수치심(shame)과 취약성(vulnerability)의 주제를 다룬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다시 들어볼 생각이다.
- Vulnerability라는 단어는 흔히 ‘취약성’이라고 번역되지만 사실 그 뜻을 우리말로 옮기기 어려운 단어다. 길게 풀어 설명하자면 “방어막을 내려놓고 자신의 약점을 드러낸 상태” 정도가 된다. 이 책에서는 그렇게 자신의 맨살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야기한다.
- 이 책을 바탕으로 영화가 10월에 개봉된다고 해서 알게 된 책. R. C. Bray라는 전문 성우가 낭독하는데 몰입감이 좋다.
- 화성에 고립된 주인공이 살아남기 위해 맥가이버적인 기지를 발휘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등장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 표현보다는 숫자의 계산과 공학적 분석이 더 많이 나와서 왠지 이공계를 위한 소설이라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1980년대의 게임 오타구 문화를 소재로 한 Ernest Cline의 SF 역사 소설 Ready Player One와 마찬가지로 geek 문학에 속하는 건 아닌지–아직 읽는 중이라 확정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다. 어쨌든 흥미진진.
- 오디오북으로 10시간 짜리 내용을 두 시간짜리 영화로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