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시마 히로코(水島広子) 지음, 박선영 옮김, 여자의 인간관계: 무리짓는 여자들의 관계 심리학, 눈코입.
“여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미묘하고도 불편한 관계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섬세하게 관찰하고 실천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책. 설득력이 그다지 강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참고가 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여자들”의 세계가 이토록 복잡하고 까다로운 것이라면 나처럼 단순한 사람은 남자로 태어나서 참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얼마나 자신의 노력을 인정해주는가로 상대방의 사랑을 판단하지만, 여성은 ‘얼마나 자신의 존재에 신경을 써주는가’로 판단한다. 따라서 여성에게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남성의 태도가 사랑의 진정성을 가릴 만큼 중요한 요소다. 기분 나쁜 얼굴을 하고 있으면 ‘무슨 일이 있었나. 괜찮은가’하고 신경 써주는 것이 사랑의 증거라고 여성들은 생각한다. 내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상대가 신경 써줄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여성과 남성이 본질적으로 엇갈린다. 남자나 여자나 서로 답답해할 만하다.”
—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박선영 옮김, 여자의 인간관계: 무리짓는 여자들의 관계 심리학, 눈코입, p38-39
저자 미즈시마 히로코(水島広子, 1968년생)는 케이오대학 의대에서 정신신경과를 전공, 대인관계요법에 대해 일인자로 알려져 있다. 특이하게도 2000-2005년 사이에 일본 중의원으로 두 번 당선되어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한 번 책을 쓴 사람은 계속 책을 써내는 일본 출판계의 특징인지도 모르겠지만 공저를 포함, 50권이 넘는 엄청난 수의 저서를 자랑한다. 우리말로 번역된 책은 이 책과 “나는 절대 외모에 집착하지 않는다“(김영주 옮김, 부광출판사) 두 권 뿐인 듯.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본과 우리나라 사이에 문화적으로 공유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런 걸까 싶은 한편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이 다른 문화권에서도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것인지 궁금했다. 책 전체적으로「뒤틀린 여자」라는 표현이 계속 등장하길래 도대체 어떤 일본어 표현을 옮긴 걸까 궁금해서 찾아보았는데 일어 원서에서는 그냥 “「女」”로 표기되어 있었다. 일본어에서 따옴표의 관용적 의미를 나는 잘 모르긴 하지만 원저자가 쓴 함축적인 표현을 옮긴이가 엄청 고심한 끝에 적절한 우리말 표현으로 풀어 옮겼다는 느낌이 들었다.
참고: 저자의 특이한 점 1 – 일본 법률에 의하면 결혼할 경우 부부가 같은 성(姓)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데 각자의 사회적 활동이 많은 저자 부부는 결혼 후에도 각자 원래의 성(아내는 미즈시마 히로코 水島広子, 남편은 하세가와 사토시 長谷川聡)으로 활동하기로 한 것. 단, 법률을 따르기 위해 결혼 서류에는 남편이 아내의 성을 따르는 것으로 표기해서 제출했다. 그러다보니 남편이 여권이나 운전면허증 등 주요 서류를 재발급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이들 부부는 서류 상으로 이혼을 하여 법적으로 본래 이름을 획득한 상태에서 재발급을 받고는 다시 서류상으로 결혼 절차를 밟는다. 그래서 이들 부부는 서류상으로 세 번의 이혼 경력이 있다고.
저자의 특이한 점 2 – 저자의 아버지인 미즈시마 유타카(水島裕, 1933-2008)도 약물전달시스템(drug delivery system)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이면서 1995년에 참의원으로 당선된 경력이 있다는 점에서 부녀간에 닮은 점이 있다. 딸이 전통적 야당인 민주당 소속으로 중의원 선거에 나갈 당시, 아버지 미즈시마는 일본의 전통적 여당인 자민당 소속으로, 정치적으로는 서로 반대 입장었다는 점을 감안,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2세 정치가”와는 약간 다른 경우라고 보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