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soonuk2

  • quote: Anne Lamott, Bird by Bird

    글쓰기에 관한 명저 중 하나로 손꼽히는 Anne Lamott의 Bird by Bird. 읽으려고 오래 갖고 있었는데 시작은 여러 번 했지만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고전문학을 소장하기만 하고 읽지는 않는 사람이 많은 것과 비슷한 이치일까?

    “I grew up around a father and a mother who read every chance they got, who took us to the library every Thursday night to load up on books for the coming week.” — Anne Lamott, Bird by Bird: Some Instructions on Writing and Life, Anchor Books, p.xi
    이 책의 서문은 위의 글로 시작한다. 자기 부모는 어떤 분이었다는 것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 셈인데 무척 인상 깊다. 시간만 나면 책을 읽으시는 분들이라는 얘기다. 이 부분만 읽어도 책읽기에 대한 매력이 느껴진다.
    “One of the gifts of being a writer is that it gives you an excuse to do things, to go places and explore. Another is that writing motivates you to look closely at life, at life as it lurches by and tramps around.” — Ibid., p.xii
    그녀의 문장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글쓰기는 삶을 자세히 관찰하도록 부추긴다는 통찰은 얼마나 흥미로운가. 추천. *국내에서는 최재경 옮김, ‘글쓰기 수업‘이란 제목으로 번역되었는데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다.]]>

  • What does your office do outside office hours?

    “물건을 만들 때 디자이너는 그 물건이 ‘사용중’인 상태를 강하게 의식하게 됩니다만 실제로는 사용되지 않고 있는 시간이 긴 경우가 많습니다.” – 사토 오오키, 가와카미 노리코 지음, ウラからのぞけばオモテが見える, 日経デザイン, p137 제목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느 일본 경영컨설턴트가 쓴 책에서 회사 설립시 가장 낭비인 지출은 사무실 임대료라고 한 것이 인상깊었다. 사무실 임대료에 대한 지출이 낭비인 이유는 실제 활용율이 24%에 훨씬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 주당 근무시간을 40시간이라고 한다면 24시간 곱하기 7일 = 168시간 중 40시간만 사용하고 나머지 128 시간 동안 사무실이 하는 일이라곤 사무기기와 서류를 지키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사를 설립할 때 근사한 사무실을 차려야 체면이 선다는 생각을 버리고 남의 사무실의 일부를 빌리거나 해서 초기 자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라고 권한다. 새로 설립되는 회사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회사는 사무실이 업무용으로 활용되는 시간보다 그 안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이 훨씬 많다. 따라서 직원이 근무하지 않는 시간 동안 빈 공간이 더욱 생산적인 일을 하거나, 혹은 일을 하지 않더라도 더욱 의미있는 존재로 있도록 설계한다면 그 활용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다. 그런 활용의 일환으로 위에 인용한 디자이너 사토 오오키는 일본 오모테산도에 위치한 피트니스짐 Illoiha Omotesando의 건물 1-2층을 연결하는 내부벽을 활용할 방안으로 이를 암벽타기 공간으로 꾸밀 것을 제안했다. 동시에 일반적인 암벽타기 구조물 대신 특이한 장식을 시도했다. 즉, 벽타는 사람이 없을 때에도 시각적인 장식물로서 손색이 없는 다양한 설치물로 벽을 치장한 것이다. 본 블로그에서는 가급적이면 남의 이미지를 가져오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는 관계로 다음 링크를 방문해서 직접 확인해보시면서 영감을 받으시길: 사례: Illoiha Omotesando Fitness Gym (Tokyo, 2006.12) 흥미롭게도, 이 피트니스짐에 설치된 희한한 암벽타기 공간설계가 국내외 매체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게 되어 회원 수가 급증하게 되고, 결국 더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새로 이사간 건물에는 암벽타기 공간을 설치할 수 없어서 지금은 그 암벽타기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 애견카페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수요일 저녁, 애견카페라는 곳에 처음으로 가보았다. 원래 가보려고 했던 큰 애견카페는 마침 휴일이라 검색에 검색을 거듭한 끝에 겨우 찾아간 곳은 수원시 인계동에 위치한 러닝독(Running Dog) 애견카페. 몇 가지 인상적이었던 점:

    1. 애견카페의 첫인상은 맞벌이부모가 미취학 아동을 맡겨놓는 탁아방(daycare center)의 느낌. 애완견을 맡겨놓고 어딘가 다녀오는 손님만 있는 건 아니고 자기 개를 풀어놓고 옆에서 음료를 마시며 흐뭇하게 바라보고 앉아있는 손님들도 많다.
    2. 새로운 손님이 자신의 개를 맡기기 위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기존의 개들이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새로운 개가 어느 정도 상황에 익숙해지면 모두 조용해 진다. 신참이 들어온다는 걸 직감적으로 아는 듯.
    3. 이 애견카페의 특징인지도 모르겠지만 의외로 커다란 개들이 많다.
    4. 애견카페는 주로 수요일, 목요일 등 주중에 쉰다. 아마도 주말을 포함해서 애완견을 맡겨주는 일이 많아서 그런 것일 듯.
    5. 의외로 개들이 사람들에게 달려들지 않는다. 모두들 상당히 차분한 느낌. 애견카페를 이용하려면 인원 수대로 음료를 주문해야 하는데 개들이 음료가 놓인 탁자 위에 올라오는 일은 있지만 손님들 음료에 입을 갖다대는 경우는 없다. 심지어 직원들이 개들 보는 앞에서 분식집에서 배달받은 저녁 식사를 해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애견카페에 올 정도의 개들은 클래스가 다른 것일까?
    6. 직원이 테니스공을 던져주니 개들이 너무너무 좋아한다.
    7. 개들이 흘린 침이나 배설물을 직원들이 신속하게 처리해서 불쾌한 냄새가 별로 나지 않는다.
    8. 한 작은 애완견의 경우, 자기를 맡겨놓고 볼일보러 외출했던 주인이 돌아오니 너무너무 좋아한다.
    9. 내가 애완견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행동패턴의 관찰”이란 맥락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경험이다. 다른 애견카페도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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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uote: 최동석,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

    “자신이 책임지고 의사결정 내리는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은 어떠한 지위에 있어도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릅니다.” — 최동석 지음,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 최악의 의사결정을 반복하는 한국의 관료들, 21세기북스, p187
    정홍원 총리가 휴가 중 읽을 책이라는 신문 기사를 보고 알게 된 책. 200년전 강진으로 유배되었던 정약용은 자신의 글 속에서 지방행정조직의 병폐와 말단 공무원 조직의 비리를 개탄한 바 있다. 시간이 지나도 끈질기게 유지되는 관료주의의 병폐의 원인은 무엇인지, 그 단서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한국은행에서 오랜 기간 동안 공직사회를 경험하고 독일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저자 최동석은 일본으로부터 배운 품의제도가 우리나라 조직 체계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라고 지적한다. 그외에도 여러가지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속시원한 답변은 아니더라도 의미있는 문제제기를 한 것 같아 유익했다. *저자 최동석의 홈페이지: www.mindprogram.co.kr 및 페이스북 www.facebook.com/dongseok.tschoe]]>

  • 크리스토퍼 드 빙크, 올리버 스토리

    아기를 갖기 원하지만 오랜 시간 임신을 하지 못하거나 유산이 거듭되어 힘들어하는 가정이 있는가 하면 아기가 태어났는데 심각한 장애가 있어 슬픔을 껴안아야 하는 가정도 있다. 이들의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미국의 고등학교 영어 교사였던 크리스토퍼 드 빙크는 보지도 못하고 말을 할 수도 없으며 움직이지도 못하는 심각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자신의 형에 대한 이야기를 1985년 4월 10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 Power of the Powerless: A Brother’s Lesson라는 제목으로 기고했다.

    “선생님, 식물인간을 말하는 거죠?” […] “글쎄, 식물인간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우리 형이라고 불렀다. 여러분이 우리 형에 대해 사랑을 느껴보려고 했다면 좋았을텐데.” — 크리스토퍼 드 빙크 지음, 김동완 옮김, 올리버 스토리, 요단출판사, p32-33
    그의 글은 즉각적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리더스 다이제스트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다시 게재되어 널리 감명을 주었다. 그 글을 읽은 독자들 가운데 중증 장애아를 키우는 어려움을 경험한 이들이 편지를 보내 서로의 사연을 공유하게 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한데 묶어 펴낸 것이 “올리버 스토리“(크리스토퍼 드 빙크 지음, 김동완 옮김, 요단출판사)다. 시인이기도 한 저자의 남다른 감수성과 관점이 눈에 보이는 현상 이면에 있는 실체를 더욱 깊이 있게 느끼게 해준다.
    “우리는 스스로 나서서 어떤 의미 있는 기여를 하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해 보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만, 삶을 유지하는 일상적 습관을 세움으로써 삶의 현상에 기여할 뿐이다.” — 같은 책, p203
    나도 누군가의 추천이 없었더라면 결코 읽을 일이 없었을 것만 같은 소박한 표지에 소박한 제목을 달고 있는 책인데 매우 유익하고 소중한 기록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우 추천. ]]>

  • design of instruction

    위의 사진은 지하철 승강장 방독면 보관함에 부착된 사용 안내문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1. 이 제품의 명칭은 “화재용 방독면”이다 – 왠지 “화재용(用)”이란 표현은 어색하다. “비상용 방독면”, “일회용 방독면”, 혹은 그냥 “방독면”이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아마도 다음 예외 상황을 염두에 두고 “화재용”이라는 제한적인 표현을 썼는지도.
    2. 전쟁가스시에는 사용하면 안 된다 – 우선 왜 전쟁가스시에는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영어로 “Do not use in CBR.”이라고 쓰여 있는데 CBR이 뭘까? 문맥상 화생방 chemical biological radiological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요즘은 CBRN이라고 표현하는 듯. 그러나 어느 쪽이든 이런 전문적 군사용어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제한적이리라. 실제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이 안내문은 쉽사리 무시되리라는 점에서 일말의 위안을 느낀다.
    3. 사용하고 싶으면 캐비넷 전면 유리를 깨뜨려야 한다 – 방독면을 철제 캐비넷에 넣어 든든하게 보관해둔 것은 평상시에 장난으로 빼가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함임을 이해할 수 있다. 비행기 좌석 아래에 비치된 비상용 구명조끼를 훔쳐가는 사람도 그렇게 많다는데 말이다. 재난상황 발생시 방독면을 사용하기 위해 유리창을 깨뜨릴 경우 날카로운 유리조각에 의한 2차 부상을 입을 수도 있으니 더 나은 대안은 과연 무엇일까?
    4. 유리를 깨뜨리면 위의 안내문은 보이지 않게 된다 – 방독면 착용 방법을 네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데 2단계에서 고정된 마개 두 개를 제거해야 한다는 안내문은 깨진 유리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질 듯. 실컷 방독면을 착용했는데 마개를 제거하지 않아 숨을 쉬지 못하는 경우는 없겠지 설마.
    TED 컨퍼런스로 유명한 Richard Saul Wurman은 1991년에 발간한 “Follow the Yellow Brick Road: Learning to Give, Take, and Use Instructions” 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 지시사항이나 안내문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 책은 크게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문제 제기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하철 구내 방독면 보관함의 안내문은 과연 어떻게 개선될 수 있을까?]]>

  • Bröchen at Ach so! Lecker

    독일에 거주하는 교포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독일인의 식사는 무척이나 간소하다고. 아침도 빵 한 쪽에 버터를 발라서 커피랑 먹고 저녁도 빵 한 쪽에 뭐 이런 식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설겆이도 필요없으니 국가적 차원에서 전기, 물, 시간을 아껴주는 에너지 절약형 생활양식이라고 볼 수 있겠다. 독일의 저력은 이런 일상적인 생활 양식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궁금하던 차에 한남오거리에서 독일식 빵으로 유명한 Ach so! Lecker(*)라는 곳에 가서 대표 메뉴 bröchen(브레헨)을 먹어보았다. 겉은 바삭하고 안은 부드럽다. 얇게 발린 버터와 치즈와 햄/살라미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가게 주인장 말로는 한국인의 주식이 밥인 것처럼 독일인의 주식이 빵이라서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속은 이런 모습. brochen2 햄과 치즈가 들어간 빵이 3,800원이니 아주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묘한 매력이 있어서 자꾸 먹고 싶어지는 그런 음식이다. *가게 이름은 ‘아으 굉장히 맛있다’라는 뜻이고 bröchen은 bread(빵)을 의미.]]>

  • nendo

    구입한지 몇 개월 지났는데 이제서야 읽기 시작한 책 “ウラからのぞけばオモテが見える“(안쪽에서 들여다보면 겉이 보인다). 1977년생으로 굉장히 얌전하게 생긴 저자 사토 오오키(佐藤オオキ)는 넨도(nendo)라는 디자인사무실의 대표다. (참고로 “넨도”는 찰흙이라는 뜻)

    “디자이너의 일이라고 하는 건 ‘기발한 모양을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고 뭔가를 ‘멋져보이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디자인이란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길’을 발견하는 작업입니다.” — 사토 오오키, 가와카미 노리코 지음, ウラからのぞけばオモテが見える, 日経デザイン, p2
    한편, 원서를 책꽂이에서 몇 달 묵혀두는 사이에 우리말로 번역되어 곧 출시될 예정이다. 제목을 과연 어떻게 번역했을까 궁금했는데 번역본 제목은 “넨도 nendo 디자인 이야기 : 10가지 디자인 발상법과 4가지 회사경영법” (정영희 옮김, 미디어샘, 2014년 8월 8일 출간 예정) 다른 기사에서도 읽은 내용이지만 저자 사토 오오키는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디자인 활동을 하지만 정작 자신은 쇼핑도 좋아하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도 즐기지 않는다고 한다. 세계 각국의 고객을 상대하는 관계로 해외 출장이 잦은 편이지만 현지에서의 회합 장소를 결정할 때도 이동시간을 최소화하도록 유념한다고.
    “어쨌든 디자인 이외의 일은 아무 것도 안 합니다.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뭔가 특별히 뭔가를 한다거나 하는 일도 없습니다. 그런 점을 의식해서 항상 머리를 비워놓고 있습니다. 그저 매일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발견하는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하죠.” — 같은 책, pp47-48
    말하자면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기 위해 다양한 상황에 자신을 노출시키기 보다는 조용히, 자기 자신의 의식 속으로 파고드는 내향적인 성격의 디자이너인 듯. 겉으로 보기에도 굉장히 차분해 보이는데 업무 만큼은 무척 진지하게 임한다는 인상을 준다.]]>

  • seasonality in blog

    “There is a time for everything, and a season for every activity under heaven.” — Ecclesiates 3:1 (NIV) ]]>

  • pen

    요즘 들고 다니는 펜. 왼쪽부터 – Mitsubishi Uni Style-fit (5 카트리지식) – Faber Castell BASIC satin chrome (F촉) – Rotring Art Pen (1.1 calligraphy촉) *펜 세척하느라 Lamy AL-Star는 잠시 누락 파버카스텔 만년필은 기존에 애용하던 Lamy AL-Star와는 달리 상당히 묵직한데 특히 서명할 때 느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