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외화를 볼 때 심심찮게 마지막에 뜨는 “번역 이미도”라는 자막을 보면서 도대체 저 여자는 누구이길래 영화 번역을 도맡아 하는 걸까 의아해 했다. 그 주인공이 남자임은 훨씬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이 남자가 영화 번역 뿐만 아니라 글쓰기와 창의적 사고 등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그의 “픽사에서 창조적 상상력을 훔쳐라“라는 제목의 강연(일정이 겹쳐 참석은 못했음)과 그의 최근 저서 “똑똑한 식스팩“을 통해서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영화 번역을 10년 넘게 한 사람다운 영화에 대한 애정, 단어 선택에 대한 민감함, 문구나 표현의 원전(original source)을 존중하는 태도, 의미를 확장하고 수렴하면서 표현의 대안을 찾는 재능 등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앞서 읽은 “공부와 열정“의 저자 제임스 바크와 많이 닮은 인물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좋아하는 일을 제가 스스로 선택해서 그것에 매진할 수 있었던 배경을 좀 길게 고백하자면, 저의 아버지는 저를 간섭하지 않았습니다.[…]간섭을 안 받았기 때문에 저의 꿈과 부모의 꿈이 충돌하지 않았고, 그 결과 지금처럼 제가 좋아하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으니 말이지요.”
저자는 본래 학습에 대한 열정이 강한 아이였지만 공립학교의 경직된 교육 방식에 대한 강한 반발심과 아울러 가정의 복잡한 사정–이혼하여 멀리 떠난 아버지는 대학 학비를 지원해 줄 형편이 못 되었고 새아버지와는 성격차이로 다툼이 있어 집을 나와 혼자 하숙을 하는 처지였다–으로 인해 16살 때 학교를 그만 두었다. 그는 이후 독학으로 20세에 애플컴퓨터사의 최연소 매니저가 되었고 지금은 소프트웨어 테스팅 분야의 전문가로서 저술, 강연, 컨설팅 등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어떻게 학교라는 제도권 밖에서 마치 해적과도 같이 독립적이면서도 모험적으로 자신이 관심을 가진 분야를 탐구하고 지식을 키우며 전문성을 넓혀갔는지를 소탈하게 이야기해준다. 또한 성장 과정에서 겪은 심리적 갈등과 고민들, 특히 학교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솔직하게 적고 있다.
“어린 시절 나는 끔찍하고 쓸데없는 두려움에 시달렸다. […] 그건 바로 내 머리가 아주 뛰어나지는 않다는 자괴감이었다. 이 때문에 공부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많이 허비했다. 결국 난 사납지만 쉽게 기죽는 아이로 변해 버렸다. 어려워 보이는 과목이 있으면 내 두뇌의 한계를 확인하는 게 두려워 그냥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 제임스 마커스 바크 지음, 김선영 옮김, 공부와 열정, 민음사, p152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선생님에게 반항하는 아이가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 그런 태도를 보이는지 그 복잡한 사연과 속마음을 도대체 어떻게 다 파악하고 적절히 보듬어 줄 수 있단 말인가.
남들이 알아주는 대학교 학위나 심지어 고등학교 졸업장 조차도 없이 실력을 인정받는 소프트웨어 테스팅 분야의 전문가로 입지를 구축한 저자의 독특한 경험과 성장 과정은 매우 희귀한, 예외적인 사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이 많은 그가 학교라는 제도적 프로그램 밖에서 독자적인 학습 방식으로 지식과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을 읽다보면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보고 졸업장 또는 학위라는 인증과정을 거치는 표준화된 프로세스 이전에 무언가를 배워간다는 것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나도 모르는 것에 대해 단순한 호기심 충족 수준의 학습의 방편으로 구글 검색을 하고 끝내는 수준을 벗어나 보다 체계적인 방법과 진지한 태도로 지적 탐구를 해야겠다고 반성하게 되었다.
각각 1936년과 1948년에 쓰여진 두 책은 고리타분하고 딱딱하리라는 선입견과는 전혀 달리 귀에 쏙쏙 들어오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장과 현실감 있고 시의성이 풍부한 사례로 가득했다. 데일 카네기의 이 책들에 비하면 내가 그동안 읽었던 각종 자기계발서는 아류작에 불과해 보일 정도였다.
데일 카네기의 책은 귀에 쏙쏙 들어왔는데 비해 갤브레이스의 책은 학문이 출중한 경제학자의 책이라 그런지 현학적인 표현과 음절이 많은 단어(multisyllable words)가 무척 많이 쓰여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잘 이해되지가 않고 있다. 그래서 듣고 있으면 졸음이 솔솔 쏟아져서 버스 안에서 휴식하기에 안성마춤이다. 이렇게라도 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오늘날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conventional wisdom” (‘통념’이라고 번역됨)이라는 표현의 출처가 바로 이 책이라는 점이 무척 흥미로왔다. (저자는 제 2 장에서 ‘통념’의 속성에 대해 자세하게 파헤친다.) 이 책의 40주년 기념 개정판 서문에서 저자는 이 표현에 대해 특허를 걸어놓았더라면 하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한다.
우리가 오늘날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내용이 이미 오래 전에 누군가에 의해 고찰되었고 그 고찰의 정도 또한 무척이나 심오했음을 고전을 통해 알게 되었을 때의 느낌은 마치 영화 혹성탈출(1964년 작)의 마지막 장면에서 등장하는 자유의 여신상을 보았을 때의 소름끼치는 느낌과 비슷하다.
국내에는 “풍요한 사회“(신상민 감수/노택선 역, 한국경제신문사)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I am currently trying to wean myself from digital habits. So I went out and purchased some offline tools. I am now keeping my memos on a Leuchtturm notebook with a uni style-fit pen instead of on the Evernote app. Most of the apps on my iPhone have been deleted.
Instead of reading digital books on Kindle app, I am reading bound books most of the time.
A book with a warning about how rent-seeking attitude can be misleading.
A book about a son who is dedicated as a full-time caregiver to his invalid mother.
A book on business strategy written by a Hitotsubashi business school professor.
이석증 치료 이후에도 지속되는 어지럼증과 두통에 대한 대응책으로 평소 하루에 1-2잔 정도 마시던 커피를 완전히 끊었다. 효과가 당장에 나타나지는 않는 듯하나–오히려 카페인 금단증상이 나타나고 있다–습관을 바꿔보려는 시도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여 이를 악물고 커피를 멀리하고 있다.
핸드폰 화면을 보면 흐릿해 보이고 눈이 쉬 피곤해지는 걸 보면 친구들이 2-3년전부터 언급해 오던 노안이 드디어 나에게도 온 듯 싶다. 어지럼증과 두통이 혹시 시력과 연관된 것은 아닐까 싶어 2년 만에 안경을 새로 맞췄다.
매우 오랫만에 치과 스케일링을 하고 대략 30년 정도가 지나 노후화된 아말감 두 군데를 떼어내고 크리세라라는 무기질 재료로 바꿔넣었다.
7년만에 잠시 고국을 방문한 30년지기 친구 가족과 만났다. 방문 기간 중 더 만나면 좋을텐데 건강이 여의치 않아 시간을 많이 내지 못함이 아쉽다.
디지털 치매를 예방해 보고자 약 4주간 동안 온라인 활동을 줄이고 오프라인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조부모님의 묘소를 이장하면서 가족묘를 납골묘 형식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휴가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어서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 여름이 지나면 만 47세가 된다. 중년을 지나며 기어 시프트를 해야만 하는 시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피할 수 없는 변화에 적응해야지.
칼 필레머 지음, 박여진 옮김,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토네이도 간)은 연세 많은 어르신들을 인터뷰해서 삶에 지침이 되는 교훈 30가지를 요약, 정리한 책이다. 원래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제목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내가 스스로 선택해서 읽을 가능성은 별로 없는 책인데 독서모임에서 7월의 책으로 선정되어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의외로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었다.
인생을 되돌아 보면서 남기고 싶은 삶의 교훈이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한 면이 있다. 예전에 읽은 오츠 슈이치 지음, 황소연 역,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가 말하는(21세기북스)이란 책에서 이야기하는 바도 내용상으로는 유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묘한 설득력이 있었다. 결혼, 직업, 육아 등의 주제별로 다섯가지 씩을 묶어서 정리한 덕택이었을까? 번역이 깔끔하게 잘 되어서였을까?
[…]그렇다면 결혼한 후 배우자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어떨까? 유명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제목 <사랑해. 당신은 완벽해. 그런데 좀 변했으면 좋겠어(I Love You. You are Perfect. Now Change).>처럼 말이다. 인생의 현자들은 그런 일은 아예 꿈도 꾸지 말라고 못박는다. 결혼을 하면서 배우자를 변화시키겠다고 마음먹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며 결혼하기도 전에 관계가 파탄에 이를 것이라고 조언한다. –칼 필레머 지음, 박여진 옮김,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토네이도 간), p49
슬프게도 루스 햄은 비행기 사고로 대학생이던 딸을 잃었다. 성인이 된 자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녀는 내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자식은 절대 떠나보내질 못해. 절대로. 가슴에 묻어둘 뿐이지. 딸과 내가 늘 하던 게 있어. 무슨 이야기를 했건 간에 전화통화 끝에는 늘 사랑한다는 말로 끝을 맺었지. 그렇게 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내가 딸애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바로 ‘사랑한다’였거든.” […] 하지만 하지 못한 말이나 묻지 못한 말들 가령, 용서를 비는 말부터 사랑한다는 말에 이르기까지 묻어둔 말들은 대상이 떠나고 나면 절대 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지 않는 비결은 단 하나, 지금 바로 말하는 것이다. –칼 필레머 지음, 박여진 옮김,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토네이도 간), p256-257
저자가 인터뷰에서 사용한 질문이 책 말미에 있길래 이를 차용해서 80세가 되신 아버지께 여쭤보았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무엇입니까?: 정직
마흔 즈음을 보내면서 제가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니 섣불리 판단하지 말 것.
반드시 지키고자 하는 삶의 가치나 원칙들이 있습니까? : 남을 속여서는 안 된다는 것.
백년해로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상대를 이해하는 것. 사랑보다도 이해하는 것.
인생에 특별한 전환점이 있었나요? : (살짝 웃으시며) 있었지. 말할 수 있는 것도 있고 말할 수 없는 것도 있지.
건강에 관해 깨달은 교훈들이 있나요? 그렇지. 건강해야 한다는 것. 건강해야 본인은 물론이고 배우자와 아이들에게 고생을 안 시키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으니까. 건강해야지.
참고로 이 책의 바탕이 된 코넬대학교의 The Legacy Project 홈페이지에서 책의 주요 내용 일부와 인터뷰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뻔한 것 같지만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추천.
I wrote previously that I didn’t have much memory about my grandfather because he passed away when I was about 3 years old. I am perplexed to realize that my memory about my grandmother is not significantly richer despite the fact that I was 24 years old when she passed away in 1990, at the age of 77.
It is perhaps because I lived far away from her. She lived in Daegu and my family in Seoul. We visited her only once or twice each year. I recollect that I always had an uneasy, awkward feeling to meet grandmother and my father’s relatives in Daegu.
Nevertheless, I remember my grandmother as a generous, caring, hospitable, pious, godly lady who always got up before dawn to pray to God every morning. She also made it a rule for the whole family to gather in a small worship service at home before having breakfast.
She was rather short. She always wore in traditional Korean style (Han-Bok), mostly in pale, whitish color.
Her name was Sung-Shim (聖心; meaning “sacred heart”) but she considered the name rather burdensome, so she preferred to be called Young-Sook (永淑, a common name).
My memory about her last days is rather hazy. I was busy with my research at graduate school in the summer of 1990. My father would usually come home very late. So, on the day when we got a phone call about my grandmother’s serious condition, I had to wait until my father came home and then we drove together to Daegu around midnight. I do not remember seeing her at the hospital. Perhaps she had already passed away when we got there. I don’t remember much about the funeral either, except that it was very hot then and I was exhausted and was perspiring profusely all the time.
I remember that my grandmother loved me very much. One day, when I was alone with her, she opened the Bible to John chapter 15. She emphasized over and over how it is important for me to stick with Jesus without whom I would be able to do nothing.
“I am the vine; you are the branches. If you remain in me and I in you, you will bear much fruit; apart from me you can do nothing. If you do not remain in me, you are like a branch that is thrown away and withers; such branches are picked up, thrown into the fire and burned. If you remain in me and my words remain in you, ask whatever you wish, and it will be done for you. — John 15:5-7
That is one of the clearest memories that I have about my grandmother.
디지털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4 주간 디지털 방학에 들어가려 합니다. 업무상 꼭 필요한 컴퓨터 사용 이외의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줄이고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을 확대하는 것이 이번 디지털 방학 기간 동안 추구하는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비효율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컴퓨터로 20초에 끝날 일을 수작업으로는 4-5분씩 걸려서 해야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이번 디지털 방학 기간 중 시도하려는 행동 방침은 아래와 같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지울 수 있는 앱은 모두 지운다.
외출시 아이패드를 소지하지 않는다.
에버노트 앱에 적을 내용을 공책에 펜으로 기록한다.
계산이 필요하면 계산기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푼다.
업무와 무관한 SNS 활동은 중단한다.
귀가 후 스마트폰은 꺼둔다.
집이든 사무실에서든 컴퓨터를 꺼두는 것을 기본 상태(default)로 해둔다. 이를 위해 전선을 뽑아두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서랍 등에 수납해 둔다.
수첩을 휴대하고 그 안에 사람들의 연락처를 직접 기입해서 스마트폰의 주소록 대신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