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soonuk2

  • Kusunoki Ken, 경영센스의 논리

    일본 히토츠바시대학 국제기업전략대학원에서 경영전략을 강의하는 구스노키 켄(楠木 建) 교수의 책 “경영센스의 논리(経営センスの論理)”에서는 기술(skill)은 학교에서 또는 강의를 통해 배워서 익힐 수는 있지만 탁월한 경영자가 지닌 사업적 감각(sense)은 경험을 통해 얻어진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장사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경영자의 역할이라 강조하면서, 업무를 쪼개고 분석해서 개별 업무 단위로 파악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경영자가 아니라 “담당자”의 수준으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경영학적 통찰을 공유하는 책인데 학문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농담조의 개인 이야기도 섞어놓은, 묘한 성격의 책이다. (아니나 다를까, 한동안 온라인에 연재되었던 글을 묶어 편집한 것이었다.)

    정보의 양과 주의집중력의 상호반비례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경영자는 자신이 받아들이는 정보의 채널을 적절하게 관리해야 함을 지적한다. 특히 다음 내용이 인상 깊었다:

    내 경우를 말하자면–의식적으로 하기보다는 이미 습관화가 되어버린 일이지만–난 텔레비젼을 전혀 보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는 일도 없다. 스마트폰도 가지고 있지 않다. 평소 자동차로 출퇴근하므로 뉴스는 차 안에서 라디오로 듣는다. 신문도 관심있는 내용만 골라서 읽는다. 인터넷 검색은 명확한 목적이 있는 경우에만 사용한다. 이렇게만 해도 들어오는 정보의 양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그래도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구스노키 켄, 경영센스의 논리(経営センスの論理), pp 226-227

    국제기업전략대학원의 경영전략교수가 스마트폰도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정보활동을 절제한다니 깜짝 놀라면서 나 스스로 반성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음악을 무척 좋아해서 클럽 등에서 밴드 활동을 주기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아 철두철미하게 시간을 아끼는 금욕적인 스타일의 사람은 아닌 듯 싶다.)

    마침 그의 전작인 히스토리가 되는 스토리 경영(원서: ストーリーとしての競争戦略 ―優れた戦略の条件이 번역되어 국내에 출간되었다니 읽어봐야겠다.

  • 타메스에 다이, 포기하는 힘

    일본 육상선수 출신 작가 타메스에 다이(為末大)는 저서 “포기하는 힘 – 이기지 못하는 것은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諦める力 – 勝てないのは努力が足りないからじゃない)에서 자신의 선수 경험에 비추어 무엇을 포기하는 것을 나약함의 표현으로 보고 도외시할 것이 아니라 명확한 상황판단에 의한 선택으로 인식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강조한다.

    그가 학생 시절 출전한 경기에서 100미터, 200미터, 400미터 달리기 경주에 참가하려고 했는데 그의 기량을 꿰뚫어본 감독이 일방적으로 100미터 경주 참가를 취소한 일이 있었다. 당시 그는 이 일로 큰 충격을 받았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의 강점과 한계를 이해하게 되고 100미터 경주를 포기한 것이 오히려 그에게 바람직한 결과–자신의 장점을 더욱 잘 살릴 수 있는 400미터 경주에 집중하도록 한 것–를 가져왔음을 깨달았다.

    뭐든 잘 해야 하고, 일단 시작했으면 끝을 보아야 하고, 끝까지 노력한다면 언젠가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주변의 격려와 기대에 반드시 부응할 필요가 없다고 그는 말한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거머쥐는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에 가려진 수 천명의 운동선수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뒤늦게서야 다른 직업을 구하느라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운동선수 출신으로서 개탄하기도 한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현실에 적용하기는 무척 어렵다. 원하는 대학이나 학과에 들어가기 위해 과연 몇 번의 재수를 해야 할까? 고시에 합격하기 위해 몇 번까지 도전해야 하는 것일까? 등산을 하다 숨이 가쁘다고 도중에 하산해 버리면 등정의 쾌감은 어떻게 얻을 것인가?

    참고: 2005년에 작성된 LongBth님의 타메스에 다이에 관한 글

  • Resonate 공감으로 소통하라

    I had the privilege of being hired by Acorn Publishing Co. to translate Nancy Duarte’s remarkable book “Resonate” into Korean.

  • 상반기 결산 2013 Annual Award 후보

    연말에 시상하는 Annual Award에 앞서 상반기에 눈여겨 본 몇 가지를 후보로 미리 등록해 두려고 한다.

    Book of the Year Viktor Frankl, Man’s Search for Meaning

    Design of the Year Titecut slide cutter for Stretch-Tite plastic food wrap – 비닐랩을 롤에서 끊어내는 부착형 장치인데 사용할 때마다 감동하는 디자인이다.

    Keyword of the Year Dehoarding

  • Design-Ah

    일본공영방송 NHK에서 제작한 어린이를 위한 디자인 교육 프로그램인 Design-Ah이란 것이 있음을 월간 디자인 5월호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래픽 디자이너인 사토 타쿠(佐藤卓)를 비롯한 여러 유명 디자이너가 참여하여 어린이들의 디자인에 대한 인식(design-awareness)을 키워주는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는 15분짜리 프로그램인데 어른이 봐도 무척 재미있다. 마치 1977년에 발행된 미국 디자이너 George Nelson의 How to See의 멀티미디어판을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시각적인 내용이 많아 일본어를 이해하지 못해도 절반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동영상은 몇 가지 안 되지만 상당히 재미있다. 아직 DVD는 판매되지 않고 있는데 Youtube에서 시청자가 녹화해서 올려놓은 방송 분을 일부 볼 수 있다.

    참고 링크:

    TEDxTokyo에서 사토 타쿠가 소개하는 Design-Ah

    풀무원 블로그에서 언급된 Design-Ah

  • 관찰의 힘

    과거 노키아에 몸담고 있으면서 소비자 행동연구로 이름을 떨친 얀 칩체이스(Jan Chipchase)가 세계적인 산업디자인 회사 frog design으로 자리를 옮긴 후 내놓은 책 Hidden in Plain Sight. 다년간 세계 각지를 누비며 소비자 행동연구를 해 온 자신의 독특한 연구방식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회사에 고용되어 상업적인 목적으로 진행된 연구 내용은 책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어떤 식으로 연구를 진행하는지 그 그림자라도 밟을 수 있다.

    이 책은 소비자 행동연구를 업으로 하는 이들에게는 물론이고 앞으로 신흥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해야 하는 가전 및 전자 제조사의 기획, 마케팅, 디자인 부서의 리더들에 좋은 참고가 되리라 생각한다. 책에서 다뤄지지 않은 더 깊은 관찰 내용은 그의 블로그 janchipchase.com 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시장에서 얄팍한 상술을 쓴다는 비판을 가끔씩 받습니다. 즉 교묘한 시장 포지셔닝과 효과적인 마케팅으로 매출을 올리기는 하지만 제품의 근간이 되는 사용자 가치는 제한적이거나 거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흥시장의 급증하는 신규 소비자들에게는 이런 전략이 잘 먹히는 게 사실입니다. 경쟁이 심하지 않고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통신이 발달한 글로벌 경제의 소비자들은 정보를 신속히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전략을 구사하다간 상당히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막대한 자금을 투여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인간 행동에 대한 근본적인 통찰이 없다면 제품 및 브랜드와의 관계는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게 될 것입니다.

    — 얀 칩체이스, 사이먼 슈타인하트 지음, 야나 마키에이라 옮김, 관찰의 힘, 위너스북 발행, pp8-9,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소비자 행동관찰은 가전제품 메이커 뿐만 아니라 지역자치단체와 같은 공공영역에서의 기획 및 의사결정, 그리고 서비스 업종에서의 소비자 접점 디자인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도 아이들의 사소한 행동과 물리적 단서를 관찰함을 통해 아이들이 말로 표현 못하는 고민과 좌절, 요구사항 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책의 주제와 연관이 있는 프리젠테이션을 한 적이 있어서 참고로 소개한다: How to See (2009)

    원서가 2013년 4월에 출간되었는데 번역판이 불과 2개월만인 2013년 6월에 신속하게 발행될 수 있었던 배경은 과연 무엇일지 궁금하다. 한 온라인 서점의 판매지수가 꽤 높은 것을 보면 이런 책에 대한 잠재수요가 상당했었는지도.

  • The Game Changer

    간혹 어지간히 “안 풀리는” 사람을 보곤 한다. 그럴싸한 직장에 들어갔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랑 잘 맞지 않아”하고 그만 두는 일이 반복되거나, 하는 일마다 불운이 겹쳐 계속 손실을 입거나, 막연한 희망에 설익은 판단으로 승산 없는 사업에 투자했다가 본전도 못 건진다거나, 사람도 성실하고 재능도 있는데 어떤 이유에서든 조금씩 경쟁에서 밀려 낙오자가 되는 경우다.

    거듭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새롭게 도전하는 사람도 있지만 스스로를 패배자로 인식하고 구차한 변명과 남에 대한 원망으로 자신의 초라해진 자존심을 보호하려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노력으로 헤어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비우호적인 외부 요인을 탓하며 자신의 궁색한 처지를 합리화하기가 얼마나 쉬운지.

    Unstuck.com 이라는 사이트에는 그런 고착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실제적인 조언을 모아두었는데 자세히 읽어보면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다. 하지만 한번 낙심한 상태가 되면 자기계발(self-help)의 방법론이 아무리 많아도 자기연민의 쓸쓸한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오기는 무척 어렵다.

    이루고자 하는 바램이 있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그 바램을 이루지 못하고 38년이라는 세월을 안타깝게 보낸 한 인물이 있었다. 기적의 치료 효과가 있다고들 하는 어느 연못 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특정 순간에 남들보다 먼저 연못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병을 고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오랜 시간을 지내왔지만 그에게는 그런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예수께서 그 누운 것을 보시고 병이 벌써 오래된 줄 아시고 이르시되 네가 낫고자 하느냐 병자가 대답하되 주여 물이 움직일 때에 나를 못에 넣어 주는 사람이 없어 내가 가는 동안에 다른 사람이 먼저 내려가나이다 When Jesus saw him lying there and learned that he had been in this condition for a long time, he asked him, “Do you want to get well?” “Sir,” the invalid replied, “I have no one to help me into the pool when the water is stirred. While I am trying to get in, someone else goes down ahead of me.”

    요한복음 5:6-7

    병이 낫고 싶냐는 간단한 질문에 대해 자신의 인생이 안 풀리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방어적인 변명(excuse)으로 대답하는 이 인물에 대한 예수님의 지시사항(instruction)은 무척이나 의외스럽게 느껴진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하시니 Then Jesus said to him, “Get up! Pick up your mat and walk.”

    요한복음 5:8

    주어진 상황 조건이나 경쟁 구도(frame) 안에서 다른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조건을 무시한 거나 마찬가지의,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새로운 방향 제시인 셈인데 어떻게 보면 어이가 없다. 뿐만 아니라 이 지시사항은 당시 사회의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제약조건–특정 요일에는 힘쓰는 일은 해서는 안 된다는–을 거스르는 것이었다.

    그 사람이 곧 나아서 자리를 들고 걸어가니라 이 날은 안식일이니 유대인들이 병 나은 사람에게 이르되 안식일인데 네가 자리를 들고 가는 것이 옳지 아니하니라 At once the man was cured; he picked up his mat and walked. The day on which this took place was a Sabbath, and so the Jews said to the man who had been healed, “It is the Sabbath; the law forbids you to carry your mat.”

    –요한복음 5:9-10

    난국을 타개할 새로운 방향은 그 난국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 나름대로 발버둥치며 애쓰는 것은 더 큰 파국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난국을 타개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지간히 안 풀리는 상황에서 애쓰지 말고 자신의 노력을 내려놓는 것이–그리고 외부의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때로는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우리가 직면하는 중요한 문제들은 그것이 만들어졌을 때와 동일한 사고방식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We can’t solve problems by using the same kind of thinking we used when we created them.

    — Albert Einstein

    육상선수 출신인 다메스에 다이(為末大)라는 사람이 쓴”포기하는 힘“이라는 책이 있다. 부제에는 “이기지 못하는 것은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라고 쓰여있다. 힘쓰고 애씀이 전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책의 내용은 다 읽고 난 뒤에 정리해 보려 한다.)

    판을 뒤흔들어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는 사람을 경영학계에서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라고 부른다. (참고 기사: 한국경제 현승윤 IT모바일 부장, ‘게임체인저’가 떠난 뒤) 예수님은 이 사람에게 있어서 판도를 뒤바꿔놓는 게임체인저였다.

    나도 게임체인저가 필요하다.

    epilogue 이 이야기의 결말은 다음과 같이 마무리된다.

    그 후에 예수께서 성전에서 그 사람을 만나 이르시되 보라 네가 나았으니 더 심한 것이 생기지 않게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 하시니 Later Jesus found him at the temple and said to him, “See, you are well again. Stop sinning or something worse may happen to you.”

    –요한복음 5:14

    말하자면 판이 새로 짜여졌는데 지금부터 새롭게 유념해야 할 게임의 규칙이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목표의 달성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 NHN 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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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ne of my favorite places: NHN Library

    This is where I get to read my favorite design-related magazines including Communication Arts, AXIS, Nikkei Design, Casa Brutus, 월간 디자인, and Print.

  • In Memoriam, Kyu-Man Jung (1911-1969)

    44 years ago, on June 24, 1964, my grandfather Kyu-Man Jung passed away at the age of 58, reportedly due to complications resulting from diabetes.

    I do not have a memory of him. I was only three years old when he died. I believe I wasn’t even allowed to attend the funeral because I was too small to take care of in the midst of the whole flurry of visitors and mourners.

    There are lots of stories told about my grandfather. He was rather a recognizable person in his local community during his time.

    But stories are not like memories. I wish I had more memories of my late grandfather.

  • qualification for a job

    지원자격: 20-30세까지의 여성 – 고졸 이상, 경력 무관 – 성실, 청결하고 용모 단정한 분 – 명랑하고 대인관계가 원만한 분 – 업무처리가 빠른 분

    인력개발 관련해서는 타고난 강점과 약점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야기인데 일이 사람을 만드는 경우는 없을까?

    • 과거 어떤 모습이었든 일을 하다보면 성실, 청결, 용모 단정해지는 경우는 없을까?
    • 일을 꾸준히 하다보면 명랑해지고 대인관계가 원만해 지는 경우는 없을까?
    • 오래 근무하다보면 업무처리가 빨라질 수는 없을까?

    채용 당시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직장이 있다면 과연 어떤 곳일까?

    이와는 반대로, 원래는 괜찮았던 사람인데 오래 근무하면 할수록 더욱 안일, 나태해지고, 용모는 지저분해지고, 얼굴은 무표정해지고, 성격은 까탈스러워지고, 업무처리보다는 책임전가에 속도가 붙도록 만드는 조직이나 업종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