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soonuk2

  • 경험 디자인의 (숨은) 함정

    경험 디자인이란 항상 있어왔던 것이지만 1998-99년 경에 B. Joseph Pine II 및 James H. Gilmore 교수가 The Experience Economy라는 책에서 스타벅스 등을 예로 들어 설명한 것과 때를 맞추어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급속히 확대되었다.

    경험이라는 측면에 관심의 무게 중심을 옮기게 되면서 등장한 하나의 부작용은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라면 이를 위해 사용되는 물질의 희생에 대해 간과하기 쉬워졌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테이크아웃으로 아이스 라떼를 들고 걸어다니면서 마시는 독특한 경험을 위해 사람들이 적게는 2500원, 많게는 4600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면 아주 잠깐 동안만 사용되고나서 거의 영원히 썩지 않고 폐기물로 남아있게 될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비효율적 활용 패턴이 공동체 안에서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현상이 바로 그거다.

    물건을 보호하기 위한 포장은 물질적 효율성을 주요 잣대의 하나로 삼는 반면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한 포장의 경우 물질적 효율성은 오히려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오히려 물질을 낭비하면 할수록 더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인지 소위 VIP 마케팅에 사용되는 우편물, 브로셔, 기념품에서 볼 수 있는 재료의 낭비 실태는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따라서 경험 디자인의 구성 요소에 물질적 측면을 보완한 디자인 방법론이 수립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런 면에서 포장에 사용되는 물질의 양은 줄이면서 고유한 브랜드 경험을 유지하고자 하는 애플사의 축소지향적인 포장디자인이나 친환경적 재료를 이용하면서 보다 뜯기 쉬운 포장을 지향하여 고유의 브랜드 경험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아마존의 Frustration-Free Packaging 정책은 좋은 참고가 된다.

    참고사진: 아마존 킨들의 포장 일부분. 안팎 전체의 재질이 종이로 되어 있고 포장을 뜯기 위해 칼이나 가위가 필요하지 않다.

  • donating books

    I am not used to donating books. Like father like son, both my dad and I have developed some affection toward books and we ended up keeping piles upon piles of books.

    More than that, if a book is really good, then I would like to keep it. If the book is not very interesting, then I would feel guilty to give it to someone. So I end up keeping both good and bad kinds of books.

    For some mysterious reason, people usually have difficulty throwing away books. I wonder why.

    Recently, I donated two of my favorite books to a library at my kids’ school.

    Creature, by Andrew Zuckerman, is a large-sized coffee table photo book with splendid photos of animals. I once thought it would be nice to rip off some of the pages from this book and frame them for display for home or office.

    Timothy Keller’s “Gospel in Life Discussion Guide with DVD: Grace Changes Everything” is a collection of Tim Keller’s short lectures with video. Perhaps they might have difficulty watching the video because the Region Code (1) of the DVD does not match that of Korea (3).

    The very act of donating the books was like going to a dentist. You feel nervous at first because you are not very certain about what to expect. Then there is a sense of relief after you’ve done it. (Except that there was no souvenir gift as some children’s dental clinic gives would give.)

  • guinea pig

    공학, 디자인, 철학의 접점에 살았던 미국의 전설적 인물 Richard Buckminster Fuller는 자신의 생애가 20세기 문명 속에 살았던 한 인간의 사례로서 연구 대상이 되기를 바랬다. 그래서 자신을 가리켜 “guinea pig”이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했는데 우리말로 옮기자면 “실험용 쥐” 정도가 되겠다. 그는 자신의 행동과 생각, 그리고 일상의 흔적 등을 모아 꼼꼼하게 기록하고 보관해 두었다. 누군가를 위한 시료(specimen)로서 자신을 남긴 것이다.

    그에 관한 이야기를 보고 나름 멋진 생각이라는 느낌이 들어 어느 정도 따라하고 싶은 생각이 항상 있었다. 웹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경위에 그의 영향이 있었다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인간이 혼자 살 수 없기에 자신에 관한 세밀한 기록에는 불가피하게 남의 이야기가 등장할 수 밖에 없는데 자신의 사생활이 드러나는 것을 모든 사람이 반기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나의 블로그에 가족이나 친구들, 직장 동료들의 이야기나 인물 사진 등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컴퓨터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전설적 인물 Jef Raskin의 아들 Aza Raskin은 자신의 글 “The Mac Inventor’s Gift Before Dying: An Immortal Design Lesson for His Son“에서 췌장암에 걸린 자신의 아버지와 보낸 마지막 시간의 일부를 기록해 놓았다. 아버지 Jef 자신이 스스로의 마지막 순간들을 기록할 여유도 힘도 없었을지 모르지만 그의 아들이 그 역할을 일부 대신해 주었다. 그저 일어난 사실을 객관적으로 열거한 것이 아니라 가족사에 얽힌 설명과 아버지와 주고받은 대화와 경험에 고유한 의미를 부여를 해서 훨씬 더 풍성한 기록이 되었고 읽는 독자로서도 이런 기록이 무척 고맙게 느껴졌다.

    “I stare at the package in my hands. In it is my father. The man who invented the Macintosh and misnamed what should be “typefaces” as the “fonts” menu. He never forgave himself for his incorrect usage of English. He groomed me to use language exactingly and considered that mistake a failure of being young and reckless with semantics. The man who invented click-and-drag was now the man who could hardly keep his gaze focused on his son.”

    – Aza Raskin, The Mac Inventor’s Gift Before Dying: An Immortal Design Lesson for His Son

    수많은 사람들의 임종을 목도한 한 의료서비스 관계자에 의하면 영화나 TV드라마에서 종종 나오는 것처럼 죽음을 앞둔 침상에서 가족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나서 마치 촛불이 꺼지듯 숨을 거두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시름시름 앓다가 꽤 긴 기간에 걸쳐 정신이 몽롱해지고 한 동안 의식이 없는 채로 누워있다가 어느 순간 바이탈 싸인(vital sign)이 끊어진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에 걸린다면 공학도 또는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그 과정을 소상히 블로그 등에 기록해 두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대개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사회적으로 금기시된다는 이유로 어떻게 보면 흥미진진할 수도 있는 인생의 마지막 장(final chapter)이 기록되지 않고 그저 사라진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의 가족과 주치의는 이런 기록을 반기지 않겠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의미있는 기여가 되지 않을까 싶다. Buckminster Fuller만큼의 완성도 높은 기록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흥미로운 이정표를 남기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미리 기대해 본다.

    참고:

    – Richard Buckminster Fuller, Guinea Pig B

    – 알고 보니 Aza Raskin 도 천재끼가 다분하다. 그의 블로그 Aza on DesignJef Raskin의 맥킨토시 초기 개발 기록도 흥미롭다

  • design life cycle assessment

    환경영향 평가 방법론 중에 life cycle assessment 라는 것이 있다. 사람에 따라 전생애평가, 전과정평가, 수명주기평가 등으로 번역되는 이 개념은 어떤 제품 또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사용되고 폐기되는 전체 과정에 이르는 동안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알아보자는 연구 방법론이다.

    2010년에 서울시가 세계 디자인 수도로 지명된 것을 기념한 행사가 열였었는데 당시 설치되었던 시설물이 여의도 지하철 역사 내에 설치되어 있는 것을 어제 보게 되었다. (아래 사진)

    붙여놓은 종이에 쓰인 문구가 상당히 해학적이다. “철거시 여의도역으로 연락바람”. 이 구조물이 놓인 곳은 여의도역인데. 그럼 철거의 주체는 누구이며 여의도역의 역할은 무엇이란 말인가? 2010년에 설치될 당시 예상 철거일도 정해놓았었을 것 같은데 어째서 아직까지 그대로 놓여있을까? 디자인이 훌륭하니 그대로 계속 놓아두자는 시민의 의견이 반영된 것일까? 등등의 의문이 생겼다. 아무 생각없이 걸어다닐 수도 있는 일상생활 속에 고민해보고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준다는 의미에서는 훌륭한 시설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력 고갈과 시간 부족에 시달리는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아이디어를 발의하고 시각화하고 구체물로 구현하기에 바쁜 나머지 ‘사후처리’ 과정에까지 마음을 충분히 쓰기 어려운 경우가 많음을 알기에 디자이너를 일방적으로 탓하기에는 약간의 무리가 있다. 디자인 예산 자체부터 사후처리 비용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정성의 문제인지 예산의 문제인지 사람들 눈에 띄는 부위에만 신경쓰고 뒷모습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예산, 시간 등의 여건이 어렵더라도 보다 훌륭한 디자인을 지향한다면 디자인 과정 및 디자인된 제품에 대한 전생애적인 배려, 전방위적인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제품을 탄생시길 수 있다면 그 제품이 무덤에 가는 마지막 발걸음까지, 또는 새로운 용도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배려 깊은 디자인을 하자.

    *비고 1: 환경운동 초기에는 cradle-to-grave라고 해서 제조에서 폐기에 이르는 전생애 평가에 촛점을 맞추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디자인된 제품의 재활용/재사용성을 강조하는 cradle-to-cradle 개념이 강조되었다. 즉, 제품의 일차적 용도가 지난 후 다른 용도로 계속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자는 건데, 예컨대 위의 시설물에 cradle-to-cradle의 개념을 적용하자면 홍보 기간 만료 후에는 약간의 구조 변경으로 벤치로 바뀐다거나 손쉽게 다른 용도로 전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 A5 바인더의 친환경 효과

    A5용지와 6공 바인더 조합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서 느끼고 있는 친환경 효과는 아래와 같다.

    • 우선 사용단위가 일반적으로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A4 용지의 절반. 즉, material footprint가 반이다. 글자도 축소해서 출력하는 관계로 페이지 수가 늘어나는 것도 아님.
    • 6공 바인더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보관 용적을 줄이기 위해 양면 인쇄를 하므로 추가적인 종이의 절약효과 증대.
    • 프린터에 A5 용지 세팅하고 펀치로 구멍 뚫는 과정이 손이 많이 가는 관계로 아무 거나 출력하고 보는 습관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어서 추가적인 효율 증대 발생.
    • 출력해서 천공하고 바인딩해놓으면 책처럼 읽기 쉬워져서 인쇄물이 읽힐 확률이 약간 더 증가함.
    • 결과적으로 이면지 발생이 급격히 줄어들어 이면지 보관에 따르는 수고도 아끼고 쓰레기 발생량 감축 효과도 볼 수 있음.

    이래저래 A5용지 사용에 따르는 친환경 효과는 상당하다고 본다. 한편, 모든 문서를 A5 크기로 통일하기 어려운 몇 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12pt 이상의 큰 글씨로 출력해서 보고해야 할 경우 A5 크기의 용지는 너무 작다
    2. A5 용지를 수납하기 위한 바인더, 폴더 등의 문구류 체계(ecosystem)가 아직까지는 제한적이다.

    흥미롭게도 아이패드 화면의 크기가 A5 용지와 거의 같다. (A5 용지의 세로 길이가 약 1cm 정도 더 길다. 가로 길이는 일치.) A5 용지에 적은 필기노트를 그대로 스캔해서 pdf로 만들면 아이패드에 1:1 크기로 저장해서 볼 수 있다는 이야기. 조만간 아이패드와 직통으로 연결될 수 있는 휴대용 문서 스캐너가 출시되지 않을까 싶은데.

    *비고: 환경영향 평가 등에서 사용되는 용어 중 Ecological/Material Footprint를 어떻게 번역해야할지 모르겠음. 종종 사용되는 “생태발자국”이라는 표현은 너무 어색한데.

    *후기: 아이패드에서 iBook의 화면 표시 방식 때문에 A5 용지를 스캔한 것이 1:1은 아니고 1:0.95 정도로 아주 약간 축소되어 표시된다.]]>

  • 별이 보인다

    대도시에 살면서 가로등 조명과 대기오염에 묻혀 평소에 별이 잘 보이지도 않거니와 별자리 등에 관심도 없었기에 “별 볼 일 없는”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Star Walk라는 앱을 사용하면서 그리고 청명한 가을 하늘 덕분에 드디어 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앱은 아이패드/아이폰의 위치 및 방향인식 센서 기능을 활용해서 현재 밤하늘에 보이는 별자리를 화면상에 나타내준다.

    어렴풋이 밤하늘에 보일듯 말듯 하던 반짝거림 몇 개가 사람들이 “백조자리”라고 부르는 별의 묶음임을 알았을 때 얼마나 신기했던지.

    그래서 천문학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싹트고 있다. 그런데 천문학을 이해하려면 공간적 상상력과 기하학적 인지능력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예컨대 황도(the ecliptic)라는 게 무엇인지 알아보려하는데 도무지 이해가 확실하게 되질 않는 거다. 그래서 갈 길이 멀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다.

    누군가가 자기는 원래 천문학에 관심이 있었는데 머리가 나빠서 일찌감치 그만뒀다는 이야기를 최근에 들었는데 이제 그말이 실감이 난다.

    그렇더라도 Star Walk/아이폰과 같은 보조기기의 도움으로 평소에 인지하지 못하던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즐거움에 대한 기대 때문에 구름없는 깨끗한 밤하늘이 기다려진다.

  • timing of decision

    과실이 적당히 익었을 때 따야하는 것처럼 조직에서의 의사결정도 조직내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때를 보아 적절한 타이밍에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이 아직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의사결정자가 결단을 내리면 그 결정이 제대로 실행되기 어렵다. 적절한 타이밍에 지시를 내리면 조직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해야되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참 잘 된 결정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매끄럽게 일이 진행될 수 있다. 리더는 ‘준비’라는 과정을 통해 조직 내에 적절한 타이밍에 의사결정이 공포되고 실행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야 한다.

    조직원과의 충분한 준비 과정 없이 리더 혼자 머리 속으로 생각해서 ‘이게 정답이다’라고 지시를 내려봤자 조직원은 ‘도대체 뜬금없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하고 의아해하고 리더는 ‘말도 못 알아듣는 이런 무능한 직원들과 같이 일해야하는 내가 한심하다’라고 한탄하면서 조직에 탓을 돌리게 된다.

    리더는 자신이 내리는 의사결정의 순간 뿐만 아니라 그 시점에 이르기까지의 준비과정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 조직이 따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리더로서의 책임을 완수하지 못한 것이다. 즉, 리더는 ‘결단의 순간 (decision point)’에 이르기 전, 평소에 조직원들과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그의 리더로서의 성과가 좌우됨을 알아야 한다.

    참고

    1. 미시건대 Noel M. Tichy 교수의 투고 기사 Leadership Judgment (pdf)
    2. “決断”命! 空回りリーダーが最後までさらした醜態, 日経ビジネス. 2011.9.1
  • my starbucks reward

    한국 내에 다양한 커피전문점이 생겨나면서 스타벅스가 예전에 누리던 우월적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이미 투자된 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듯 하나 웬지 예전만큼의 design inspiration은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근래 시행되고 있는 마케팅 캠페인은 본사의 기본 안을 따라가는 듯한 느낌. 한국 상황에 최적화된 고유한 활동은 눈에 띄지 않는다.

    마침 2011년 9월 1일부터 시작되는 마이 스타벅스 리워드 프로그램은 기존의 스타벅스 카드에 사용빈도에 따른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인데 설명이 복잡하여 내용이 한번에 파악되지 않는다. 좀 더 분발하길 기대한다.

  • with a vengeance

    영어에서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표현 중 하나가 “with a vengeance”.

    이 표현을 처음 만난 것은 영화 다이하드 씨리즈의 세 번 째 작품 “Die Hard with a Vengeance“에서였던같다. 이 표현을 번역하기가 쉽지 않은데 문자 그대로라면 ‘복수심을 가지고’가 되겠지만 약간 은유적 또는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그 문맥에 따라 길게 풀어쓰자면 “와신상담(臥薪嘗膽)하는 심정으로”, “어디 한 번 당해봐라 하는 듯이” 또는 약간 더 줄여보자면 “맹렬한 기세로”, “이를 악물고”, “독기를 품고”, “보란듯이”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형용사구로 쓰일 경우에는 “지독한”, “뼛속까지” 등으로 옮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의미가 지나치게 강한 나머지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하기는 곤란한 표현이기도 하다.

    (예)

    He made a comeback with a vengeance. 그는 보란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Vegan with a Vengeance (책 제목임) 지독한 채식주의자


    출퇴근 버스와 전철 안에서 수도 없이 접하게 되는, 수술 이전과 이후를 적나라하게 비교해주는 성형외과 광고를 보면서 머리에 떠오르는 단어가 with a vengeance다. 상당한 고통과 비용에도 불구하고 그런 수술 과정을 통과하고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일상생활로 돌아오는 사람들의 심정이 바로 이 표현에 해당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에서다.]]>

  • Terarosa

    드물긴 하지만 간혹 남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책이나 가게를 접하는 경우가 있다. 그 책에서 밝혀놓은 비법이 너무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전략적 유효성이 감소되거나 가게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서 아늑한 분위기가 훼손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강원도 어느 도시에 탕수육이 맛있으면서도 저렴한 가격에 양을 많이 주는 한 중국집이 있는데 누군가가 블로그에서 그 가게에 대한 정보를 퍼뜨린 바람에 오후 4시에 찾아가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형국이 되어버려 그 가게를 아끼던 사람들이 해당 블로거를 매우 심하게 원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에 방문할 기회를 가진 Terarosa라는 커피점은 이미 오래 전부터 널리 알려졌을 뿐만 아니라 홈페이지까지 가지고 있으므로 이곳에 몇 마디 적는다고 크게 문제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손님이 너무 많아 그 가게에서 만드는 빵이 오후 3시 이후에는 품절이 되어버리는 경우와 같은 일이 확대되지 않으면 하는 마음에 약간은 망설임을 가지면서 글을 쓰고 있다.

    함께 방문했던 사람들의 coffee tasting. 찾아간 시간이 9시 가까운 늦은 시간이라 나는 수면장애를 피하려 카페인 함량이 적은 것으로 알려진 Dutch Coffee를 주문했는데 홍삼차와 보이차 중간쯤 되는 녹슨 물 맛이 나서 좀 별로였지만 다른 분이 주문한 라떼는 아주 특별히 맛있었다. 진열해 놓고 판매하고 있는 다양한 커피 원두.

    그곳의 호밀빵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는데 저녁이라 이미 품절되고 없었다. 토요일 아침에 2-3시간 걸려서라도 찾아가서 도대체 무슨 맛인지 확인하고 싶은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