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드물게 크고 작은 오류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오타나 이미 썼던 문장이 다시 튀어 나오는 등의 편집 상의 실수도 있고, 저자나 번역자가 착각해서 엉뚱한 이야기를 적어놓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오류를 발견할 때면 저자나 출판사에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꼭 내가 아니더라도 이와 같은 오류를 지적해서 알리는 사람이 오죽 많을까 싶어 생각을 접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출판사 홈페이지에 오류를 알려주는 글을 남기기도 합니다만 그렇게 하고 나서도 기분이 개운하지만은 않습니다. 블로그에 글도 쓰고 가끔 번역 일도 하는 저 자신도 숱한 오류를 남기고 있는데 다른 사람의 지적이 고맙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그것도 관심의 표현이니까요–기왕이면 그보다는 좋은 이야기를 먼저 듣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겠지요. 오늘은 어떤 책을 읽고 있었는데 엉뚱한 이야기가 쓰여져 있었습니다. 저자는 미국의 꽤 유명한 변호사의 아내되는 분이고 출판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원고를 읽어보았을 텐데 어떻게 이런 오류가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인쇄될 수 있었을까 의아하기만 했습니다. 이걸 어쩌나 하며 생각하다가, 책 전체에서 받은 유익에 대해서 감사의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좀처럼 안하면서 굳이 사소한 실수를 지적하는 이메일을 보낸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어 가만히 있기로 했습니다. 모든 출판물에는 오류가 있기 마련입니다. 심지어 저자가 틀린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그런 크고 작은 흠결까지 포함해서 저자와 출판사의 작품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얼굴에 무수한 흠이 있는데 그런 흠 그대로 그 사람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그것이 상대를 받아들이는 데에 큰 방해가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록 잘못 쓰였지만, 완벽하지 않지만, 100점 짜리가 아니지만 그냥 그대로 저자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이 책을 읽고 있는 저 자신도 완벽하지 않은데 한계를 가진 인간이 만들어낸 출판물이 순도 100%이기를 요구하는 것은 이중잣대를 적용하려는 것이겠지요. 밥에서 돌이 씹히거나 반찬에서 머리카락이 나오거나 핸드폰이 기능적으로 오작동을 보이거나 출판물에서 오타가 발견될 때, “오냐, 너 잘 걸렸다”하며 들뜬 반응을 보이는 것보다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편이 에니어그램 9번인 제 성격에 맞는 것 같다고 정리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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