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수요일 저녁 강남역. 저녁을 먹기 위해 들어선 한 식당에서 “잘 되는 가게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라는 책에서 지적한 잘 안 되는 가게의 전형을 보았다. 비교적 이른 시간이라 손님도 별로 없는데 두 명의 플로어 직원은 경직된 자세로 테이블을 향해 꼿꼿이 서 있었다가 자기들끼리 잡담도 하는 분위기였다. (사진) 나름대로 의도는 언제든 손님이 부르면 달려갈 자세였는데 위의 책에서는 그런 진지함이 오히려 손님에게 부담을 주어 장사에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는데 정말 그렇게 보였다. 직원의 서비스 대기 상태(idling)는 인력의 잉여를 나타내는 것이다. 위의 책에서는 가게를 정리하는 등의 활동을 계속해야 손님이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고 또 가게가 활발하게 운영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비슷한 가격대의 메뉴를 제공하는 바로 옆가게는 동일하게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훨씬 더 많았음을 볼 때 잘못된 서비스 운영이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느낌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줬다. 애매한 대기 상태가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양상은 소매업 뿐만 아니라 사무직 위주로 운영되는 회사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자기 책상에는 앉아 있지만 조직의 생산성에 연결되지 않는 웹 브라우징 등으로 대기 상태를 유지하는 사무 직원의 모습은 비록 고객의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업무 설계의 비효율을 나타내는 것이다. (주 1) 나는 그날 가게에서 밥을 먹으면서 빨리 나가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맛도 별로였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insight를 제공해 준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한다. * 이미지 출처: 잘 되는 가게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일본경제신문사 저/모주희 역 | 아카데미북
주 1. 우리나라의 직장 문화에서는 “업무 시간에 자리를 비운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있기에 마땅히 할 일이 없는 대기 시간에는 어쨌든 자리에 앉아 있음으로써 최소한의 기준을 만족한다는 잠재의식의 영향을 받은 것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1) 대기 시간에 진행해야하는 기본활동요강(default activity protocol)을 만들어 놓거나 (2) 대기 시간에 꼭 자리에 앉아있을 필요가 없도록 사내에 대기시간 집결지(attraction point)를 지정하여 그곳에서 진행되어야 할 업무를 규정하거나 (3) “자리를 지킨다”라는 개념을 없애기 위해 개인 지정석 자체를 없애고 사무실 전체를 모바일화 하는 방안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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