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thoughts

  • quote: 우치다 타츠루, 스승은 있다

    우치다 타츠루의 책 “스승은 있다”(박동섭 옮김, 민들레)는 약간은 수수께끼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데 저자는 그런 대화의 미확정성이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이룬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상대방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 알아버린다면 커뮤니케이션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상대의 말에 대해 알쏭달쏭하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 또는 주관적 해석의 여지가 남아 있는 대화가 좋은 대화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적어놓고 독자가 잘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걸로 됐다라는 식으로 책을 마무리 짓는다.

    “뭐라고요? 여기까지 읽었는데 우치다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모르겠다고요? ” 당신, 이런 책을 써서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 겁니까?” 음…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러면 이만 노선생은 실례하겠습니다. 부디 용서를!”

    — 우치다 타츠루 지음, 박동섭 옮김, “스승은 있다“, 민들레, p150

    선생이 던져주는 지식 그대로를 외우는 것으로는 배움이 성립하지 않고, 학생 스스로 의문을 품고 선생이 하는 말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서 이해할 때 비로소 배움이 성립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다. 다만 모든 일에 대해 ‘무엇이든 본인이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흘러가버리면 곤란한 점도 있다. 과학은 각 개인의 주관적 이해를 넘어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이 존재함을 전제로 성립되기 때문이다. 그런 취지에서 “깨달음”–사물의 이치에 대한 주관적 이해와 해석–이 배움의 끝은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 스승의 가르침

    우치다 타츠루의 책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김경원 옮김, 메멘토)에 인상적인 내용이 있었다.

    오카다: 우치다 선생님은 어디에서 그런 깨달음을 얻으셨어요?

    우치다: 음, 아무래도 참다운 스승을 만났기 때문이겠지요. 내가 스승님으로 우러러보는 분은 합기도회 본부 사범이신 다다 히로시 선생님과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 선생님입니다. 다다 선생님은 세계적인 무도인이시고, 레비나스 선생님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철학자 중 한 분이시지요.”

    — 우치다 타츠루, 오카다 도시오 지음, 김경원 옮김,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 메멘토, p167

    에마뉘엘 레비나스라는 인물이 궁금해져서 그에 관한 책을 읽어볼 예정이다. 우치다 타츠루가 쓴 “레비나스와 사랑의 현상학“(이수정 옮김, 갈라파고스)과 강영안 교수가 쓴 “타인의 얼굴“(문학과 지성사)의 도움을 얻으려 한다. 마침 오늘이 레비나스 서거 19주기가 되는 날이다.(1995년 12월 25일에 작고)

    한편, C.S. Lewis가 존경하는 스승은 George MacDonald라는 인물이었다. C.S. Lewis는 조지 맥도날드의 어록(Anthology)을 책으로 펴내면서 서론에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I have never concealed the fact that I regarded him as my master; indeed I fancy I have never written a book in which I did not quote from him.”

    — C.S. Lewis, in the preface to George MacDonald: An Anthology

    대략 옮기면 이렇다: “나는 그를 나의 스승으로 여긴다는 사실을 숨긴 적이 없습니다. 실제로 제가 쓴 책에서 그의 말을 인용하지 않은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고 생각되네요.”

    존경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복이라고 우치다 타츠루는 말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그러나 그대는 그대가 배워서 굳게 믿는 그 진리 안에 머무십시오. 그대는 그것을 누구에게서 배웠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 디모데후서 3:14 (새번역)
  • quote: 우치다 타츠루,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

    “결단을 내려야 하는 궁지에 몰리기 훨씬 전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야 해요. ‘유사시에 당신은 어떤 적절한 행동을 합니까?’라는 문제와 ‘나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합니까?’라는 문제는 차원이 전혀 다른 이야기예요.”

    — 우치다 타츠루, 오카다 도시오 지음, 김경원 옮김,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 메멘토, p201

    각자의 분야에서 나름의 입지를 구축한 두 사람이 나눈 대담을 기초로 책을 만드는 경우를 일본 출판물에서 종종 보게 된다. “식견있는 잡담”조차 공유가치가 있는 소프트웨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통찰력이 남달리 깊고 예리해야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을 주고 받은 일상적인 대화로는 책을 내기는 무리다.

    일본의 저술가 우치다 타츠루와 오타쿠 계열의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사회비평가 오카다 도시오 두 사람의 대화를 엮은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은 처음에는 크게 인상적이지 않은, 그저 그런 대화로 시작하지만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한 내용이 많아진다.

    전체적으로, 우치다 타츠루와 정신과 의사인 나코시 야스후미의 대담을 기초로 만든 책 “14세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게“만큼은 내용이 조밀하지는 못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익한 통찰이 가득하다.

    저자들에 의하면 두 사람의 대담을 기초로 한 원고를 수정하는 데 우치다 타츠루는 일년 반이 걸렸다고 하고 오카다 도시오는 반나절 걸려서 고작 스무 줄 고쳐서 탈고했다고 한다.(p25)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나의 편견 때문인지 두 사람의 이야기 중에서 우치다 타츠루의 이야기가 더 무게가 느껴졌다.

    책 속의 많은 부분은 우치다 타츠루의 다른 저서에서 이미 언급된 바 있어 겹치긴 하지만 반복해서 생각해볼만한 중요한 이야기라서 오히려 반가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 somewhere in my youth

    영화 Sound of Music 중에 “I Must Have Done Something Good”이란 곡이 있다. 

    무척이나 감미로운 곡조를 가진 이 노래 중에 “somewhere in my youth or childhood, I must have done something good”이란 가사가 나온다. 이 가사 앞뒤 부분의 내용을 살펴보면 ‘세상에 공짜는 없고 모든 일에는 뭔가 원인이 있기 마련인데(“nothing comes from nothing”) 이렇게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는 걸 보면 자기가 어릴 적에 뭔가 좋은 일을 하긴 한 모양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행복에 겨워 하는 말이긴 하지만 자신이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조차 인과응보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걸까 의문을 가지게 된다. 다른 사람의 호의나 친절에 대해 “뭔가 이유가 있지 않고서야 이렇게 잘 해줄리가 없어. 아마도 과거에 내가 뭔가 좋은 일을 했나봐”라고 자기 자신으로부터 이유를 찾으려 하기 보다 사랑의 동인(動因)이 사랑을 받는 편이 아닌, 사랑을 주는 편에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목숨을 바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을 위해 대신 죽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선하고 고귀한 사람을 보면 우리 안에 그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난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가 그분께 아무 쓸모가 없을 때에 당신의 아들을 희생적 죽음에 내어주심으로, 그렇게 우리를 위해 당신의 사랑을 아낌없이 내놓으셨습니다.”

    — 로마서 5:7-8 (유진 피터슨, 메시지 신약)

    *자신이 사랑받는다는 사실이 너무 고맙고 쑥스러운 나머지 반어적으로, 유머스럽게 표현한 것일수도 있다.

  • shadows of self-promotion

    “네가 너를 칭찬하지 말고, 남이 너를 칭찬하게 하여라. 칭찬은 남이 하여 주는 것이지, 자기의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 잠언 27:2 (새번역)
  • quote: 우치다 타츠루, 나코시 야스후미 공저, 14세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게

    교육과 관련된 다수의 저서를 쓴 우치다 타츠루와 사춘기 정신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정신과 의사 나코시 야스후미 두 사람의 대화를 엮은 책. 남다른 생각과 관점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 주고받는 “식견있는 잡담”을 가지고 책을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는데 간혹 책의 제목과 상관 없어 보이는 이야기로 새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청소년 교육의 현실을 바라보는 이들의 예사롭지 않은 통찰이 재미있다.

    “‘어른’은 매사를 자신의 개인적인 기준에 기초해서 판단하고, 그 책임을 혼자 떠맡을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뿐만이 아닙니다. ‘어른이 아닌 사람들’의 부주의와 날림 공사를 묵묵히 치우고 정리하는 사람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아이’가 아닌 ‘어른’이니까 그만큼 ‘여분의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이런 ‘어른’이 일정 정도 있지 않으면 공동체는 오래 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런 ‘어른’을 키우기 위한 교육 시스템이 현재 일본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 우치다 타츠루, 나코시 야스후미 지음, 박동섭 옮김, “14세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게“, 에듀니티, pp12-13

    현실의 문제를 다루는 책 중에는 대안과 희망을 제시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더라도 현실이 왜 그렇게 돌아가는지를 통찰력을 가지고 설명하는 책이 있다. 이 책은 후자에 가깝다. 무도 연구가이기도 한 우치다 타츠루는 자녀 교육에 있어서 아이들의 신체 언어를 읽어내기, 본질적인 상상력으로서의 체감의 중요성, 그리고 일상생활에서의 비언어적 소통을 강조하는데 내게는 이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일상생활은 아주 중요합니다. 되풀이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창의성이나 독창성에 대한 신화를 들먹이며 모두 일상을 업신여기지만 일상만큼 중요한 건 없습니다.”

    — 같은 책, p215

    또한 이들은 인터넷 상의 소셜 네트워크가 가지는 한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인터넷은 자신의 메시지를 발신하는 곳일 뿐이지, 타인의 메시지에 비평적 코멘트를 보태는 일에 대해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요. 신체가 담보하고 있는 억제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보는 것에 대한 매너와 눈에 보이지 않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것에 대한 매너는 다릅니다. 디지털 기호로서 대상을 다룰 때 인간은 잔혹해집니다.”

    — 같은 책, pp124-125

    우연인지 몰라도 바로 전날, 나는 페이스북 계정을 휴면상태로 전환했다. 적어도 3개월 내지 6개월 동안 사용하지 않으려고 말이다. 보다 오프라인적인 감성을 키우는데 시간을 더 쓰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서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보기에는 지성이 정서의 풍부함인 것 같은데 말이죠. 세상일에 대해서 놀라거나, 감동하거나, 독특하게 생각하는 능력 말입니다.”

    — 같은 책, p97
  • quote: 사토 마나부, 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아이들

    “이지매, 부등교, 학습붕괴, 소년범죄가 아이들 위기의 중심이 아니라면, 위기의 중심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매스컴들이 떠들고 있는 많은 ‘위기’가 만들어진 ‘위기’이며, 학령아동 1% 정도의 위기인 것에 비해 적어도 70-80%의 아이들을 엄습하고 있는 심각한 위기가 있다. 바로 ‘배움’으로부터의 도주이다.”

    — 사토 마나부 지음, 손우정, 김미란 옮김, “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아이들“, 북코리아,2003, p19

    우치다 타츠루의 몇 저서에서 사토 마나부 교수를 인용한 것을 보고 읽기 시작한 책. 도쿄대학에서 교육학을 연구하는 사토 마나부(佐藤学, 1951년생) 교수가 2000, 2001년에 각각 발표한 두 권을 합본으로 엮은 책이다. 일본의 청소년들의 실태를 학생 개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전체 교육 시스템의 붕괴의 관점에서 바라본 내용으로서,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바라보는 유용한 관점을 제시한다. 저자는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교육은 노력과 경쟁을 통해 개인의 사회적 신분의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틀을 제공했다고 풀이한다. 그리고 이런 틀을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본다.

    1980년대 이후, 일본 학생들이 공부도 하기 싫고 일도 하기 싫어하는 경향을 현저하게 나타내기 시작한 현상에 대해 저자는 산업화에 의한 고성장 시대가 끝나고 저성장 시대에 들어서면서 자녀들이 공부를 통해 부모보다 더 나은 사회적 신분을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 것이 학생들의 의욕상실과 무기력의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압축된 근대화가 종언을 맞이하자 그 파탄이 한꺼번에 드러났다. 이제 대다수의 아이들은 학교교육을 통해 부모보다 높은 교육력을 획득할 수도, 부모보다 높은 사회적 지위를 획득할 수도 없다. 학교는 일부의 ‘성공팀’과 다수의 ‘실패팀’을 가르는 장소로 변모했다. 학교는 많은 아이들에게 실패와 좌절을 체험하는 장소가 되어버렸다.”

    — 같은 책, pp45-46

    저자는 교육의 위기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공부’와 ‘배움’을 구분하면서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공부’에서 ‘배움’으로의 전환이라고 말한다.

    “저자 자신은 공부와 배움의 차이를 ‘만남과 대화’의 유무에 있다고 생각한다. ‘공부’가 무엇과도 만나지 않고 아무런 대화도 없이 수행되는 것에 비해, ‘배움’은 사물이나 사람이나 사항과 만나고 대화하는 행위이며, 타자의 사고나 감정과 만나고 대화하는 행위이고, 자기자신과 만나고 대화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 같은 책, p65

    저자의 말대로 산업성장기가 막을 내리고 사회가 저성장기에 들어서면서 교육을 통한 사회적 신분 이동의 가능성이 낮아졌다면, 교육의 필요성과 효용을 무엇에서 찾아야 할까? 배움 자체가 추구할만한 보편적 가치로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아니면 최소한 사회적 신분의 “유지”를 위한 필요조건으로서 공부를 안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인상적인 구절.

    “학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알고 있는(할 수 있는) 수준으로 돌아가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모르는(할 수 없는)수준의 내용을 교사나 친구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모방하고 이를 스스로 내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 같은 책, p119
  • 미즈시마 히로코, 여자의 인간관계

    미즈시마 히로코(水島広子) 지음, 박선영 옮김, 여자의 인간관계: 무리짓는 여자들의 관계 심리학, 눈코입. “여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미묘하고도 불편한 관계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섬세하게 관찰하고 실천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책. 설득력이 그다지 강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참고가 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여자들”의 세계가 이토록 복잡하고 까다로운 것이라면 나처럼 단순한 사람은 남자로 태어나서 참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얼마나 자신의 노력을 인정해주는가로 상대방의 사랑을 판단하지만, 여성은 ‘얼마나 자신의 존재에 신경을 써주는가’로 판단한다. 따라서 여성에게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남성의 태도가 사랑의 진정성을 가릴 만큼 중요한 요소다. 기분 나쁜 얼굴을 하고 있으면 ‘무슨 일이 있었나. 괜찮은가’하고 신경 써주는 것이 사랑의 증거라고 여성들은 생각한다. 내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상대가 신경 써줄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여성과 남성이 본질적으로 엇갈린다. 남자나 여자나 서로 답답해할 만하다.”

    —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박선영 옮김, 여자의 인간관계: 무리짓는 여자들의 관계 심리학, 눈코입, p38-39

    저자 미즈시마 히로코(水島広子, 1968년생)는 케이오대학 의대에서 정신신경과를 전공, 대인관계요법에 대해 일인자로 알려져 있다. 특이하게도 2000-2005년 사이에 일본 중의원으로 두 번 당선되어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한 번 책을 쓴 사람은 계속 책을 써내는 일본 출판계의 특징인지도 모르겠지만 공저를 포함, 50권이 넘는 엄청난 수의 저서를 자랑한다. 우리말로 번역된 책은 이 책과 “나는 절대 외모에 집착하지 않는다“(김영주 옮김, 부광출판사) 두 권 뿐인 듯.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본과 우리나라 사이에 문화적으로 공유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런 걸까 싶은 한편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이 다른 문화권에서도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것인지 궁금했다. 책 전체적으로「뒤틀린 여자」라는 표현이 계속 등장하길래 도대체 어떤 일본어 표현을 옮긴 걸까 궁금해서 찾아보았는데 일어 원서에서는 그냥 “「女」”로 표기되어 있었다. 일본어에서 따옴표의 관용적 의미를 나는 잘 모르긴 하지만 원저자가 쓴 함축적인 표현을 옮긴이가 엄청 고심한 끝에 적절한 우리말 표현으로 풀어 옮겼다는 느낌이 들었다.


    참고: 저자의 특이한 점 1 – 일본 법률에 의하면 결혼할 경우 부부가 같은 성(姓)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데 각자의 사회적 활동이 많은 저자 부부는 결혼 후에도 각자 원래의 성(아내는 미즈시마 히로코 水島広子, 남편은 하세가와 사토시 長谷川聡)으로 활동하기로 한 것. 단, 법률을 따르기 위해 결혼 서류에는 남편이 아내의 성을 따르는 것으로 표기해서 제출했다. 그러다보니 남편이 여권이나 운전면허증 등 주요 서류를 재발급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이들 부부는 서류 상으로 이혼을 하여 법적으로 본래 이름을 획득한 상태에서 재발급을 받고는 다시 서류상으로 결혼 절차를 밟는다. 그래서 이들 부부는 서류상으로 세 번의 이혼 경력이 있다고.

    저자의 특이한 점 2 – 저자의 아버지인 미즈시마 유타카(水島裕, 1933-2008)도 약물전달시스템(drug delivery system)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이면서 1995년에 참의원으로 당선된 경력이 있다는 점에서 부녀간에 닮은 점이 있다. 딸이 전통적 야당인 민주당 소속으로 중의원 선거에 나갈 당시, 아버지 미즈시마는 일본의 전통적 여당인 자민당 소속으로, 정치적으로는 서로 반대 입장었다는 점을 감안,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2세 정치가”와는 약간 다른 경우라고 보는 듯.

  • Christmas Tree 2014

    ecological footprint를 실현하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드는 방법을 시도해 보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한 2002년에는 베란다 전면 유리창에 반짝이등을 크리스마스 트리 실루엣 모양으로 부착해서 만들었다.(아래 사진) christmas_tree_2002 한번은 아이들이 쓰고 남은 색종이를 손으로 길게 뜯어서 베란다 유리창에 모자이크처럼 붙였다. 제작년에는 세탁소에 드라이 맡겼을 때 따라오는 철제 옷걸이를 모빌 형태로 천장에서부터 달아내려서 3차원적인 프레임 구조로 만들었다.(아래 사진) christmas_tree_2012 올해는 아이들과 함께 아파트 주변에 떨어져 있는 잔가지를 주워다가, 함께 줏어온 잣나무 방울과 낙엽에 칠을 해서 다른 장식품과 함께 나뭇가지에 걸어놓았다.(아래 사진) christmas_tree_2014 받침대로는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하노이의 탑” 장난감 받침을 사용했다. 위 사진에서 나뭇가지가 약간 어색해 보이는 이유는 잔가지 열 개를 글루건으로 이어붙여서 만들었기 때문. 접착 부분이 약하기 때문에 장식품을 많이 달 수가 없어 전체적으로 앙상하고 허전해 보이는 것이 약간 아쉽다. 전체 높이는 약 130cm. 나무 아래 왼쪽에 보이는 카드는 그동안 총 네 권의 번역서를 함께 작업했던 에이콘출판사에서 온 크리스마스 카드. 권성준 사장님과 김희정 부사장님, 그리고 그외 모든 직원들이 직접 싸인을 해서 보내주셨다. 전자우편이 아닌, 실제 카드라는 점. 인쇄된 메시지가 아닌, 직접 손으로 쓴 글을 보내주셨다는 점. 그리고 엄청 바쁘실텐데 나같은 사람을 기억해 주셨다는 점 때문에 받으면서 깜짝 놀랐다.]]>

  • Annual Award 2014

    저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과정으로 그 해에 특별히 주목할만했던 것들을 모아 Annual Award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초기 자료가 분실되어 정확히 언제부터 이런 일을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대략 10년째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번 관심을 가지고 찾아주시고 즐겁게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Annual Award를 읽어보면 개인의 관심사가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바로 전 해에 애지중지 유용하게 사용하던 물건이 불과 일년 만에 거의 잊혀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Annual Award에라도 적어놓지 않았다면 아주 잊혀질 수도 있었겠지만 그나마 적어놓아 과거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Annual Award 2014를 보시고 comment란에 부담없이 느낌이나 의견을 남겨주시면 기쁘겠습니다. 그럼 올해의 Annual Award를 발표합니다.

    Person of the Year

    AtulGawande2014

    사진출처: http://atulgawande.com/media/images/ ©Aubrey Calo

    Atul Gawande

    대략 10년 전쯤인가, 미국 출장 중 들른 한 서점의 논픽션부문 추천도서 매대에 놓인 Complications: A Surgeon’s Notes on an Imperfect Science(2002) 표지가 눈에 확 들어왔다. 시간이 많지 않아 표지가 주는 느낌만으로 구입했는데 첫 장부터 스릴러 소설을 연상시키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그것이 외과의사, 저술가, 공공보건정책 연구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아툴 가완데(Atul Gawande, 1965년생)와의 첫 만남이었다.

    이후 저서인 Better: A Surgeon’s Notes on Performance (2007), The Checklist Manifesto: How to Get Things Right (2009), 그리고 2014년 10월에 발간된 Being Mortal: Medicine and What Matters in the End까지, 매번 나는 그의 깊은 통찰과 The New Yorker 컬럼니스트 다운 깔끔한 글쓰기에 매료되었다.

    나는 그의 책도 좋아하지만 외과의사이면서도 강연과 글쓰기를 병행하며 보건의료정책에도 관여하는 다차원적인 활동을 도대체 어떻게 영위하는지가 놀랍고 궁금하기 짝이 없다. 사람들은 더 좋아하는 일을 위해 다른 일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쥐라기공원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이클 크라이튼도 원래 하버드 의대를 졸업하고 Salk 연구소 등에서 근무한 의사 출신인데 글쓰기에 전념하기 위해 의료계를 떠났다–아툴 가완데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뭔가 배울 점이 있을 것 같다. 영국 BBC 라디오방송에서 아출 가완데의 최근 강연 네 편을 제공하고 있으니 참고해 보시길.

    2011년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 重明), 2012년 Benjamin Carson에 이어 또 한번 의사 직업을 가진 인물이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었다. 왜 나는 글쓰는 의사를 좋아하는 것일까? *참고로, 국내 서점에는 그의 이름이 “아툴 가완디“(미국식 발음)로 소개되어 있는데 저자 본인은 “아툴 가완데”로 발음한다는 걸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Book of the Year

    book_year2014

    이강룡 지음,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2014년 상반기에 가장 인상 깊었던 책. “한국어를 잘 이해하고 제대로 표현하는 법“이라는 부제처럼, 꼭 번역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말을 보다 풍부하고 명료하게 표현하는 요령을 가르쳐주는 매우 유용한 책이다. 이 책은 같은 이야기라도 보다 깔끔하게 표현하는 방법이 있음을 깨우쳐 준다. 2014년 4월 경에 이 책을 읽고서는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직 지키지 못하고 있음이 아쉽다. 참고로, “이강룡의 글쓰기 특강과 번역신공” 강의를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으니 참고해 보시길.

    신성대 지음, 품격경영 (상, 하)

    2014년 하반기에 가장 인상 깊었던 책. 이미 포스팅한 바 있지만, 우리가 행동 습관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더욱 나은 의사전달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다양한 실제 사례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실제적인 대안을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특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이들이 국제 교섭 무대에서 어떤 점을 고쳐야 하는지를 신랄하게 지적하는 부분에서 긴장감이 넘친다. 상하권 합쳐 1100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honorable mentions

    “honorable mentions”란 ‘장려상’ 정도에 해당한다. 2014년 동안 읽은 책 중에서 인상 깊었던 책들은 다음과 같다:

    • Ed Catmull, Creativity, Inc. – Pixar의 사장인 에드 캣멀의 자서전 같은 책. “창의성을 지휘하라“(윤태경 옮김, 와이즈베리)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매번 대형 히트작을 만들어내는 창의력 집단인 픽사에서 어떤 식으로 업무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재미있게 설명한다.
    • Kate Fox, Watching the English – 인류학자 케이트 폭스가 영국인의 문화와 습관에 대해 자세하게 풀이한, 아주 재미있는 책. “영국인 발견“(권석하 옮김, 학고재, 2010)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원서로는 2014년에 개정증보판이 출간되었다.
    • 존 러스킨 지음, 곽계일 옮김,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 현재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에 대해 이미 오래 전에 많은 이들이 고민하고, 지금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더 깊고 철저하게 검토했음을 느끼게 해 준 책. 아무래도 고전을 더 많이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우치다 다츠루 지음, 하류지향 – 공부가 무엇인지에 대해 남다른 통찰력이 돋보이는 사회비평서. 현대 사회의 아이들이 공부와 노동으로부터 도피하는 이유의 본질을 파헤치는데 매우 설득력이 있다.
    • Richard & Linda Eyre 지음, The Entitlement Trap – 아이들에게 특권 의식 대신 책임감을 길러주는 실제적인 방법을 제안하는 책. “대신 해주고 돌아서서 후회하는 마음 약한 엄마“(노지양 옮김, 푸른숲)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Digital Camera of the Year

    rx100mk3

    Sony RX100 Mk3

    Sony사는 2012년 6월에 RX100를 발표한 이후, 매년 개선판을 내놓고 있다. 그러니까 2013년 6월에 RX100 Mark II, 그리고 2014년 6월에 RX100 Mark III를 발표했다. RX100 Mark II까지는 너무 작고 그립감도 별로 좋지 않은 듯 해서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여러 매체에서 대단히 좋은 평을 꾸준히 받는 것을 보고 구입을 결심했다. 실제로 사용해 보니 손에 쥐는 느낌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화질과 조작성 면에서 탁월하며 특히 LCD 패널이 접혀지는 기능은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을 때 매우 편리하다. 어두운 조명 하에서는 아이폰 6로 찍은 사진보다 화질이 확실히 낫고, 심지어 DSLR인 Nikon D600 + f1.8 렌즈 조합으로 찍은 사진보다 더 또렷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간혹 촛점을 맞출 때 시간이 더 걸리거나 화면이 켜지지 않는 등의 문제–이것은 최근 펌웨어 업데이트시 고쳐졌다고 함–가 있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매우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 이 제품을 사용하면서부터는 무거운 DSLR을 잘 들고 다니지 않게 되었다.

    Accessory of the Year

    교통카드용 고리

    keyclip

    이미 Annual Award 2008에서 Accessory of the Year 수상 경력이 있는, 매우 유용한 물건. 한때는 USB 메모리 등을 달고 다녔는데 2014년 한 해 동안은 주로 교통카드 악세사리를 달고 다니는 용도로 사용했다. 주로 바지의 벨트끈이나 가방에 달고 다니면서 버스와 지하철에서 요금을 계산할 때 고리를 풀고 사용하고 다시 안전하게 원래 위치에 걸어둘 수 있는 것이 장점. 교통카드를 지갑에 넣거나 스마트폰 케이스에 끼워다니는 것보다 편리하다. 의정부 용현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뉴빛(Newvit)이라는 모바일 기기 악세서리 전문업체에서 만들었다.

    Diet Program of the Year

    slimfast2014

    Slim Fast Protein Shake Mix

    2013년부터 체중감량을 위해 먹기 시작한 Slim Fast Rich Chocolate Royale Shake Mix Powder . 내용은 초콜렛 맛이 나는 단백질 가루인데 무지방 우유에 타서 아침식사 대신 먹는다. 적어도 이걸 먹고 있는 동안은 체중이 평소보다 1-2kg 적게 유지된다. 원래는 하루 두끼를 이걸로 해결해야 체중 감량이 이뤄진다는데 아직 그렇게까지는 못하고 있다. 미국 Amazon 가격으로는 큰 통 하나(하루 한 잔 마시면 한 달 분량)에 약 15,000원 정도이니 다이어트식품 치고는 저렴한 편. 2014년 한 해 동안 잘 먹었는데 이제 Slim Fast는 중단하고 2015년에는 야채와 과일을 위주로 한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려고 한다.

    Restaurant of the Year

    zelen_salad_2014

    Zelen

    한남동오거리 구 단국대학교입구 자리에 위치한 불가리아 음식점 Zelen. 가게의 이름은 불가리아어로 green 이라는 뜻이라고. 점심 시간에만 제공하는, 경쟁력 있는 가격의 샐러드바+런치 메뉴가 매우 만족스럽다. 점심에 찾아가면 일반적인 메뉴판 대신 작은 칠판에 적힌 그날의 메뉴를 직원이 가져와 보여주는데 대부분 생소한 제목의 메뉴라서 물어보면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는 주고받음이 재미있다. 디저트로 제공되는, 꿀을 얹은 요구르트도 깜짝 놀랄만큼 맛있다. (자세한 설명은 tampr님의 Trend Explorer 포스팅을 참조) Jee Abbey Lee님의 2011년도 CNN 기사 “Zelen Bulgarian restaurant: Seoul’s most unlikely culinary success story”에 따르면 이 가게를 운영하는 불가리아인 형제는 2002년에 한국에 들어왔다고. 이곳에 10년 넘게 거주해서 우리말도 꽤 잘하는 편이다.

    Hobby of the Year

    goldcrest_wilma_2014

    화분키우기

    용인 백남준아트센터 건너편 지앤 아트 스페이스 꽃가게에서 깊은 영감을 받은 이후 작은 화분을 사서 집에 놓는 취미가 생겼다. 쓰다듬으면 풀에서 싱그럽고 달콤한 향기가 나는 Goldcrest Wilma(위 사진. 대개 “율마”라고 부름)를 비롯, 여러 종류의 화분을 하나 둘씩 사서 창가에 두고 키우는 중. 화분을 키우다보니 햇빛이 비치는 창문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새삼 느끼는데, 키우면서 가장 난감한 점은 물주는 시점을 아직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 마치 아이들을 키우면서 훈육을 충분히 또는 적절히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Gadget of the Year

    bose_qc15_2014

    Bose QuietComfort-15 Noise-Cancelling Headphone

    십 수 년을 벼르다 마침내 손에 넣게 된 Bose의 소음제거 헤드폰 QuietComfort 15. 소니를 비롯한 다른 회사들의 소음제거 헤드폰과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은 귀를 감싸는 부분이 충분히 커서 오래 쓰고 있어도 귀가 눌리지 않아 편하다는 점. 출퇴근시 광역(직행좌석)버스에서 보내는 편도 40분 동안 오디오북을 듣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부피가 좀 있다는 것이 단점. (참고로 QC-15는 그 사이에 단종된 듯. Bose에서 신제품 QC-25를 같은 가격에 출시했다.)

    Podcast of the Year

    Mosaic Podcast (Erwin McManus, Hank Fortener)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내에 위치한 Mosaic교회(*공식적으로는 자신들을 “church”라고 부르지 않고 “community”–공동체–라고 부른다)의 설교 팟캐스트. 주로 담임목사인 Erwin McManus와 그의 동역목사 Hank Fortener 두 사람의 설교가 제공된다. McManus는 엘살바도르 출신의 히스패닉계이고 Fortener는 한국계 여성과 결혼했다. 그래서 그런지 공동체에 있어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깊어 보인다. 특히 매년 한 번씩은 “Party Theology“라는 주제를 가지고 설교를 하는 것이 관례라고 하는데 2014년도 Party Theology 설교 녹음분을 추천하고 싶다. 대부분의 설교 팟캐스트가 25-30분량으로 제작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들의 설교는 약 한 시간 정도로 꽤 길다. 두 사람 모두 체력이 대단한 듯. 과거의 설교를 포함, 약 100편에 달하는, 다양한 주제의 설교를 팟캐스트를 통해 들을 수 있다.

    Stationery of the Year

    pen_assortment_2014

    Faber-Castell Basic Fountain Pen

    Lamy Safari 만년필은 가볍고 서걱거리는 것이 마치 연필 같은 느낌이 들어 애용하고 있는 한편 간혹 서명을 할 때나 영어 필기체를 쓸 때는 약간 묵직한 펜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Faber-Castell Basic satin chrome 만년필이 묵직하다는 평을 보고 구입했는데 과연 그렇다. (위 사진에서 가장 왼쪽에 있는 제품) Bestpen.co.kr에서 45,000원에 구입했는데 매우 만족스럽다.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만년필이 아니더라도 만족스러운 필기감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아닌가 싶다. 같은 회사의, 흐름이 매끄러운 Royal Blue 잉크와도 좋은 짝을 이룬다.

    Space of the Year

    myungdong_cathedral
    myungdong_cathedral_2

    명동성당 1898+

    명동성당 지하에 1898+라는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이 생겼다. 이곳이 원래는 어떤 공간이었는지 나로서는 알지 못하지만 오래된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전통의 보존과 개발이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한편, 종교적 공간에 상업적 요소가 혼합되었다는 점에서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름대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가게들을 입점시켰다는 점이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에 개관하여 계속 조금씩 다듬어져 가는 중인데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기대된다. 공간과 경험을 디자인한 매우 인상적인 사례로서 Space of the Year에 선정.

    Magazine of the Year

    around1
    around2

    Around

    2014년도의 주목할만한 잡지는 Around. 여행과 아웃도어를 중심 주제로 한 라이프스타일 잡지다. 이런 저런 여행/라이프스타일 잡지가 많은 중 유독 이 잡지에 호감을 갖는 이유는 주인공과의 질의응답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글쓰기의 형식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바로 집앞 도서관에 가면 읽을 수 있지만 좋은 잡지를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에서 가급적 책방에서 구입해서 보고 있다. 나같이 노안을 가진 사람이 읽기에는 글자가 작다는 것이 아쉬운 점.

    Toothpaste of the Year

    pumping_toothpaste

    페리오 46cm 펌핑치약

    치약은 대체로 치주염 예방, 치석 제거, 구취 제거 등의 효능을 강조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LG생활건강에서 출시한 페리오 46cm 펌핑치약은 용기로 차별화했다. 얼핏 샴푸나 물비누병으로 착각하기 쉬운 모습의 용기. 간혹 손을 씻을 때 이 치약병을 누르는 일도 발생하곤 하는데 일단 무척 편하다. 사용이 편리성이 워낙 뛰어나다보니 이 치약의 효능이 좋은지 나쁜지는 거의 생각하지도 않게 된다.

    Epilogue

    2014년은 연초부터 사회 전반적으로 슬프고 답답한 일이 많은 한 해였습니다. 미래학자 최윤식의 전망으로는 2020년까지 더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2014년 동안 낭비되는 시간을 줄여본답시고 페이스북 활동 등의 소셜미디어 활동도 나름 줄이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다지 효율적인 시간 활용을 하지 못했음을 반성합니다. 2015년을 앞두고 새로운 다짐과 함께 더 나은 새해를 설계해보려고 합니다. 2014년도를 잘 마무리하시고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 – 이제까지의 Annual Award는 다음과 같습니다:

    1. Annual Award 2017
    2. Annual Award 2016
    3. Annual Award 2015
    4. Annual Award 2014
    5. Annual Award 2013
    6. Annual Award 2012
    7. Annual Award 2011
    8. Annual Award 2010
    9. Annual Award 2009
    10. Annual Award 2008
    11. *Annual Award 2005-2007는 파일을 분실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