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ision course

결정적으로 음식이 맛이 없다. 몇 명 안 되는 다른 손님들의 인상을 보아도 맛있게 먹고 있다는 느낌이 오지 않는다. 최윤식 지음, 2030 대담한 미래 (지식노마드)에서는 “자영업 창업자 10명 중 6명이 3년 안에 폐업을 한다”고 하는데 (p128) 이렇게 맛이 없는 음식점이 과연 3년을 버틸 수 있을까? 가만히 놓아두면 결국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이 예상되는 collision course(결국 충돌할 수 밖에 없는 경로)상에 있는 이 가게의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아 안타까운 심정으로 가게를 나섰다. 그나마 가게 주인이 “맛있게 드셨습니까?”라고 나에게 묻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런 질문을 받았다면 나의 생각을 솔직하게 전해주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고민했으리라. 이런 상황을 둘러싼 몇 가지 경우를 생각해 보았다.

  1. 경우 1: 음식맛이 없다는 것을 주인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 만약 주인이 음식맛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도대체 왜 사업이 잘 진행되지 않았는지 파악하지도 못한 채 1-2년 안에 가게 문을 닫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마치 비즈니스 감각이 현저하게 결여된 2세, 3세 경영자가 기업을 물려받아 회사를 말아먹는 경우와 닮았다. 자신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는 주관적인 인식과 다른 사람들이 보는 객관적인 인식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보다 객관적으로 본 현실을 당사자에게 깨우쳐 줄 수 있다면 크게 도움이 되겠지만 (1) 당사자 자신이 남의 말을 열린 마음으로 들을 준비가 안 되어 있거나 (2) 꼭 필요한 고언을 해 줄 용기와 관심을 가진 동료나 코치역할을 할 멘토가 주변에 별로 없음이 안타까운 일이다.
  2. 경우 2: 주인은 음식맛에 대해 문제점을 느끼지만 주방장이 가족이거나 사업 파트너이거나 혹은 주인의 마음이 여려서 교체가 불가능하다. – 문제를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서 관계의 족쇄에 묶여 손을 쓰지 못한다면 적자 폭이 늘어나는 것을 계속 지켜보는 가운데 사업자금을 다 까먹고 문을 닫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비즈니스 센스는 갖췄지만 조직을 장악할 수 있는 실질적 권력을 가지지 못한 채 명목상의 경영권을 넘겨받은 전문경영인의 경우와 닮았다.
  3. 경우 3: 주인, 주방장 모두 음식맛에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자금 형편상 저가의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 사업 초기의 빠듯한 자금 사정상 어쩔 수 없이 저가의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는데 형편이 나아지면 차츰 좋은 식재료로 바꿀 생각이다. 하지만 유동인구가 제한적인 동네 음식점에서 초기에 고객의 신뢰를 잃으면 만회가 무척 어려울 것이다. 이 경우는 지역적 한계나 규모 상의 한계에 부딛혀 원하는 수준의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사업을 꾸려가야 하는 많은 중소기업의 상황과 유사하다. 문법적 오류와 철자 오류가 여기저기 눈에 띄는 영문 이메일을 해외 고객에게 내보내고 있으면서도 회사의 인력 구성상 달리 손쓸 방도가 없어 그저 상대방이 너그럽게 봐주기만을 바라는 중소기업이 아주 없지는 않으리라 생각된다.
어떤 이유에서건 자신이 collision course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조직이 완전히 침몰할 때까지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이 용감한 것인가 아니면 많은 기회손실을 떠앉고서라도 당장 조직을 해체시키고 각자 자기 갈 길을 찾아가도록 만드는 것이 용감한 것인가?]]>

Comments

“collision course”에 대한 2개의 응답

  1. Soon Young 아바타
    Soon Young

    Would you mind writing this in English, please?
    Thank you.

    1. soonuk2 아바타

      Thank you for your comment. Why would you need a translation, may I ask?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