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지음,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나무 백가지“를 읽고 있다. 이일훈, 송승훈의 책 ‘제가 살고 싶은 집은’에서는 이 책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나무에 대해 아주 재밌게 잘 쓴 책입니다. 모양새가 아름다워 가꾸고 싶은 나무, 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무, 우리나라를 대표하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나무로 나누어서 설명합니다. 각각의 나무들이 어떤 상황에서 잘 자라는지와 나무의 쓰임새를 설명하고 있는데 이 책에 실린 내용을 모두 외우고 싶어서 읽고 또 읽었지요.
— 이일훈, 송승훈 저, ‘제가 살고 싶은 집은’ 148 페이지
책을 읽으면서 나무에 대한 인문학적 글쓰기가 이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을 식물로 보는 관점에 덧붙여 그 나무가 존재하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어떤 교분을 가지고 있는지를 마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나가듯 쓴 책이다.
나무에 얽힌 설화도 다양하게 소개한다.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은행나무의 영문 표기가 Ginkgo인 연유에 대한 설명이었다. Gingko 라는 표기라면 그런대로 이해가 가는데 왠지 철자법에도 맞지 않는 듯하게 Ginkgo 라고 쓴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이유미씨의 설명은 무척 반가왔다.
요약하자면 은행나무의 일본 한자 표기는 銀杏이라 쓰고 “깅앙”이라 읽는데 杏라는 한자를 “쿄”라고 잘못 읽어–원래 이 한자는 발음이 여러가지다— Ginkjo 라고 쓰고 이걸 다시 독일인 학자가 Ginkgo로 잘못 적어 학명으로 굳어졌다는 이야기다.
내친 김에 좀 더 조사해 보니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Engelbert Kaempfer라는 독일인 학자가 자신의 동방 여행기를 담은 Amoenitatum Exoticarum이란 책(1712년 발간–300년전이다)에서 일본의 식물 현황을 상세하게 적었는데 원래 Ginkjo라고 적은 것이 제본 시에 활자가 잘못 넣어져서 Ginkgo로 찍혀 나왔고 1771년에 린네가 이를 그대로 인용하여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풀이된다.
오늘날 일본에서는 은행나무를 일컬어 이쵸(イチョウ)라고 하고 은행나무 종자를 긴난(ぎんなん)이라 부른다. (한자 그대로라면 ‘긴앙’인데 연음 효과에 의해 긴난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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