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활 주변에는 아무리 제거해도 다시 등장하는, 고질적인 문제들이 있다. 화장실 욕조 주변의 곰팡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방 안 냄새, 청소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지저분해지는 아이들 방, 그리고 동네 어귀에 무단으로 버려지는 쓰레기가 그 예다. 위의 사진은 어느 동네를 지나다 발견한 모습. 신고 안내 게시물의 내용으로 보아 이미 6개월 전에 붙여 놓은 듯 한데 문제가 전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지점은 초등학교 바로 앞이고 약 100미터 거리에 관공서가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시스템 이론에서는 다양한 변화의 자극을 주어도 원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robustness(강인성)라고 부르고 어느 정도 변화를 주어도 원상태로 돌아오는 능력을 resilience(회복력)라고 부른다. 이런 특성은 일반적으로는 매우 좋은 것이지만 위의 경우와 같은 상황에서는 아주 골치 아픈 문제가 된다. 말콤 글래드웰이 지은 베스트셀러 티핑포인트에서 언급된 깨진 유리창 이론은 무단 유기 등의 행동을 불러 일으키는 초기 환경 요인(예컨대 신경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상징하는 동네 폐가의 깨진 유리창)을 제거하는 것이 사회 무질서를 줄이는 데 큰 기여를 한다고 말하긴 하는데 위의 초등학교 앞 길가에 반복해서 쌓이는 쓰레기의 놀라운 회복력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 동네에서 무단 투기하는 쓰레기가 집결하는 특정 지역(hotspot)이 따로 존재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왜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심지어 남의 눈에 띄지 않는 으슥한 곳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독 쓰레기를 불러모으는(attract) 장소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배경의 원리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마치 학교와 같은 큰 사회조직 내에서 누군가가 특정 약자를 괴롭히기 시작하면 여럿이 계속 그 사람을 괴롭히게 되는 안타까운 파괴적 사회적 행동 패턴이 발견되듯이 지역이나 공간에도 여기에만 오면 왠지 행동을 함부로 하게 된다는 무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적 취약성(spatial vulnerability)이라는 창발적 특성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아인슈타인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그 문제가 발생했을 때와 동일한 이해력 수준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라는 말을 했다고들 하는데 위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이론을 공부해야 할까? 다른 관점에서, 어느 지역에 쓰레기가 포화상태일 때 어느 지점에 누군가가 쓰레기를 버리는 초기 상태(쓰레기의 핵–nucleus)를 만들어 버리면 이후에 그곳에 다른 쓰레기가 집결하게 된다는 모델을 통해 설명할 수 있을지도. 아파트 단지와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는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와 시간 등의 규칙이 이미 정해져 있어서 어느 정도의 질서가 유지되는 반면 단독 주택이 모여 있는 동네에서는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가 어디인지에 대한 규칙이 느슨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집앞”) 결과적으로 혼란스러운 형국이 되어 버리는 것일까? 쓰레기의 초기 집결 지점(controlled nucleus)을 지역자치단체에서 미리 정해버리면 어떨까 싶기도 한데 그렇지 않아도 공간이 부족한데 별도의 쓰레기 수거 장소를 동네 어귀마다 만들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현실성은 낮아 보인다. 과연 어떻게 해야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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