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사람 중 사법고시에 합격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김 모 변호사가 선물해 준 게리 하우겐 저, 이지혜 옮김, 정의를 위한 용기 (IVP간)를 읽기 시작했다. 저자가 변호사인만큼–게다가 사진에 나온 모습도 왠지 강직할 것 같은 인상이라서–책의 내용도 상당히 딱딱할 거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내용과 번역체가 부드러워 술술 읽힌다. 제 1 장 “모험이 빠져버린 여행”은 다음 문장으로 시작한다.
“거의 25년 전에 읽은 글이지만, 생생히 기억난다. 글이 너무나 충격적이었기에 정확히 언제, 어디서 읽었는지도 기억할 수 있다. 대학 새내기 시절 어느 늦은 밤, 나는 기숙사 세탁실에서 건조기에 넣은 옷이 마르기를 기다리며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읽고 있었다.”
세탁실에서 읽는 책이 존 스튜어트 밀이라니. 아니나 다를까 이 사람은 하버드대 Social Studies 전공으로 최우등 졸업을 한 인물이니 평소에 들고다니며 읽는 책부터가 남다르군. 번역문이 상당히 매끄럽다는 생각에 아마존 미리보기에서 원문을 찾아 비교해 보기로 했다.
Even though I read the words almost twenty-five years ago, I can still picture them upon the page. The words were and have remained so disturbing to me that I remember exactly where I was when I read them. I was a freshman in college sitting up late one night in the dorm laundry room waiting for my clothes to dry and reading John Stuart Mill’s essay “On Liberty.”[…]
영어 원문도 꽤 매끄러운 편이었다. 정의 사역이라는 험한 일에 종사하면서도 일반인이 읽기 쉽도록 부드럽게 글을 썼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사람의 강연 동영상을 확인해 봤는데 말투도 의외로 부드럽다.
120여년 전에 활동했던 William Osler라는 의사도 젊어서부터 셰익스피어 류의 문학작품을 두루 섭렵하여 문체와 어투가 상당히 수려했다는 이야기를 읽었는데 이 책의 저자도 고전 문학에 오래 노출된 배경이 있는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일단 다음 기회로 미루고 좋은 책을 선물해 준 김 변호사에게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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