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의 전략은, 작전 목적이 추상적이고 다의성을 띠고 있었으며, 그 전략 지향은 단기결전이며, 전략 수립의 방법론은 과학적 합리주의보다 독특한 주관적 인크리멘털리즘[incrementalism]에 기대고 있었다. 전략 대안의 선택폭은 좁았으며 통합성이 결여되어 있었다. 자원으로서의 기술 체계 역시 특정 부분을 극대화하는 이른바 일점호화주의[一點豪華主義]로 전체적인 균형이 부족했다. 또한 일본군 조직은 본래 합리적이어야할 관료 조직이 인맥을 기반으로 하는 집단주의와 혼재했고, 시스템에 의한 통합보다도 개인에 의한 통합이 지배적이었다. 학습은 기존의 틀을 강화하는 고정적 방향으로 치달았으며 업적 평가는 결과보다 동기나 과정을 중시했다. 이러한 원인을 종합하면, 일본군은 자신들의 전략과 조직을 환경 변화에 맞게 바꾸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다.” — 노나카 이쿠지로 외 5인 지음, 박철현 옮김, 일본 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 : 태평양 전쟁에서 배우는 조직경영, 주영사, pp348-349지식경영에 관한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노나카 이쿠지로 교수가 집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읽게 된 책. 일본이 벌인 전쟁에서 대표적인 실패 사례 여섯 가지를 조직경영 차원에서 분석한 내용이 무척 흥미롭다. 실패의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찾아내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위의 인용구는 일본군의 조직 상의 문제를 요약 정리한 것인데 구구절절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 이 책에서는 일본군에 비해 미군이 가진 조직상의 강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일본이 패전국이니만큼 자연스럽게 그런 귀결이 나오는 것일 수도 있긴 하지만 그렇다면 그런 조직상의 강점을 가진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서는 승기를 잡지 못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책의 대미를 장식하는 “제4장. 실패의 교훈 — 일본군 실패의 본질과 오늘의 과제”에서는 조직학습이론의 구조를 총정리해주고 있는데 이 내용 또한 압권이다. 조금 어렵긴 하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 정리해볼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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