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추천하는 책. 마틴 슐레스케 지음, 유영미 옮김, 가문비나무의 노래, 니케북스(2013). 저자인 마틴 슐레스케(Martin Schleske)는 독일에서 바이올린을 만드는 장인인데 꽤 이름이 있는 인물이라고. “바이올린 제작 학교”에 대해 궁금해진 아내가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바이올린 제작에 관한 내용이려니 기대하고 구입했는데 읽어보니 바이올린을 만드는 자신의 일 속에서 느끼는 삶의 의미와 교훈을 써내려간, 상당한 깊이가 있는 묵상집이었다. 돌멩이를 집었는데 보석이었던 것.
“내게 믿음은 차츰차츰 만들어지는 작품과 같습니다. 그것은 예술 작품과 비슷합니다. 그 안에서 창조적인 힘, 즉 거룩한 현존이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나의 일과 믿음을 담았습니다.”
— 마틴 슐레스케 지음, 유영미 옮김, 가문비나무의 노래, 니케북스(2013), p6(머리말에서)
저자는 2010년에 Der Klang(울림–삶의 의미에 관하여)이라는 책을 냈는데 그 책에서 문장을 엄선하고 사진작가 도나타 벤더스(Donata Wenders)의 사진을 곁들여 2011년에 엮어낸 묵상집이 이 책이다. 원제는 Klangbilder(울림의 이미지). 이 책은 삶에 대한 관조(reflection)를 의도해서 쓰였기 때문에 하루에 한 문단씩 읽어나가도록 편집이 되어 있다. 즉, 저자의 의도를 존중하려면 매우 느리게 읽어야만 하는 책이다. 마치 저자가 바이올린 한 대, 한 대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기울인 것과 같은 정성과 세심함으로 공들여 쓴 문장을 너무 빨리 읽어 나가면 안 된다고 알려주듯, 문단 마다 Day 1, Day 2, … 하는 식으로 표시되어 있다.
“우리가 누구인지 보여 주는 것은 우리가 받아들인 교리가 아니라, 우리 삶에 얽힌 관계들입니다.”
— 같은 책, p12
yes24 독자 aconite님의 블로그에서는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흔히 보아왔던 수필집 같은 책이겠거니.. 라고 생각했었는데 책을 펼치자 마자 나의 예상을 훨씬 넘어 아주 깊고도 수준 높은 글로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아주 깊고 깊은 우물에서 길어낸 너무나 맑고 깨끗한 물을 대한 것처럼, 너무나 깊고 깊은 통찰과 아름다운 지혜의 글들이 나를 당황하게 했고, 그래서 책장을 쉽게 넘길 수가 없었다.”
— aconite님의 yes24 블로그 2014년 2월 5일자 포스팅에서 인용
원서는 독일어인데 영어로도 번역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말 번역판을 만날 수 있다니. 그렇지 않아도 책이 잘 안 팔린다는데 문화적 사명감을 가지고 이런 책을 출간할 생각을 한 출판사(니케북스)의 존재에 새삼 고마움을 느꼈다. 추천
참고: 마틴 슐레스케 소개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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