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고령에 이른 내가 그동안 음악, 음악가, 내 일에 대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간추려 엮어낸 것입니다. 문학을 나의 두 번째 업이라 여기는 까닭에 최대한 간단하게 표현하되, 그렇다고 너무 단순하게는 쓰지 않도록 스스로를 부추겼답니다.” — 알프레트 브렌델 지음, 홍은정 옮김, 피아노를 듣는 시간, 한스미디어, p9 (‘들어가는 말’에서)대단히 유명한 인물이라고 하는데 나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 알프레트 브렌델(Alfred Brendel, 1931-). 그의 저서 “피아노를 듣는 시간“은 피아노와 연관된 주요 단어를 알파벳 순서대로 저자의 관점으로 풀이한 사전(glossary) 형식의 수필이다. 평생을 피아니스트로 살아온 저자가 81세가 되는 2012년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이 책 속에서 인생에 대한 통찰을 얻는다.
“한 작품이나 악장의 특성은 거의 대부분 첫 시작과 함께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고음악일수록 더욱 그러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연주를 시작하자마자 바로 그 곳의 매력을 알아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이런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바로 연주자의 중요한 임무가 아닐까요?” — 알프레트 브렌델, 같은 책, p17 (‘시작’ 항목에서)각 사람마다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무언가–자신이 신봉하는 가치 또는 소속된 조직–를 나타내고 대표하는 연주자라고 생각한다면 남들 앞에 자신을 드러낼 때에 첫인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되새겨보게 만든다. 준비가 안 된 상태로 무대에 올라와서 “부족하지만 잘 봐주세요”라고 어설프게 굽신거리면서 청중의 관대함에 기대기 보다 철저하게 준비된 상태로 청중을 맞이하도록 스스로를 단련해야 하는 것은 음악 연주자 뿐만 아니라 자신을 프로페셔널이나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이들 모두에게 적용된다.
“우리는 첫 음부터 마지막 음에 이르기까지 작품 전체를 인도해가는 작곡자의 능력을 드러냄으로써 그의 위대함을 세상에 알려야 합니다.” — 알프레트 브렌델, 같은 책, p203 (‘연관성’ 항목에서)저자는 연주자와 작곡자의 관계라는 문맥에서 위의 글을 썼지만 이 내용은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여러분은 택하심을 받은 족속이요, 왕과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민족이요, 하나님의 소유가 된 백성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을 어둠에서 불러내어 자기의 놀라운 빛 가운데로 인도하신 분의 업적을, 여러분이 선포하는 것입니다” — 베드로전서 2:9 (새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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