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ote: 오카자키 다케시, 장서의 괴로움

“대부분 책이 너무 많이 쌓이면 그만큼 지적 생산의 유통이 정체된다. 사람 몸으로 치면 혈액순환이 나빠진다. 피가 막힘없이 흐르도록 하려면 현재 자신에게 있어 신선도가 떨어지는 책은 일단 손에서 놓는 편이 낫다.” —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장서의 괴로움, 정은문고, p31
이 책은 가지고 있는 책이 너무 많아 어려움을 겪는 이야기를 적은 에세이다. 물건이 너무 많으면 어지간히 치워도 표가 나지 않는다. 저자는 가지고 있던 책 중에서 2천권을 헌책방에 팔아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서고 풍경에 전혀 변함이 없음을 보고 어이가 없어 다음과 같이 적는다.
“그때 깨달았다. ‘대체 당신 집에는 책이 몇 권이나 있는 겁니까?’라는 질문은 정원에 잡초가 몇 포기나 있느냐는 질문과 같이 엉뚱하고 답변 불가능하다는 것을.” — 같은 책, p31
책은 분명히 유한한 개체이고 하나 둘 세어 나가다 보면 반드시 구체적인 숫자가 나오는 물건인데도 불구하고 책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몇 권의 책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는 불편한 진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정작 자신은 엄청나게 많은 장서를 보유하면서 저자는 5백 권 정도로 장서를 제한하는 안을 하나의 대안으로 언급한다. 마치 현실적이지 않은 다이어트 목표를 꿈꾸듯 말이다.
“세상 사람들은 하루에 세 권쯤 책을 읽으면 독서가라고 말하는 듯하나, 실은 세 번, 네 번 반복해 읽을 수 있는 책을 한 권이라도 더 가진 사람이야말로 올바른 독서가다.” — 같은 책, p150 (시노다 하지메의 책 “독서의 즐거움”에서 인용한 것임)
집에 뭐가 너무 많아서 괴로운 것은 꼭 책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리라. 저자는 수집 활동이 가진 위험을 다음과 같이 비유했다.
“광적인 수집가가 아니더라도 모으면 모을수록 수집품이 공간을 압박하고, 부족함을 메우기 위한 ‘번민’이 싹튼다. 커다란 개를 산책시키는 키 작고 힘없는 남자처럼 수집품이 힘을 얻는 순간부터 수집가는 거기에 휘둘린다.” — 같은 책, p102
성경이 말하는 “큰 폐단 되는 일”이 이런 종류의 일이 아닐런지.
“내가 해 아래서 큰 폐단 되는 것을 보았나니 곧 소유주가 재물을 자기에게 해 되도록 지키는 것이라” — 전도서 5:13 (개역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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