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 값의 50%를 훌쩍 넘기도 하는 커피음료를 식후에 마시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대부분의 사무직 직장인은 자신이 힘에 부치도록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지친 몸을 이끌고 오후에도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카페인 섭취가 정당화된다는 자기 암시 하에 금액 불구하고 커피를 마셔주는 것이다.
즉, 커피를 마시는 것은 직장인으로서의 자기 존재감을 스스로 확인하고 남에게 확인시키는 리추얼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행위는 “봐라. 나는 이토록 자신을 혹사시키면서 일을 하고 있다구”라는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기에 남들이 볼 수 있는 길거리에서 컵을 들고 다니는 것이 선언의 취지와 부합된다.
또한 많은 직장인들이 재활용 머그잔 대신 일화용 컵을 들고 다니다가 쉽게 버리는 것은 자기 직업은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것이며 더 나은 조건이 주어진다면 언제든 옮길 마음이 있음을 무의식 중에 투사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여기까지는 2016년 4월 25일에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이다. 오늘 송길영 지음, 상상하지 말라, 북스톤(2015)를 읽다가 살짝 비슷한 관찰을 한 것을 보고 반가웠다.
“그들이 식후 마시는 커피는 단순한 커피가 아니라, 내가 아직은 주류사회에서 잘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주변에 자랑하며 잠시 위안을 얻는 일종의 제례의식 ritual 같은 것이다.”
— 송길영, 상상하지 말라, 북스톤(2015), pp72-73
내가 아주 엉뚱한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에 살짝 위안을 받았다고나 할까.
물론 직장인들의 커피 소비 행태와 관련해서 이 책의 저자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나와는 비교도 안 되게 훨씬 다각도에서 관찰하고 깊게 분석했다. 관찰을 통한 소비자 이해(customer insight)에 관해서 매우 실질적인 참고가 되는 책이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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