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딥“(The Dip)에 마이클 크라이턴(Michael Crichton, 1942-2008)의 이야기가 나온다. 주라기 공원 등의 소설로 유명해진 베스트셀러 저자 마이클 크라이턴은 하버드 의학대학원을 졸업한 후였고 소크연구소(Salk Institute)의 박사 후 연구 과정도 마친 상태에서 의사나 연구원으로서의 출세가 보장된 진로를 마다하고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 (p84) (*찾아보니 학부도 하버드에서 최우등 졸업을 했다고. 그야말로 엄친아에 말콤 글래드웰이 말하는 아웃라이어다.) 여기서 소크연구소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소크연구소?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지난 책을 뒤져보니 후쿠오카 신이치가 지은 “동적평형”에서 언급되었던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호야(La Jolla)에 위치한 저명한 생물학 연구소였다.
“바이오 벤처가 라호야로 몰려든 가장 큰 이유는 소크 생물학 연구소,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 스크립스 연구소 등 초일류 연구교육기관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물론 이들 기관은 새로운 기술을 잇달아 내놓는 지성의 전당으로서 기능한다.” —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동적평형, 은행나무, p14미국 서부 해안가 높은 언덕에 위치한 소크 연구소는 건물이 멋진 것으로도 유명한데 Louis Kahn이 설계한 것이라고. Louis Kahn은 TED를 시작한 Richard Saul Wurman이 은사로 생각하며 존경해 마지않는 세계적인 건축가다. (R.S. Wurman도 원래 건축학도였다.) 이 연구소를 설립한 사람은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Jonas Salk 박사(1914-1995)인데 과학자가 이렇게 멋진 건물을 가진 연구소를 설립할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되었을까가 궁금해졌다. 그것도 당대 최고의 건축가에게 일을 맡길 생각을 하다니. 건축을 맡길 때 Jonas Salk 박사는 “피카소가 찾아올만한 건물을 지어달라(create a facility worthy of a visit by Picasso)”고 부탁했다고 한다. 루이스 칸은 건축을 하기 전에는 미술가였다고. 세상에나. 아웃라이어들은 학문의 경계의 속박에 구애를 받지 않는 모양이다. 조선일보 이길성 기자의 글 “사무실 천장이 높을수록 창의력도 높아진다” 에 의하면 연구가 잘 풀리지 않았던 Jonas Salk 박사가 기분전환을 위해 이태리 중부에 위치한 13세기 수도원을 방문했을 때 높다란 기둥 사이를 거닐다가 영감을 받아 그의 연구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그래서 소크 연구소는 일반 건물에 비해 천장이 높게 설계되었다고 한다. 소크 연구소 홈페이지에 의하면 당시 샌디에이고 시장이었던 Charles Dail은 본인이 소아마비를 앓고 살아남은 이력도 있고 해서 적극적으로 이 연구소를 샌디에이고 지역으로 유치했다고 한다. 한편, 이런 대단한 연구소를 설립하려면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을까 궁금해졌다. Jonas Salk 박사가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댓가로 큰 돈을 벌어들인 것일까 잠시 생각해보았으나 이 분은 자신의 발견에 대해 특허를 신청하지 않고 일반에 공개할 정도로 개인적인 돈벌이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 연구소 설립에 든 돈은 누가 댔을까? 참고:
- 중앙일보에 연재되었던 건축가 승효상의 건축가 승효상의 세계도시 건축 순례 시리즈 중에서 소크 연구소에 대한 글
- 사이언스타임즈에 실린 소크 연구소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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