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음식의 세계에서 샌드위치의 자리매김은 손쉽고 간단하게 요기할 수 있는 식사거리라는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김밥과 비숫한 정도의 자리를 차지한다. 다양한 재료가 한 몸에 집약되어 손으로 들고 먹기 좋다는 면에서 샌드위치와 김밥은 구조적, 기능적인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샌드위치는 여러 층을 포개어 놓는 반면 김밥은 돌돌 말려있는 차이가 있을 따름이다. 샌드위치와 김밥은 둘 다 손으로 직접 만들어지기에 묘하게도 비슷한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맛과 느낌이 다른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정성과 따뜻함이 묻어나는 샌드위치나 김밥은 먹는이의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그런 샌드위치나 김밥은 보기만 해도 그쪽에서 “반가워요”하는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기도 한다. 최근에 한 샌드위치 전문점에서 BLT 샌드위치(베이컨, 양상추, 토마토를 주재료로 사용한 샌드위치, 위 사진)를 주문했다.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만든다는 인상을 주인장이 강조했었는데 막상 음식을 받고나서는 왠지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이 허전한 느낌은 뭐지?”하며 혼자 의아해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샌드위치가 나에게 “반갑다”는 이야기를 걸어주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한참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런 아쉬움이 느껴졌던 이유에 대한 단서를 짚어볼 수 있었다. 그릇 한쪽켠에 피클이라도 몇 조각 놓아주었더라면 허전함이 덜 했을런지도. 식어서 굳은 딱딱한 베이컨이 아니라 방금 구워져 따끈따근하면서도 부드러운 질감이 남아있는 베이컨이었더라면 훨씬 좋았을지도. 토마토나 식빵이 약간씩만 더 두툼했더라면 푸근함을 느꼈을지도. 아주 바짝 구운 토스트가 아니라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하도록 적당히 구워진 토스트였다면 감동했을지도. 나무 플레이트 위에 기름종이 한장 얹어서 내놓기 보다 둥근 사기접시에 올려서 내놓았다면 따뜻한 배려가 느껴졌을지도. 머그잔 밑에 잔받침이라도 있었다면 더 나았을지도. 음식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따뜻한 마음의 전달은 종종 있는지 없는지 인식하기도 어려운 아주 작은 부분에서 판가름이 나기도 하는 듯 싶다. 그래서 옛어른들은 손님에게 차 한 잔 내놓을 때에도 그냥 들고가지 않고 찻잔도 놓고 쟁반에 받쳐 가져가고 선물을 전달할 때에도 겹겹이 포장을 한 후에 친필로 쓴 글을 함께 넣어 전달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는가 보다.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은 샌드위치가 남겨준 허전함은 의외로 오래 지속되었다. 나도 그런 차가운 사람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돌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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