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스 고딘 지음, 안진환 옮김, 더딥(The Dip), 재인 펴냄. 103쪽. 세스 고딘은 분명 흥미로운 인물이고 오래 전에 그의 강연을 직접 들어보기도 했으나 좀처럼 그의 책에는 손에 가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독서모임에서 일주일 이내에 읽기에 부담없는 책을 급하게 선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독서나비포럼 2014년도 도서목록에 이 책이 있길래 구해서 읽게 되었다. 원서로는 80 페이지, 번역서로는 103 페이지에 불과한 짧은 책인데 책값은 300 페이지짜리 도서와 비슷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 우선 인상적이다. 마케팅 분야 유명 강사의 이름값이라는 걸 무시할 수 없는지도.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한마디로 집약하면 “포기하라”에 해당된다. 훨씬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을 제쳐두고 영양가 없는 일, 습관, 관계, 물건 등에 집착하느라 시간낭비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한편, 자신이 최고가 될 수 있는 목표를 두고 침체기나 어려움에 봉착했다면–저자는 이 상태를 딥 dip이라고 부른다–그 때는 포기하지 말고 버텨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자신이 처한 난관이 과연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데 있다. 저자는 그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언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교훈은 이미 여러 저자들에 의해 언급되어졌다. 포기에 관해서는 피터 드러커가 계획적으로, 체계적으로 폐기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어떤 것을 새롭게 시작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 못지않게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폐기(planned systematic abandonment) 또한 중요하다. 즉 기업의 목적과 사명에 더 이상 부합하지 않는 오래된 것들, 고객들에게 더 이상 만족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들 그리고 더 이상 뛰어난 공헌을 하지 못하는 것들을 폐기하는 것 말이다.” — 피터 드러커 지금, 이재규 옮김, 변화 리더의 조건, 청림출판, pp67-68무조건 될 때까지 끈질기게 달라붙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예수님의 교훈에도 등장한다.
“누구든지 너희를 영접하지도 아니하고 너희 말을 듣지도 아니하거든 그 집이나 성에서 나가 너희 발의 먼지를 떨어 버리라” –마태복음 10:14일본의 육상선수 출신 작가 다메스에 다이의 저서 “포기하는 힘“도 이 주제에 대한 책이다. 승산이 있는 영역에 올인해야지 이것저것 다 잘하려고 하거나 승산도 없는데 너무 오래 붙어 있어도 시간낭비라는 이야기를 육상선수의 세계에 빗대어 설명한다. 한편, 견디는 것에 대해서는 C. S. Lewis의 글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필수 문제가 나왔을 때에는 어찌 되었든지 간에 최선을 다해 풀어야 합니다. 그러면 답안을 제대로 못 쓰더라도 어느 정도의 점수는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를 풀지 않으면 단 한 점도 얻을 수 없습니다. 시험뿐 아니라 전쟁이나 등산, 스케이트, 수영, 자전거 타기, 심지어 곱은 손으로 뻣뻣한 목칼라를 잠그는 일에 이르기까지, 처음에는 불가는해 보였던 일들도 결국에는 완수해 낼 수 있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해 내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 C. S. Lewis 지음, 장경철, 이종태 옮김, 순전한 기독교, 홍성사, pp163-164어떤 일, 습관, 물건, 관계를 포기하고 무엇에 집중, 진력해야할지 고민해야겠다. – – – 붙여쓰기: 많은 문제는 다음 세 가지 경우에 발생한다:
- 당장 그만 두는 게 훨씬 유익한데도 포기하지 못하고 고수하는 경우 — 사이비 종교나 사기성 짙은 다단계 판매사업에 빠져든 경우와 같이 객관적, 합리적으로 상황파악이 안 되어 그러는 경우도 있지만 술, 담배, 도박처럼 백해무익한 줄 잘 알면서도 고집스럽게 습관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수익성은 전혀 없는, 한계상황에 다달은 사업을 중단하지 못하거나 이미 큰 손실이 난 투자를 손절매하지 못하고 회복에 대한 막연한 기대 또는 심리적 관성에 의해 유지하다가 재산을 모두 날리는 경우도 있다.
- 조금 더 버티고 견뎌야 하는데 중간에 그만 두는 경우 — 이상하게도 유익한 것은 중간에 그만 두는 사례가 상당히 빈번하게 일어난다. 공부, 운동, 식이요법 등 훈련(discipline)이 필요한 경우가 그렇다.
- 자신의 상황이 위의 두 경우 중 어느 쪽에 해당되는지 판단이 안 되는 경우 — 사업의 경우는 결과적으로만 “그 때 포기하지 않길 잘 했다”라고 말할 수 있지, 실제로 어려움을 통과하는 와중에는 잘 될지 안 될지 알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가망성”이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일까? 아니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 생겨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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