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 of Wishing Well

인사의 기술

나는 십대 시절부터 “메리 크리스마스!”, “생일 축하합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등의 인사말이 줄곧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 인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입을 다물고 있다가 결국은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얼버무리곤 했다.

그나마 몇 년 전, 우치다 타츠루의 글을 통해, 인사말이라고 하는 것은 언어적 표현 그 자체에는 원래 아무 의미가 없고, 단지 상대에게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란다는 제스쳐를 주고 받는 행위가 인류 공통의 의식(ritual)으로 자리잡은 것이라고 배운 덕분에 지금은 덜 어색한 마음으로 인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약간 불편함을 느끼는 인사말 중 하나는 “안부를 전해주세요”라는 표현. 통신과 여행이 쉽지 않았던 과거에는 전달자를 통하지 않으면 인사를 전할 방법이 달리 없었으므로 이런 간접 인사가 의미가 있었지만, 오늘날은 직접 안부를 묻는 것이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어렵지 않으므로 이 표현의 맥락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만약 직접 마주하여 인사를 하기에는 약간 어색한, 아주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관계라면 중개자를 통한 인사가 가능할 수 있는 한편, 어떻게 보면 중재 역할을 하는 사람에게 암묵적으로 ‘나를 홍보해 주세요’라는 부담을 지우는 것 같다는 의구심도 든다.

특히 나는 기억력이 나쁘기 때문에 “식구들에게 안부 전해 주세요”라는 부탁을 받으면 ‘분명 잊어버릴텐데’하는 부담감과 죄책감이 동시에 들어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래서 그런 부탁을 받을 경우 그저 식구들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인사말로 해석해서 고맙다고 하고 바로 잊어버린다.

문제를 제기했으면 뭔가 대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서, 제3자를 경유한 안부 인사 전달의 실질적인 대안을 생각해 보았다:

  1. 작은 선물을 준비한다: “식구들에게 안부를 전해 주세요”라고 하기 보다 “작은 선물을 준비했는데 아이들에게 전해 주실래요?”라고 하는 편이 훨씬 더 실질적이다. (단, 선물을 받으면 반드시 되갚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발생하는 문화권에서는 이런 호의가 오히려 폐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와 분별이 필요하다.)
  2. 축복의 말을 중개인에게 바로 말한다: 인사말을 전달해 달라고 간접적으로 표현하기 보다 “부인과 아이들이 앞으로도 계속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라고 관계의 매개가 되는 상대에게 직접 이야기해도 그 인사의 취지는 전달된다.
  3. 직접 메시지를 전한다: 중개인이 동의한다면 연락처를 얻어 “안녕? 난 너희 아빠 친구인데 신세를 많이 지고 있지. 아빠가 너희들을 무척 자랑스러워 하시더구나. 새해 복많이 받아라!” 등의 메시지를 문자나 이메일, 혹은 편지 등으로 전할 수 있다.

Comments

“The Art of Wishing Well” 에 하나의 답글

  1. 규법공항 아바타
    규법공항

    선생님께서 올리신 글들 잘 읽어보았습니다.
    남의 생각을 읽는다는게 꽤 재미있는 행위였다는걸 아무생각 없이 스크롤 내리다 어느새 빠져든 후에야 깨달았습니다.
    좋은 글 작성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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