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의 구조
미국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 결의안이 통과되었다는 기사의 헤드라인을 보고 만약 내 자녀가 미국의 하원과 상원의 차이에 대해 나에게 묻는다면 내가 전혀 답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문득 깨달아졌다.
실은 불과 한 달 전 경에 대만의 사상가 양자오가 쓰고 조필이 번역한 <<미국의 민주주의를 읽다>>(유유 2018)를 읽으면서 미국의 의회의 구성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 내용을 읽은 듯 싶은데 그 내용이 잘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미국의 의회 제도에 대해서는 예전에도 몰랐고, 공부를 한 다음에도 머리 속에 남아있지 않은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다음 이유 때문인 듯 하다:
- 나는 기본적으로 정치에 관심이 없다. (lack of interest)
- 따라서 정치에 연관된 글을 읽거나 사람과 접촉하는 일이 매우 드물다. (lack of interaction)
- 정치에 대해 몰라도 당장 일상에 지장이 없다고 생각해서 더더욱 거리를 두게 된다. (lack of relevance)
즉, 지식은 단순히 기억력의 문제가 아니라 관심, 접촉, 연관성의 문제인 것이다.
이 세 가지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외워서 지식을 갖추기를 바라거나, 한번 배웠으면 언제든 답이 술술 나올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인간의 의식을 뭐든 넣어두면 나중에 꺼낼 수 있는 일종의 서랍장으로 생각하는 사고 모델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제에 대해 관심을 두기 위해 상징적으로라도 주식을 사두는 것과 비슷하게 미국 정치에 관심을 가지려면 상징적 의미로 미국 상하원 의원 한 사람씩 선정해서 소액의 정치 후원금이라도 보낸다면 약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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