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한국어 사전 참조)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놀다가 다치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치고 받고 싸우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기도 하고 재산 상의 손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부모도 나름대로의 생활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 생활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항상 파악하기도, 일일히 통제하기도 어렵다. 때로는 아이들끼리 부모 몰래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 차라리 나을 때도 있다. 물론 나쁜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은 초기에 손을 써야하지만 때로는 일과성으로 지나갈 법한 아이들다운 짓거리에 지나치게 신경쓰거나 간섭하다보면 부모도 지치고 시행착오를 통해 아이들 스스로 인생을 배우는 기회를 잃게 되기도 한다.
“남들이 하는 말에 마음을 쓰지 말아라. 자칫하다가는 네 종이 너를 욕하는 것까지 듣게 된다. 너 또한 남을 욕한 일이 많다는 것을 너 스스로 잘 알고 있다.” — 전도서 7:21-22(새번역)가까이 지내는 가족 내에서도 어느 정도의 비밀은 불가피하다. 다만 어떤 비밀은 좀 슬프다. 야곱에게는 12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 중 10명이 작당해서 이복동생인 요셉을 아버지 몰래 노예로 팔아넘겼다. 그리고서는 그의 옷가지에 피를 묻혀와 혹시 짐승에게 물려 죽은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태연하게 아버지에게 보고했다. 우여곡절 끝에 32년이 지나서야 야곱은 죽은줄로만 알았던 아들 요셉을 다시 만나게 된다. 10명의 아들들이 자기들끼리만 몰래 간직해 왔던 비밀을 32년 동안 아버지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추측컨데 요셉은 아버지와 해후하고 난 뒤에도 형들에 의해 자신이 팔려오게 된 사연의 전말은 가정의 평화를 위해 아버지에게는 계속 숨겼을 것 같다. 다만 아래 구절에 따르면 과거의 비밀이 밝혀진 것 같기도 한데 확실히는 잘 모르겠다.
“요셉의 형제들은 아버지를 여의고 나서, 요셉이 자기들을 미워하여, 그들에게서 당한 온갖 억울함을 앙갚음하면 어찌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요셉에게 전갈을 보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남기신 유언이 있습니다. 아우님에게 전하라고 하시면서 ‘너의 형들이 너에게 몹쓸 일을 저질렀지만, 이제 이 아버지는 네가 형들의 허물과 죄를 용서하여 주기를 바란다’ 하셨습니다. 그러니 아우님은, 우리 아버지께서 섬기신 그 하나님의 종들인 우리가 지은 죄를 용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요셉은 이 말을 전해 듣고서 울었다.” — 창세기 50:15-17 (새번역)이 이야기도 형들이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지어낸 거짓말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자신이 심부름 보낸 자식이 사나운 짐승에게 물려 죽었다고 알고 평생을 자책하며 지내는 것과 이복형제들이 음모를 꾸며 아버지가 총애하는 동생을 죽이려고 하다가 생각이 바뀌어 노예로 팔아넘겼다는 사실을 알고 그런 놈들과 한집에서 여생을 보내야 하는 것. 어느 쪽이 더 괴로울까? 어쨌든 살아서 다시 아들을 만났으니 과거의 일은 어쨌거나 상관없는 일이 될 수도 있을런지도. 야곱 자신도 젊었을 때 자기가 쌍둥이형인 에서인척 하고 나이들어 앞을 잘 보지 못하는 아버지 이삭을 속이고 형에게 돌아갈 예정이었던 축복을 가로챈 적이 있다. 다만 이 사기행각은 금방 들통이 나서 야곱은 형의 복수를 피해 멀리 친척집으로 도피해야만 했다. 묘하게도 자식에게 속아넘어갔던 아버지 이삭은 분노에 휩싸여 야곱에게 저주를 퍼붓기 보다는 이미 그렇게 되었느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동생을 죽이고 싶을만큼 분노로 불타오른 건 형 에서였다. 그렇게 풍비박산(風飛雹散)이 난 가족의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땠을까? (다른 이야기지만 에서와 야곱은 어디까지나 같은 날에 태어난 쌍둥이인데 꼭 형, 동생으로 지칭하면서 위계질서를 강조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쌍둥이로 태어나질 않아서 잘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사람들 사이에, 그것도 가족 안에서 추악한 모습이 존재함을 모르고 지나갈 수 있다면 차라리 속편한 일이겠지만 그걸 알고서도 용서하고 품어주기 위해서는 큰 사랑이 필요하다. 아버지의 역할이 바로 그런 것인지도.
“아들이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아버지, 내가 하늘과 아버지 앞에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부터 나는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종들에게 말하였다. ‘어서, 가장 좋은 옷을 꺼내서, 그에게 입히고, 손에 반지를 끼우고, 발에 신을 신겨라.” — 누가복음 15:21-22 (새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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