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개인 병원에서 목격한 음료대 (amenities booth). “서랍 안에 녹차, 둥글레차, 커피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일반적으로 녹차, 커피 등은 탁자 위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은데 서랍 안에 들어있다고 해서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을까 궁금해서 열어본 순간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강남대로에 위치한 나름 이름 있는 개인 병원인데 이럴수가. 손님이 뜸한 오전 시간이라 직원들은 비교적 한가하게 데스크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아 바빠서 정리를 못한 것은 아닌 것 같았고, 향초가 널부러져 있는 모습으로 보아 방치된지 시간이 꽤 흘렀다는 인상을 주었다. 자세히 보면 드러눕기 십상인 녹차 봉지를 깔끔하게 정리할 바구니 자체가 없는 걸로 보아 애당초 차와 커피를 깔끔하게 제공할 의도가 불확실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병원의 인테리어는 전형적인 구성으로 깔끔하게 갖춰졌는데 환자와의 중요한 접점인 음료대의 모습이 이런 식으로 관리된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지 궁금했다. 작은 디테일이 조직의 인상을 좌우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음료대 관리가 방치된 이유는 (1) 역할 지정과 (2) 확인 책임이 분명하게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작은 병원이라도 신경쓸 일이 많고 대체로 인력 부족으로 모두 정신 없이 바쁘기 때문에 자기 일이라고 분명하게 정해져 있지 않은 구석은 방치되기 십상이다. 다만 조직에서 역할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업무를 우선 다루다 보면 사소한 요소는 간과되기 쉽다. 조직 내에서 사소한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고 다루려면 어떤 장치가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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