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2007)에서 주인공 크리스 존슨은 2분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예지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 능력으로 마술쇼를 벌이기도 하고 위험한 상황을 피하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2분이라는 두께의 현재를 살아가는 셈이다. 영화 넥스트의 주인공처럼 명확한 예지력은 없다고 하더라도 매 순간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몇 가지 가능성을 상상해 보는 것에 약간의 생각을 할애한다면–예를 들자면 특수요원이 유사시에 어느 출구로 도망갈지를 미리 확인해 두는 것처럼–그 사람의 현재의 두께는 그만큼 두꺼워질 수 있다. 생각의 용량이 남달리 큰 사람이라면 몇 분 앞 뿐만 아니라 몇 년 앞까지도 미래를 내다보고 다양한 가능성을 미리 상상해봄으로써 대응방법을 사전에 확보해 놓을 수도 있다. 위기대응전략이론에서는 발생 가능한 위기상황을 사전에 상정해보고 대응방법을 미리 생각해 보거나 대피훈련 등을 반복해 본 사람은 실제 돌발상황이 일어났을 때 대응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한다.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그 누구도 알 수는 없지만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한 상상은 꼭 미래학자가 아니더라도 생각해 볼 수는 있는 것이다. 한편 어떤 이들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시간을 현재의 의식 속에 질질 끌고 다니기도 한다. 방금 전에 꺼낸 말을 곱씹어보며 후회하거나 벌써 몇 개월, 몇 년 전에 일어나서 이미 상황이 종료된 일을 잊지 못하고 마음 속에 담고 힘들어 하기도 한다. 그 사람의 현재는 그만큼 두꺼워져 있는데 그 두꺼워진 방향이 과거로 향하고 있을 따름이다. 미래와 과거에 대한 생각의 부담 없이 아주 얇은 현재의 순간만을 살아가는 것도 가능하다. 단기기억력이 약해진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우가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 한편 나를 포함하여 그 누구라도 과거의 일에 괘념치 않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무관심하다면 매 순간 일어나는 그 상황에 반응하면서 아주 얇은 시간의 조각(thin slice of time)의 연속을 살아갈 수 있다. 어떻게 사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여호와여 내 마음이 교만하지 아니하고 내 눈이 오만하지 아니하오며 내가 큰 일과 감당하지 못할 놀라운 일을 하려고 힘쓰지 아니하나이다. 실로 내가 내 영혼으로 고요하고 평온하게 하기를 젖 뗀 아이가 그의 어머니 품에 있음 같게 하였나니 내 영혼이 젖 뗀 아이와 같도다.” — 시편 131편 1-2절 (개역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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