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짧은지 깨닫게 해 주소서. 그러면 우리의 마음이 지혜로워질 것입니다.” — 시편90:12 (아가페 쉬운성경) 2015년을 앞두고 대형서점에서는 내년도 다이어리와 플래너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다이어리 제작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라면 시간을 사용하고 기록하는 방법에 대해 나름대로의 통찰과 아이디어를 소비자에게 제안할 법도 한데 아쉽게도 대부분의 제품들이 시간에 대한 기본적인 틀은 그대로 두고 장식적 효과에만 치중한 결과물을 내놓은 점이 눈에 띄었다. 재료(종이와 제본)만 제공할 뿐 소프트웨어와 지적 상상력이 결여된, 대동소이한 뭇 다이어리 제품을 보면서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다이어리를 만드는 데 있어서도, 무언가를 예쁘게 만드는 “장식(embellishment)” 수준의 디자인에서 그치지 않고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제시하는(problem-solving) 디자인으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간에 대한 고민과 연구와 통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예컨대 다음 질문들을 생각해보자.
- 일주일의 시작은 월요일인가 일요일인가? 둘 중 하나를 택한다면 어느 쪽을 제안해야 하는가?
- 토요일과 일요일에 각각 평일의 1/2씩만 공간을 할애하는 형식은 과연 어떤 사람들에게 적합한가?
- 하루 일과는 몇 시에 시작해서 몇 시에 끝나는 것으로 표기해야 하는가?
- 하루 일정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은 일을 시작하는 시점인 아침이 좋은가 일과를 마치고 난 저녁이 좋은가?
- 야간근무가 많은 직종에 근무하는 이들을 위한 다이어리는 어떻게 달라야 하는가?
- 다음 년도 다이어리는 몇 월부터 판매하는 것이 좋은가? 12월에 판매되는 다이어리는 12월부터 일정이 시작되어야 하는가 1월부터 시작되어야 하는가?
- 3월 또는 9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고 나서야 다이어리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이들을 위한 다이어리를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 육아에 집중하는 엄마들을 위한 다이어리와,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엄마들을 위한 다이어리는 어떻게 달라야 하는가?
- 은퇴한 이들을 위한 다이어리에 필요한 항목은 무엇인가?
-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과 결과를 중시하는 사람을 위한 다이어리는 어떻게 달라야 하는가? 과거 지향적인 사람과 미래 지향적인 사람의 다이어리는 어떻게 달라야 하는가?
- 비교적 규모가 큰 비영리단체에서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후원자들을 위한 다이어리나 캘린더를 만들 경우, 기부의 경험을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요소로서 어떤 것을 다이어리에 녹여내야 할까?
- 대입 수험생과 그 학부모를 위한 다이어리를 짝으로 만든다면? 신혼부부에게 선물로 줄 커플 다이어리를 만든다면? 어떤 내용,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 개인의 기록을 공동체의 지적 자산으로 만들려면 다 기록한 다이어리의 후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참고: 디지털 스케치/메모를 몰스킨노트 책자로 만들어주는 Book by fiftythree.com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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