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번역 서비스를 사용해 보았는데 과거에 비해 상당한 발전이 이뤄진 것을 보고 놀랐다. 그 놀람이란 “어, 제법인데?”하면서 기특하게 여기는 정도를 넘어 “어, 나보다 낫잖아? 앞으로 어쩌면 좋지?”하는 약간의 불안감과 열등감을 내포한 충격이었다. 지난 5월 26일,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 인터넷 국제컨벤션센터에서 벌어진 커제 9단과 알파고의 바둑 시합에서 인공지능에게 패한 커제가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데 오늘 내가 인공지능 번역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느낀 불안감과 충격도 왠지 그가 느낀 감정과 무관하지 않을 듯 싶다. 물론 인공지능 번역은 완벽하지 않다. 예컨대 “uphold and support” 처럼 미묘하게 다른 단어가 반복될 경우, 이를 “지지하고 지지하다”라고 같은 단어로 번역한다. 하지만 복잡한 문장 구조에서 이야기의 핵심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이나 문맥에 어울리는 어휘 선택이나 평어와 경어체의 구분 등을 해내는 것을 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 나는 그동안 인공지능 때문에 여러 직종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흘려들었는데 오늘은 그 예언적 경고가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실감나게 다가왔다. 이 예감을 확장해 보면 다음과 같은 미래가 그려진다.
- 평균적인 번역가의 결과물보다 인공지능 번역물의 품질이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 전문 번역가의 역할은 기존의 문장 번역에서 인공지능이 번역한 문장에 대한 감수와 윤문 정도로 바뀔 것이다.
- 서적 전체를 인공지능에게 번역을 맡겨 출간하는 추세가 증가할 것이다.
- 번역료 단가가 급감하여 전문 번역사들은 생계 유지를 위해 다른 직업을 찾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인공지능 번역기에 의존할수록 번역가의 번역 능력은 퇴화한다. (벌써 실감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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