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정리하는 연말 시상 이벤트, 2011년의 Annual Award를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Person of the Year: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 重明)
1911년 일본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자라면서 많은 병치레를 했는데 놀랍게도 올해 100세가 되기까지 여전히 활발하게 진료, 저술, 강연 활동을 펼치는 불가사의한 일본의 의사 선생님.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우연히 이 분의 책을 발견해서 아버지께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구입했는데 내가 읽어도 너무나 재미있어서 연달아 이 분의 책을 구입해서 시리즈로 읽고 있다. 건강한 생활 방식, 일하는 태도 등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 분을 생각할 때 유념해야 할 점은 단순히 오래 산다는 장수(longevity)가 아니라 나이에 상관없이 그날 그날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삶의 품질(qualify of life)이 아닐까 싶다. 100 살이 아니라 30살에도 이분처럼 열심히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을 듯.
Book of the Year
Michael Bliss, William Osler: A Life in Medicine –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히노하라 시게아키 옹의 책 속에서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분이라는 이야기를 읽고 도대체 어떤 인물이길래 이토록 존경하는 것인지가 궁금했다. 마침 아마존 킨들 버전으로 된 전기가 있길래 구입해서 읽었다. 100년 전에 살았던 캐나다 출신 의사의 이야기가 뭐가 재미있을까 싶을 수도 있지만 의외로 흥미진진하다. 지칠줄 모르는 프로 정신, 거의 소설속 주인공 처럼 모든 사람이 우러러 존경하는 완벽한 인품과 유머 감각 등을 갖춘 오슬러 박사는 히노하라 시게아키 옹 못지 않은 불가사의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오슬러 박사도 영국에서 캐나다로 파송된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점에서도 히노하라 시게아키씨와 비슷한 면이 있다. 페이퍼백으로는 608페이지에 달하는 상당히 두꺼운 책인데 킨들로 읽어서 편하다.
Stationery of the Year
- Lamy Safari Fountain Pen (Charcoal Black, Matte Finish) – 라미의 만년필 중에서 이 모델은 오래 잡고 있어도 편하게 쓸 수 있다.(라미의 다른 사파리 모델은 표면이 매끈하게 glossy 처리가 되어 있어서 금새 땀이 차서 미끄러워짐.) 그리고 라미의 펜촉은 다른 고급 만년필에 비해 꺼끌꺼끌한 편이어서 마치 연필로 적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 Uni Kuru-Toga Sharp Pencil – 한국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자란 디자이너 Andrew Kim의 홈페이지에서 보고 구입하게 되었는데 일년 동안 나의 주된 필기도구가 되었다. 주요 특징은 내부의 경통이 회전하는 메커니즘 덕분에 샤프심이 한쪽으로만 날카로워지는 현상을 방지해 준다는 것. 동네 문방구에서도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듯. 참고로 일본 문구류는 일본보다 한국에서 구입하는 것이 더 저렴한 편이다.
- Pilot Iroshizuku ink (Asagao): 미투데이에서 누군가가 추천한 글을 읽고 찾아 보았는데 미묘한 색상의 아름다움이 주는 신선함과 즐거움이 그만한 값을 한다는 생각이 드는 비교적 비싼 잉크. 한참을 썼는데 아직도 반도 못 썼다. 아래 사진에서 보면 일반 청색 잉크와 별반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주 미묘한 신선함이 있다.
Design of the Year + Restaurant of the Year
- 신선설농탕 – 설농탕 전문 체인점인데 디자인의 표현이 세련되었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고객의 관점에서 다양한 시도를 끊임없이 펼치는 모습이 만족 이상의 깊은 감동을 준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뭐라도 새롭고 의미있는 것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모습은 레스토랑 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 업계에 유익한 통찰을 제공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회사의 대표는 오청이라는 분인데 가업을 이어받은 2세라고. 사진으로 보면 전혀 설렁탕과는 안 어울리는 듯한 인상인데 암튼 멋진 비즈니스를 펼쳐주니 감사하다.
- 오가다 – 신선설농탕만큼의 진한 감동은 없지만 남들이 너도 나도 대동소이한 커피 전문점을 내고 있는 와중에 한방차라는 고유하고도 독특한 테마로 찻집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를 진취적으로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만하다고 생각한다. 명함 디자인에서도 이런 저런 사소한 유머를 발휘하는 등 (아래 사진 참조), 고객과의 접점에서도 틀에 박힌 형식을 깨뜨리고 가까이 다가가려는 세심한 노력이 돋보여서 반갑다. 오가다의 창업자는 최승윤이라는 젊은이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Event of the Year
2011년 10월 21-23일 동안 서울의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세계원자력산업정상회의가 열였다. 1년 넘게 준비해서 행사가 치뤄지는 과정에서 coordinator로 참여했다. 원래는 4월 말에 열릴 예정이었는데 3월 11일에 일본 동북지역에서 일어난 대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행사가 10월로 연기되었다. 여러 사람들이 협력해서 행사가 무사히 잘 끝났는데 나는 신경이 예민한 편이어서 그런지 아직도 그 긴장으로부터 충분히 회복하는 중. 어쨌든 2011년 대부분을 이 일을 준비하면서 보냈으므로 올해의 행사로 정했다. 비공개 회의여서 링크할 자료가 없음.
Visual Communicator + Blog of the Year
최문규씨의 나의 시선 블로그 – 우리나라의 원조 얼리어덥터라고 할 수 있는 최문규씨는 좋은 상품을 남들에게 소개하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는 아주 특별한 분야의 전문가다. 사진을 찍는 솜씨와 제품이나 서비스를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이를 편안한 문체로 풀어내는 재능이 남다르다. 월-금 동안 하루 세 차례 시간을 정해놓고 체계적으로 새로운 블로그 글을 올리는 것도 보통 내공이 아닌 듯. 자칫 악플의 표적이 될 수도 있을 위험에도 자신의 소비 생활을 드러내는 담대함에 가슴이 조마조마할 때도 있으나 그런 개방성 덕분에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Entertainment Program of the Year
KBS 2 개그콘서트 – 우리 집은 원칙적으로 텔레비전을 보지 않지만 소문을 듣고 별도로 챙겨본 프로그램은 개그콘서트. http://k.kbs.co.kr로 접속하면 아이패드에서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비상대책위원회’와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 두 코너가 특별히 재미있었다. 사람들의 일상 생활과 마음 속 심리를 깊이 있게 관찰한 것을 통해 일상 생활 속의 모순과 갈등을 재치있게 조명한 매우 훌륭한 내용이다.
Speaker of the Year
김창옥, 김창옥퍼포먼스트레이닝 대표 – Podcast에서 우연히 발견해서 계속 반복해서 듣고 있는 강의. 여러 강의 중에서도 명강사, 명강의 시리즈에 올라온 ‘호감의 법칙 1‘, ‘호감의 법칙 2‘가 제일 재미있다. 힘들고 지친 일상 속에서 그나마 기분 좋게 웃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강의였다.
Font of the Year
Museo 서체 – Jos Buivenga 라는 서체 디자이너는 자신이 공들여 만든 꽤 품질이 높은 서체를 일부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 그 중 Museo라는 서체가 마음에 들어 여기 저기 잘 사용하고 있다. Light에서 Heavy까지 다양하게 제공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서체 개발자 관련 기사)
Bag of the Year
invite.L의 Slim Bag in Bag – 사촌동생이 아내에게 선물한 가방인데 내가 접수해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마침 MacBook Air크기에 딱 맞고 관련 악세서리가 들어갈 수 있는 포켓이 많아서 상당히 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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