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soonuk2

  • Ideas for Christmas Gift

    Advent Conspiracy라는 책을 읽고 장식이나 선물에 돈을 쓰는 소비지향적인 크리스마스를 보내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어떤 물건보다 같이 보내주는 시간이 좋은 선물이라고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말하자면 gift of presence인 것이다. 책에서 언급된 사례 중 하나는 자기 아버지에게 커피를 선물하면서 “이 커피는 아버지랑 저랑 같이 있을 때에만 마시는 거예요”라고 말씀드리는 것. 자주 찾아뵙고 함께 시간을 가지겠다는 약속이 담겨 있는 선물이다. 그러나 실제로 참석해야 하는 연말 모임이 생기면 빈손으로 참석하기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꼭 뭔가를 들고 가야 한다면 크리스마스 선물로 뭐가 좋을까? 혼자 생각해 본, 괜찮은 크리스마스 선물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일단 고맙게 받은 후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여럿과 나누기 편한 것. (공유할 수 있는 선물이 좋다)
    2. 흔적이 오래 남지 않는 것. (짐이 되지 말아야 한다)
    3.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것 (“얼마짜리네”라고 생각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4. 스토리가 있는 것 (스토리가 있어야 기억에 오래 남는다)
    여기서 스토리가 있는 것의 예를 들자면:
    1. “일년 동안 써본 주방용품 중에서 정말 마음에 들었던 것”
    2. “정말 감동적으로 본 DVD 또는 책”
    3. “자녀 또는 손주들이 그린 그림을 모아서 제작한 그림책”
    4. “인근에 새로 생긴 소위 핫플레이스에서 한 시간 줄서서 사온 케익”
    5. “필리핀 태풍 피해 구호 바자회에서 구입한 양말 세트”
    한편, 자녀에게 줄 선물이 필요하다면 이런 건 어떨까?
    1. 만약 자녀에게 매달 용돈을 주고 있다면 – 일년간 쓸 수 있는 다이어리에 매달 시작 페이지에 용돈 교환권을 직접 그려넣어서 준다. 다이어리를 기록하는 습관을 길러주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2. 향후 10년간 매월 일정 금액을 저금해주는 적금통장. 시간을 길게 보는 장기적 안목을 길러주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3. 구호단체에 매월 일정 금액을 기부하는 프로그램 가입 증서. 자녀와 부모가 동일 액수를 함께 기부한다. 세상을 넓게 보는 안목을 길러 주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단순한 의무감에서, 체면유지용으로 마지못해 준비하는 선물이 아닌, 또는 자신의 안목을 과시하기 위한 선물도 아닌, 상대방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진정성 있는 선물이 최고다. ]]>

  • 실제로 나를 제외한 일반인의 대부분은 상식이 풍부하며 특히 중장년층의 경우 이들 인물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다.
  • 사회 통념상 “잘 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이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까다롭지 않은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들어는 봤다”와 “잘 안다”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행군이나 등산을 할 때 남은 거리에 상관없이 계속 “거의 다 왔다”라고 말하는 것과 유사한 개념이다.
  • 상대방을 존중하는 의미의 장식적 표현이다. 미국 사람이 한국 사람을 만나서 “와우 영어 잘 하시네요”라고 칭찬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 청중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 청중 가운데 실제로 해당 인물에 대해 잘 아는 이들이 5% 정도는 있을 것이므로 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한 것이다. 나머지 95%는 그냥 묻어가면 된다. 이것도 일종의 밴드웨건효과(bandwagon effect)인지도?
  • 인용 사례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해 강연자 자신도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자세히 연구해서 설명을 덧붙일 시간도 부족하고 이야기의 주제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아니므로 “서로 아는 걸로 치고 넘어갑시다”라는 취지의 관용적 표현이다. 그러므로 위축될 필요도 없고 까다롭게 문제 삼을 일도 아니고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면 된다. 해당 인물에 대해 관심이 있으면 알아서 찾아보면 된다.
  • 실상은 특정 주제에 대해 잘 아는 사람과 잘 모르는 사람이 청중 가운데 섞여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여러분이 잘 아시는…”이라고 하면서 어물쩡 넘어가기 보다 인용하고자 하는 인물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배경 설명을 곁들여준다면 그저 출처를 알 수 없는 떠도는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근거가 있는 이야기를 전한다는 인상을 주어 강연 내용의 설득력과 신빙성도 높아지고 청중의 교양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좋을 것 같다. 나도 유념해야겠다. 최근 강남 교보문고에서 외국서적 재고떨이 할인세일을 하는데 G.K. Chesterton이 쓴 St. Francis of Assisi 라는 얇은 책이 눈에 띄어 냉큼 구입했다. Joseph F. Girzone라는 카톨릭 신부가 쓴 서문부터가 흥미진진하다. 드디어 나도 성 프랜시스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즐겁다.]]>

  • Annual Award 2013

    Introduction

    Annual Award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는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매 연말에 발표하는 Annual Award는 그 해에 개인적으로 의미있었던 중요한 이정표(milestone)을 기록해두는 하나의 의식(ritual)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쇠퇴해서 그 해에 일어난 일들이 잘 생각나지 않아 Annual Award를 선정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집니다. 아쉽게도 올해는 예년에 선정했던 여러 항목이 빠져 있는데 올해는 즉각적으로 느껴지는 큰 잔향을 남긴 사건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멀리 증도로 여행도 가고 중요한 가족 행사도 있었지만 당장 기억에 남는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그건 아마도 어떤 사건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 깊은 의미가 깨달아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렙은 당해에 발행된 책은 가급적 읽지 않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오랜 시간을 살아남은 책이 아니면 읽을 가치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삶의 중요한 사건의 의미를 깊이 인식하기에는 한 해는 너무 짧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10년 단위의 Award를 선정해 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Book of the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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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죽음의 수용소에서 (Man’s Search for Meaning), 청아출판사 2013년은 그 어느 때보다 책을 많이 읽은 해였다. 연초부터 어께 골절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한 해에 책을 수 백 권 읽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어 자극이 되기도 했다. 유익하고 재미있는 책이 많았지만 가장 강렬한 인상을 준 책은 현대의 고전이 되어버린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였다. 자신이 직접 겪은 고난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을 차분하게 적어내려간 이 책은 깊은 감명을 주었다. (관련 블로그 포스팅) 2013년도 후반부를 지내며 문득문득 생각이 나곤 했던 이 책의 구절은 다음과 같다.

    “그 때 한 가지 생각이 내 머리를 관통했다. 내 생애 처음으로 나는 그렇게 많은 시인들이 자기 시를 통해서 노래하고, 그렇게 많은 사상가들이 최고의 지혜라고 외쳤던 하나의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그 진리란 바로 사랑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이고 가장 숭고한 목표라는 것이었다.”

    —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죽음의 수용소에서 (Man’s Search for Meaning), 청아출판사, p77

    Bag of the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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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EXON Airline LN 314WG3 가방을 한 쪽 어께에 매고 다니면 허리가 반대쪽으로 휘어지게 되어 불편하다. 메신저백 처럼 대각선으로 가방을 매면 조금 나은 듯 하지만 왼쪽 어깨를 다친 것 때문에 그것도 불편하다. (반대로 매면 왠지 어색하다). 그래서 좌우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배낭형태의 가방을 선호하는 편인데 양복 차림에도 어울리려면 배낭이 너무 커도 곤란하고 비즈니스 미팅에도 들고 들어가려면 너무 스포티한 분위기도 곤란하다. 그러던 와중에 발견한 Lexon의 Airline 시리즈 가방. 점잖으면서도 다양한 포켓이 기능적으로 잘 구비되어 있어 편하다. 마침 진행 중이던 10% 할인가격에 교보문고 핫트랙스에서 제공하는 10% 쿠폰이 추가로 적용되어 나름 저렴하게 구입. 꽤 납작하기 때문에 DSLR 카메라를 넣기에는 불편하지만 평소에는 어차피 카메라를 잘 휴대하지 않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InCase City Collection Compact Backpack에도 관심이 가지만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흠이다.)

    2. National Geographic travel kit bag Sigma 렌즈 구입시 사은품으로 제공받은 물건인데 쓰임새가 대단히 높아 일년 내내 bag-in-bag 컨셉으로 위의 Lexon 배낭에 넣고 다닐 정도로 애용하고 있다. 이 가방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진다. 각각 (1) 회사에서 필요한 도장류, (2) 문구류, 그리고 (3) 칫솔, 핸드크림, 립밤 등의 일용품을 넣어 다닌다. 대개 사은품으로 끼워주는 물건은 실제로는 쓸모가 빈약한 경우가 많은데 Sigma 한국 총판에서는 뭔가 제대로 기획했다는 생각이 든다.


    Stationery of the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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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amy AL-Star 26 Graphite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연필처럼 서걱거리는 느낌이 마음에 들어 원래부터 Lamy Safari 만년필을 좋아했는데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Lamy Al-Star는 한층 더 느낌이 좋아 일년 내내 잘 사용했다. Al-Star 시리즈 중에서도 진한 회색의 Graphite가 주는 따뜻한 느낌이 좋다. (*사진 출처: www.pengallery.com)

    2. Uni Style Fit with 5색 홀더 (Mitsubishi Pencil) 일본 Mitsubishi Pencil사의 겔 잉크식 펜 Uni Style Fit은 0.28 mm 및 0.38 mm 두 종류의 굵기로 16가지 색이 구비된 시스템으로, 심을 골라 3색 또는 5색이 들어가는 홀더에 끼워 쓸 수 있다. 겔 잉크는 동사의 Signo 펜의 그것과 같은데 무척 부드럽고, 필기 속도가 빨라도 끊김이 없고, 무엇보다 찌꺼기가 발생하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든다. 잉크 소모 속도가 비교적 빠르다는 것이 단점. 이런 식으로 여러 개의 심을 끼워 쓰는 볼펜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왠지 세련되지 못한 것 같아 쓰지 않았는데 이번 제품은 그런 거부감이 없다.


    Website of the Year

    Back to the Mac (macnews.tistory.com) 애플사와 관련된 최신 뉴스를 전해주는 사이트로서 상업성이 느껴지지 않고 일반 사용자의 필요과 관심사에 딱 맞는 내용을 엄선해서 전해주어 왠지 진정성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본명을 알 수 없는 어떤 개인이 운영하는 사이트인데 개인이 비상업적으로 운영하는 사이트임에도 불구하고 편집과 문장력의 수준이 상당히 훌륭하다. 운영자가 장기 외국 출장을 가게 되어 운영 중단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애독자들의 엄청난 성원에 힘입어 출장지에서도 운영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Beverage of the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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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oibos Tea 7월에 커피를 끊고 나서 대체재가 필요한 상황에서 카페인이 들어 있는 녹차 대신 선택한 것이 루이보스티. 남아프리카가 원산지라고 하는데 겉보기는 홍차와 비슷하면서도 쓴 맛이 덜하고 무엇보다 카페인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100도씨로 펄펄 끓인 물을 붓고 7-10분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 대표적인 슬로우 푸드다. 마트에 구비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주로 온라인으로 주문해야 한다. 매우 만족.

    루이보스차에 대한 위키피디아 글에 따르면 원료가 되는 풀은 남아프리카의 서쪽 해안 주변의 제한된 지역에서만 자란다고 한다. 미국, 호주, 중국 등 다른 지역에서 재배하려던 시도가 모두 실패했는데 그 이유는 이 풀이 그 지역에 존재하는 미생물과의 공생관계를 이루면서 생장하기 때문이라고. Sourdough 빵이 지역에 따라 맛이 다른 이유도 미생물종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는 걸보면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미묘한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나보다. 한편, 기후변화로 인해 루이보스 풀 재배 지역에 강우량이 줄어들고 있어 2100년대에는 루이보스 풀의 멸종이 우려된다고 한다.


    Design of the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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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lide-Cutter for Stretch-Tite Plastic Food Wrap 부엌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비닐랩의 가장 불편한 점은 롤에서 깨끗하게 끊어내기 쉽지 않다는 점. 필요 이상으로 길게 끊기거나 잘못하면 날카로운 금속 부분에 손을 다치기도 한다. 도대체 해결책이 없나 아쉬웠는데 기가막힌 제품을 발견해서 아주 편리하게 잘 사용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슬라이드 상에서 칼날이 좌우로 이동해서 비닐랩을 잘라내는 장치인데 Stretch-Tite 랩에 부속품으로 따라온다. 한 손으로도 사용할 수 있고 힘들이지 않고 랩을 깨끗하게 자를 수 있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을 해결해 준 매우 훌륭하고도 실용적인 디자인이다.

    2. NHK Design-A 일본공영방송 NHK에서 어린이를 위해 제작한 디자인 교육 프로그램 시리즈 디자인-아. 제목은 “디자이너”를 뜻하기도 하고 “디자인의 기초”를 의미하기도 한다. 유명한 그래픽 디자이너인 사토 타쿠, 뮤지션 코넬리어스, 인터페이스 디자이너 나카무라 유고 등이 주축이 되고 다양한 디자이너를 섭외하여 만든 시리즈물로 완성도가 대단히 높은 프로그램이다. 방송 프로그램 소개 동영상을 보고 있자면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왜 우리나라엔 이런 게 없는가 하는 질투심인지도. 방영물이 온라인 상에 직접적으로 공개되어 있지는 않지만 유튜브를 뒤져보면 텔레비젼 화면을 녹화한 것을 간혹 볼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2012년 이후 굵직굵직한 상을 여러 군데에서 받았다고.


    Brand Identity of the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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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y Beans (mybeans.co.kr) 지인의 사무실을 방문하기 위해 문정동 가든파이브에 들렀다가 우연히 지나친 가게에서 발견한 브랜드. 무엇보다 멋진 로고와 시각 요소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 청년 창업가가 시작한 더치커피 전문 브랜드 My Beans는 우선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수준급이다. 손글씨로 표현한 로고에 금색 원을 두른 센스라니. 정말 멋지다. 크래프트지로 만든 박스에 흰색으로 인쇄한 제품 패키징의 감각 또한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대기업도 이 정도로 잘 하기 어려운데 개인이 시작한 브랜드의 수준이 이 정도라니. 한국의 미래가 기대된다.

    2. Cafe Mamas (cafemamas.co.kr) 이 브랜드를 만난 것은 을지로에 있는 한 지점을 지나면서 얼핏 본 간판이 처음이었다. 눈에 보이는 요소들이 어찌나 깔끔한지 혹시 일본 브랜드의 베이커리 카페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편안하고 친근한 느낌을 주는, 깔끔한 손글씨를 중심으로 한 감성적인 시각적 요소가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고 있는 모습에서 브랜드 아이덴테티 디자인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는 인상을 받았다. 글씨만 봐도 기분이 좋은데 마침 따뜻하고 푸짐한 양의 파니니 샌드위치도 눈으로 느껴지는 브랜드의 이미지와 잘 어울렸다. 차거운 차컬릿 님의 2012년 12월 “카페 마마스의 성공비결” 포스팅에 따르면 카페 마마스는 “매출 폭발 맛집 단계”에 다다랐다고 표현할만큼 인기가 높다고 한다.


    Change of the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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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커피 끊은 것 반복되는 두통을 해소해보고자 지난 7월부터 커피를 끊었는데 확실히 두통의 빈도가 줄어들었기에 계속 안 마시고 있다. 대신 루이보스티를 즐겨 마시게 되었다. 외근시 커피전문점에서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하고 싶다면 네스프레소나 일리(Illy) 커피와 같이 캡슐 커피를 제공하는 곳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카페가 시내에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살짝 아쉽다.

    2. 히노하라 시게아키식 다이어트 올해 102살이 되는 현역 의사인 히노하라 시게아키 선생님이 아침은 올리브유 두 숫갈을 오렌지 주스와 함께 먹고 레시틴 가루를 우유에 타서 먹고 과일을 조금 먹는다고 하고, 점심은 우유 한 잔에 과자 두 세 개 정도, 저녁은 보통 사람처럼, 단 천천히 먹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중 일부를 비슷하게 따라 해 보려고 노력 중이다. 원래 히노하라 시게아키 선생님의 포인트는 섭취 열량을 1300 킬로칼로리 정도로 제한하는 것.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바쁘면 배고픈 걸 느낄 새도 없다고 하길래 정말 그런가 시험해 보는 차원에서 점심을 주로 다이제 비스켓과 우유로 구성된 소량 식단으로 대체해 보았다. 아직은 비스켓 두 세 개로는 어림도 없고 자꾸 집어먹다 보면 다이제 비스켓 8개와 우유 두 잔 정도까지 섭취하게 되는 것이 현실. 이렇게라도 할 수 있는 것은 일주일에 1-2번 정도에 불과하지만 소식하는 습관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식사를 적게 한 후 그 다음 끼니때가 가까워지면서 느껴지는 허기가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일종의 성취감이랄까.

    3. 3P 바인더 기록하기 박상배 님의 “본깨적“을 읽은 것을 계기로 3P Binder 세미나를 듣게 되었고, 이를 통해 본격적으로 활용하게 된 바인더 기록 시스템. 비록 시작한지 2개월 남짓이지만 그나마 꾸준히 사용하고 있는데 이 과정을 통해 시간에 대한 관념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무엇보다도 내가 어떤 일을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인지, 시간의 견적을 의식하게 된 점이 좋다. 그동안 A5 크기의 기록매체를 이것저것 다양하게 시도해 보았는데 결국 이 시스템으로 귀착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3P 바인더 주최의 독서모임에서 추천하는 책들을 읽기 시작했는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Podcast of the Year

    Let My People Think, from RZIM 약 15년 전 유학 시절, 어느 일요일 아침에 라디오에서 우연히 듣게 된 이후 꾸준히 듣고 있는 프로그램 Let My People Think. 수 년 전부터는 podcast로 구독해서 매 주 한 차례씩 듣고 있다. 처음 들을 당시, 기존의 기독교 설교 프로그램과는 너무나도 다른 특이점 때문에 “어 이게 뭐지?”하는 신기한 마음에 듣기 시작했는데 내용이 너무나 유익하고 재미있어서 15년째 계속 듣고 있다.

    RZIM의 대표이자 세계적으로 알려진 기독교 변증가(Christian apologist)인 Ravi Zacharias의 강연을 녹음, 편집해서 들려주는 이 프로그램의 특이한 점은 다음과 같다. (1) 인도식 억양이 강하다. (2) 말이 엄청 빠르다 (3) 평소에 잘 접하지 못하는 어려운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4) 그러나 그런 단어의 사용이 현학적이기 보다는 시적으로 들린다 (5) 계속 듣고 있으면 말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한다. (6) 그리고 내용이 굉장히 설득력이 있다.

    Ravi Zacharias는 1946년에 인도에서 태어나 스무살 경에 캐나다로 이민을 갔고 지금은 미국 아틀란타에 본부를 둔 Ravi Zacharias International Ministry의 대표로 활동하며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podcast는 팟캐스트 청취 앱에서 Let My People Think를 검색해서 구독/등록하면 된다.


    Web Service/App of the Year

    1. 카카오톡(KakaoTalk)/네이버 밴드(Band) 실제로 나는 카카오톡이나 밴드를 잘 사용하지 못하는 그룹에 속한다. 새로운 친구를 등록하는 방법도 잘 모른다. 그러나 주변에서 엄청난 양의 커뮤니케이션이 이 두 가지 도구를 통해 이뤄지는 모습을 보면 이런 단체형 소셜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개발되기 전에는 도대체 가정주부들이 어떻게 서로 소식을 공유했을까 의아해질 정도다. “카톡!” 소리나 “삑!삑!”거리는 밴드 소식 알림음은 일상적으로 들을 수 있는 도시 소음군에 합류했다. 어쨌거나 전혀 새로운 종류의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생태계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이 두 가지 도구를 올해의 앱으로 선정.

    2. 에버노트(Evernote) 온라인에 노트, pdf, 자료 파일, 웹페이지 등을 스크랩해두는 앱/웹 서비스로서 안정적으로 계속 발전 중인 것으로 에버노트를 꼽을 수 있는데 온라인 백업 저장 서비스인 Dropbox와 더불어 컴퓨터 사용에 있어 거의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컴퓨터용 앱, 웹 서비스, 모바일 앱 등이 서로 원활하게 연동한다는 점이 편리하다. 기능이 엄청 다양한 것 같은데 현재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만을 사용 중. 어쩌다 보니 프로 계정을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꼭 프로 계정이 아니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국내 판매 개시된 문서스캐너 Fujitsu ScanSnap ix500과 함께 사용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라 본다.


    Color Motif of the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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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ay 흰색은 떼를 쉽게 타고, 검은색은 너무 어둡다. 반면 회색은 차분해서 좋다. Lamy Al-Star부터 시작해서 넥타이도, 터틀넥도, 양복도, 가방도, 컴퓨터도, 시계도 모두 회색 계열. 올해는 주로 회색으로 두르고 다녔다. 무채색은 너무 개성이 없다고도 볼 수 있지만 2013년은 무채색의 무덤덤함이 왠지 편하게 느껴지는 한 해였다.


    Email Newsletter of the Year

    조근호 변호사의 월요편지 (www.mondayletter.com) 매주 월요일에 이메일로 배포되는 조근호 변호사의 월요편지는 그 의외성 때문에 관심을 끌었다. 무엇이 의외였냐 하면 검사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행복마루 법률사무소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인, 비교적 화려한 배경을 가진 인물이 자신의 일상의 경험을 글을 통해 거리낌 없이 보여준다는 것이 무척이나 낯설었다.

    사회적으로 잘 나가고 있는 인물이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 개방적으로 진솔하게 이야기한다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한편으로는 잘난체하는 자기 자랑으로 비춰질 수도 있고 눈에 띄는 자리에 있는 만큼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 공개되면 난감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인 조근호 변호사는 마치 친한 친구에게 이야기를 털어놓듯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일주일에 한 번 씩 이메일로 써서 보내준다. 그래서 때론 어색할 정도의 진정성이 느껴져 마치 내가 이 사람의 동창이라도 된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감추지 않는 모습 때문에 글이 더욱 재미있고 저자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

    명색이 “월요편지”지만 발송되는 시간도 일정하지 않고 때론 화요일이나 수요일에 발송되는 경우도 있어서 더더욱 기계적이지 않은, 사람의 느낌이 전달된다는 것도 흥미롭다.


    Humorist of the Year

    Jim Gaffigan (www.jimgaffigan.com) — 정치부 기자 출신의 Norman Cousins라는 인물이 자신이 앓은 어떤 난치병을 극복하는 과정을 적은 Anatomy of an Illness라는 책에 웃음치료에 관한 대목이 나온다. 통증이 너무 심해 잠조차 잘 수 없는 상황에서 코미디 프로그램 비디오를 보면서 실컷 웃다 보면 적어도 몇 시간 정도는 편안하게 수면을 취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나에게는 이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유머와 코미디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었다.

    여러 종류의 코미디 중에서도 가족이 함께 들어도 괜찮은 내용의,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를 미리 알아두면 아플 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비교적 clean humor 위주의 농담으로 사람들을 웃기는 코미디언으로 알려진 이가 Jim Gaffigan 이다.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그의 스탠드업 코미디 동영상 작품 Mr. Universe (75분짜리, $5)는 상당히 재미있다. 출산, 패스트푸드 음식, 짝이 맞지 않는 양말, 바디빌딩 대회, 피트니스 클럽, 호텔 숙박 경험 등 일상 생활의 소소한 단면들을 가지고 만들어내는 유머가 흥겨운 웃음을 만들어낸다. 김창옥 교수의 강연 씨리즈, 김지윤 소장 강연 씨리즈와 함께 비상용으로 잘 보관해두면 좋을 듯.


    Keyword of the Year

    “Less” 2013년 내내 어떻게 하면 여기저기 늘어놓은 잡동사니를 줄일 수 있을까, 사방으로 분산된 관심사를 어떻게 하면 좀 더 중요한 몇 가지로 집중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체중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까 등에 관심을 두고 생활했다. 그래서 예전에 비해 더 많이 버리고 정리한 한 해가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 2014년도에는 더 많이 줄일 수 있기를. – – – – – 이제까지의 Annual Award는 다음과 같습니다:

    1. Annual Award 2017
    2. Annual Award 2016
    3. Annual Award 2015
    4. Annual Award 2014
    5. Annual Award 2013
    6. Annual Award 2012
    7. Annual Award 2011
    8. Annual Award 2010
    9. Annual Award 2009
    10. Annual Award 2008
    11. *Annual Award 2005-2007는 파일을 분실했음
  •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

    오카노 유이치(岡野雄一) 지음, 양윤옥 옮김,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 (라이팅하우스). 나이 육십이 넘은 무명의 만화가가 치매를 앓고 있는 자신의 어머니와의 이야기를 네 컷 짜리 만화로 그려 지방잡지에 연재한 것을 책으로 만든 것. 처음에는 자비출판으로 출간한 것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일본공영방송 NHK의 다큐멘터리에서 다뤄진 후 최근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저자의 고향은 나가사키. 태평양전쟁 당시 원자폭탄을 맞은 곳이기도 하다. 환청, 피해망상 등의 증세를 보이고 술취하기만 하면 가정에서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를 등지고 스무살에 도쿄로 도망치듯 떠나지만 결혼에 실패한 후 마흔에 아들을 데리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서 재혼. 당시 아버지는 술을 끊고 점잖은 모습으로 돌아와 계셨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치매 증세를 보이기 시작. 어머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지신 후 요양원에 입원시키고 종종 찾아뵙는 과정에서 경험하고 느낀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냈다. 한 평생을 힘들게 살아온 한 여성의 생에 대한 아련한 추억, 그 추억 속에 새겨진 가족의 의미 등이 잔잔하게 그려져 깊은 감동을 준다. 일본에는 300만명이 넘는 고령치매환자가 있다고.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에 공감하는 독자들이 무척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은 생을 살아온 저자가 젊은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어쨌든 살아남아 주십시오.(とにかく生きて下さい。)”라고.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있더라도 지나고 나면 그것이 자신의 밑천이 된다고. 지나고 나면 그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으니 그 때가 올 때까지는 우선 살아있으라고 당부한다. *참고: 저자의 자기소개 (일본어)]]>

  • Saturday Morning

  • 다니엘 코헨 감독, 장 르노, 미카엘 윤 주연, 셰프 (원제 Comme Un Chef) 마저 보기 — 픽사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와 비슷한 느낌의 코미디 영화. 스토리 구성이 탄탄한 느낌은 없지만 아무 생각없이 웃을 수 있어서 좋았다.
  • 호사카 타카시 지음, 박현정 옮김, 낭비없는 삶 마저 읽기 — 원제는 人生の整理術(인생의 정리술), 푸른 하늘에 지붕이 살짝 보이는 깔끔한 표지가 인상적이어서 선택한 책이기도 한데 내용은 기존의 “정리” 관련 책과 거의 유사하다. 이런 책은 reminder로서 종종 읽어주는 것이 도움이 되는 듯. 저자 호사카 타카시 씨는 흥미롭게도 현재 성루카국제병원에서 정신종양학(psychooncology)를 담당하고 있는 의사다. 성루카국제병원은 103살의 현역 의사 히노하라 시게아키 선생이 근무하는 곳이기도 하다. 정신종양학이란 암 선고를 받은 환자가 겪는 정신적 충격이나 우울증을 치료하는, 흔하지 않은 전문영역이라고 한다. — 이 책 읽고 한 가지 실천에 옮긴 것: 옷장이든 냉장고든 70%만 채우고 30%는 비워두라는 이야기를 읽고 나서 아무도 좋아하지 않아 마시지는 않으면서 한편으론 버리기는 아까워서 냉장고에 오래 놓아두었던 프룬 주스와 옷장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낡은 옷가지를 일부 버렸다.
  • 고영 지음, 나비형 인간 마저 읽기 — 양재나비포럼에서 추천해서 읽게 되었다. 사회에 기여하는 삶을 권하는 책. 다양한 사회활동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 쿠바의 해외의료봉사체계(Cuban medical internationalism)가 남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

  • Slippery When Wet

    그림에서 왠지 좌절스러움이 느껴진다. 다음은 어느 주유소 앞에서 발견한 주의 표시: slippery_2 이 그림은 왠지 신나 보인다. “야호!”라고 외치는 듯. 빙판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모두 조심하시길.]]>

  • Reading: 이웃집 백만장자

    이웃집 백만장자, 리드리드출판 (원제: The Millionaire Next Door: The Surprising Secrets of America’s Wealthy . 오래 전,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었을 때 많은 참고가 되긴 했지만 왠지 씁쓸한 느낌이 있었던 터라 “백만장자”라는 표현이 들어간 이 책도 왠지 끌리지 않아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최근에 들은 3P 바인더 강규형 대표의 강의에서 이 책을 강력 추천하길래 뭔가 이유가 있겠지 싶어 읽기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매우 유익하다. 돈을 쉽게 버는 방법을 알려줄 것 같은 제목과는 달리 미국의 백만장자의 생활양식과 습관에 대해 차분한 논조로 연구한 내용인 바, 교훈이 되는 내용도 많고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도 하게 만든다. (나는 책이든 영화든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 좋다.) 저자는 순자산이 많은 백만장자들은 대체적으로 저축과 투자를 우선순위에 두고 검약하는 생활습관이 몸에 배어있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백만장자라고 하면 고급 주택가에 살며 맞춤 양복, 고급 구두, 명품 시계를 갖추고 신형 외제승용차를 몰고 다닐 것 같지만 의외로 수수한 옷차림을 고수하며 자동차도 중고 미국차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책 제목이 “이웃집 백만장자”인 이유가 그 때문이다. 즉, 겉보기로는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는 옆집 아저씨가 알고 보면 백만장자일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소득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은 이들–교사나 평범한 자영업자–중에서도 수입이 생기면 소득의 15% 정도를 저축/투자한 후 나머지를 가지고 검소하게 생활하는 습관을 통해 결과적으로 상당한 순자산을 축적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한편, 고액 연봉을 받는 기업 임원이나 고소득을 올리는 전문직 종사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순자산을 많이 모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그들이 소비지향적인 생활양식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적어도 이 정도는 해줘야 어울린다”는 생각에서 자신의 생활 양식의 기준을 지나치게 높게 정한 나머지, 버는 족족 써버리기에 먼 장래를 위해 충분한 저축이나 투자를 할 여유가 오히려 적다는 것. 따라서 순자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남의 눈을 의식해서, 또는 허영심에서 필요 이상의 호기를 부리는 과소비를 경계하고 꼼꼼하게 예산을 세워 계획적인 지출을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의문도 생긴다. 1964년에 개봉된 영화 메리포핀즈에는 비둘기 모이를 사려고 동전 두 푼을 쓰려고 하는 두 아이와 그걸 가로막고 먼 장래를 위해 은행에 저축하라고 설득하는 은행가가 등장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서는 어린아이의 순수하면서도 고집스러운 모습과 은행가의 탐욕스러우면서 고집스러운 모습을 대조하고 있는데 생각해보면 어느 쪽이 더 옳은 것인지 혼란스럽다. 티끌모아 태산이고 먼 장래의 경제적 안정을 위해 지금 당장 해보고 싶은 경험에 대한 지출을 포기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먼 장래의 경제적 안정의 일부를 희생하고–연2% 금리로 60년을 맡겨두면 원금의 약 3배로 불어난다–지금 당장의 경험과 추억을 만드는 것이 옳은가? 결국은 두 양극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할텐데 그 균형점은 결국 스스로 판단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아직 반 정도 읽은 상태라서 마무리는 다 읽고 나서. *참고: 이 책과 동시에 오디오북으로 듣고 있는 Nassim Nicholas Taleb의 Fooled by Randomness에서는 위의 책 The Millionaire Next Door 및 동일 저자의 The Millionaire Mind 를 엉터리 같은 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커다란 부를 거뭐쥐는 것은 당사자의 생활 양식이 어떠했기 때문에 그랬다 등의 특별한 인과관계에 따르기 보다는 무작위성(운)에 따르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보는 Taleb의 관점에서는 그렇게 평할 수도 있겠다.]]>

  • Person: Ralph Caplan

    Ralph Caplan: 가장 존경하는 디자인 컬럼니스트 1996년 경, 동생 친구의 소개로 권영걸 교수님(당시는 이화여대 생활미술학과에 계셨음)의 연구실에 찾아갔었다. 당시 나는 Herman Miller라는 회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권영걸 교수님께서 Herman Miller사와 관련해서 일을 하신 적이 있다는 정보를 동생 친구를 통해 듣고 뭐라도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무작정 찾아간 것이었다. 그때 교수님방 책꽂이에 있던 By Design 책을 빌려서 복사해서 읽은 것이 Ralph Caplan을 처음 만난 순간이었다고 어렴풋이 기억한다. 이 책이 발간된 1982년 당시에 이미 저자는 경험디자인이나 디자인 리서치, 그리고 디자인사고 등에 관한 개념을 명료하게 적고 있었으니 그 혜안이 놀라울 따름이다. 나는 By Design이라는 책에 듬뿍 담겨있는 Ralph Caplan의 남다른 관찰력과 명료한 표현력, 그리고 통찰의 예리함과 깊이에 감동했고 이를 계기로 나도 언젠가는 디자인 컬럼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바램을 막연히 가지게 되었다.

    “To design objects on an unreal basis is to minimize our own reality. Travel has traditionally been “broadening,” because it was an exercise in confrontation. You couldn’t get from one place to another without experiencing the journey and the places. Now we travel vast distances sealed in chambers that are indistinguishable whether you are traveling from Clevelent to Detroit or from Boston to Yokohama.” — Ralph Caplan, By Design, St. Martin’s Press, First Edition (1982), p 63
    Ralph Caplan은 디자인 분야의 컬럼니스트로 미국 AIGA에 의하면 디자인 관련 글쓰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이다. 1925년 펜실베니아에서 태어난 그는 지금은 폐간된 I.D. Magazine의 편집자로서 뛰어난 글을 다수 남겼고 대표적인 저서로는 By Design: Why There Are No Locks on the Bathroom Doors in the Hotel Louis XIV and Other Object Lessons, The Design of Herman Miller, 그리고 에세이집인 Cracking the Whip: Essays on Design and Its Side Effects 등이 있다. 참고: – 2010년 National Design Award 수상 동영상2010년 Ralph Caplan의 강연 동영상 (60분)2011년 AIGA Medal 수여 관련 기사 – Core77에 실린 Cracking the Whip 관련 기사 – 2010년 1월 6일자 뉴욕타임즈에 실린 I.D. Magazine 관련 기사]]>

  • 남을 위한 수고

    나비형 인간(아리샘 간) 35 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오로지 자신의 발전만을 위해 비전을 세우면 에너지를 만들어 낼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것만을 쌓아 올릴 생각으로 인생에 몰입하면 정작 최종 시점에선 자신밖에 남지 않습니다. 아무도 없게 되는 것이지요. 정말 ‘아름다운 비전’은 나와 관계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성공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그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되면서 동시의 그들의 염원이 담긴 것이어야 합니다.” — 고영 지음, 나비형 인간(아리샘 간) p35
    문득 얼마 전에 읽은 책 내용이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공부해야 할 강한 동기를 발견하지 못한다. 동기 발견에 장애가 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들 대부분이 자기 자신을 위해 아침 공부를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해 하려는 일이 오래 지속될 리 없다.” — 후루이치 유키오 지음, 박재현 옮김, 아침 30분, 형설Life 간, p119
    이기적 동기가 가진 동력이란 그다지 크지 않은 것인가보다. 사랑의 힘이 강하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지도. ]]>

  • 양선희 저, 카페 만우절

    양선희 논설위원이 쓴 장편소설 “카페 만우절“을 읽었다. 주로 논픽션을 즐겨 읽는 나는 소설은 일 년에 1-2권 읽는 것이 고작이다. 소설을 읽는 동안은 소설 속 세계에 몰입되어버리는데 객관적으로 소설 속의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내가 살고 있는 현실과는 다른 소설 속의 세계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그 느낌이 묘하다. 마치 C.S. Lewis의 “사자와 마녀와 옷장” 이야기에서처럼 옷장 속의 세계와 바깥의 세계가 주인공들에게는 모두 현실로 존재하지만 동시에 두 곳에 있을 수는 없는 그런 느낌이랄까. 줄거리를 굳이 쓸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이 책에 그려진 여러 상황 중에서 “의사 아들을 둔 엄마들의 맹렬한 집착”을 그린 장면들이 무척 인상 깊었다. 자기 아들의 장래를 망칠 것 같은 여자가 아들 주변에 얼씬거리는 것을 차마 두고 보지 못하는 엄마들의 모습은 보호 본능일까 집착일까? 이 책의 교훈: 남의 이야기라고 쉽게 이야기하지 말고, 확실하지 않은 남의 소문을 옮기지도 말자. 적용: 매스컴에 등장하는 유명 인사들의 각종 스캔들 이야기는 무시하고 사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