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쓰지 않고 고치는 것이 이상적이다” 라든가 “병의 80-90%는 저절로 낫는다”라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하던 이야기임을 100여년 전에 활동했던 윌리엄 오슬러 라는 의사의 전기를 보면서 알게되었다.
진단용 엑스레이가 갓 보급되기 시작하고 결핵예방 백신이 널리 퍼지기 전이었던 그 시절이나 많은 의학적 발전이 이뤄진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질병이 던져주는 가장 큰 문제는 통증 그 자체가 아니다. 통증의 원인이 무엇이며 그 병이 앞으로 나을 병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주는 불안감과 고통이 훨씬 더 큰 문제다.
암이 어느 정도 발전하기 전에는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통증은 질병의 존재를 알려주는 오히려 반가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마약에 의존해야 할 만큼 심한, 말기암 환자가 겪는 극단적 통증은 별도로 하고 말이다.
80-90%의 병은 저절로, 즉 약을 쓰든 안 쓰든 낫는다는 통계적인 위로는 질병의 걸린 당사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병이 그 통계적 범위에 소속되는지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없다면 러시안룰렛에 참여해도 살아남을 확율이 5/6 나 된다고 하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과연 그런 걸까? 난치병에 걸렸지만 10%의 사람은 완치될 수 있음을 안 다면 막연하나마 긍정적인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치료행위에 임할 수 있지 않을까? 치료에의 기대를 단념하고 불편과 고통을 감수하고 살아갈 각오를 갖고 살아가는 것도 방법이긴 하겠지만 궁극적 완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은 삶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