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초반 조선은 대륙에서 벌어지고 있던 명청교체라는 커다란 격변을 저지하거나 거스를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조선은 명과 청, 두 강대국 사이에 끼여 있는 약소국이자 ‘종속변수’였다. ‘끼여 있는’ 약소국이 자존을 유지하며 생존하려면 역량을 키우는 것이 절실했다. 그러나 그것은 짧은 시간 안에 쉽게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면 어떻게 했어야 할까? 앞에서 언급했듯이 내정과 외교 양면에서 극히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했어야 했다.” –한명기 지음, 병자호란 2: 역사평설, 푸른역사,p3582014년에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와 고전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침 1월 독서모임 도서로 한명기 지음, 병자호란 1, 2권이 선정되었다. 애당초 두 권 모두를 읽어가기는 무리라고 생각해서 1권만 읽어가야겠다라고 마음 먹었는데 왠걸 1권에서는 병자호란에 이르는 시대적 상황만 설명되어 있고 정작 병자호란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게다가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롭고 배울 점이 많아 자연스럽게 2권까지 읽게 되었다. 긴박하고 안타까운 역사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몰입되어 “나라가 망해가는데 어쩌면 좋은가?”라는 다급함에 책을 손에서 놓기가 어려웠다. 자신의 성공은 부각시키고 실패는 덮어두려는 경향이 강한 것이 인지상정이긴 하지만 마치 사체를 부검하듯 병자호란이라는 처절한 패배에 이른 경황을 하나하나 자세히 뜯어 살펴봄으로써 현재의 안일한 태도를 반성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어 대단히 많은 유익을 얻었다. 내가 만약 400년 전으로 돌아가 인조 정권에게 조언을 할 수 있는 입장이 된다고 하더라도 크게 바꿀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으리라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느낀 바였다. 그렇다면 한 사람의 개인이 앞으로 다가올 국가적 차원의 커다란 파국을 막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