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넷 생명보험회사의 사장겸 COO 이와세 다이스케(岩瀬大輔)씨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 때문에 논란에 휩싸였다. 1976년생인 이와세 사장은 동경대 법대를 나와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을 상위 5%의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 보스턴컨설팅그룹을 거쳐 온라인전문 보험회사를 창업한 엄친아로 일본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4월 1일자 포스팅에 신입사원에게 권하고 싶은 내용이라고 하면서 매일 정식 출근시간보다 30분 일찍, 똑바른 몸가짐으로 출근해서 신문을 탐독하는 습관을 유지한다면 사내에서 신뢰할만한 인재로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런데 상당 수의 독자들이 이에 대해 실질적으로 시간외근무를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그는 4월 3일자 포스팅에 “내가 적은 것은 본심이 아니었다. 글을 올린 날짜가 만우절 아니겠냐? 신입사원이라면 정시 출근하면 되고 신문따위는 읽을 필요도 없고 선배 직원들의 신뢰를 얻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일찍 출근하는 것은 시간낭비이며 혹시라도 늦는다면 회의참가자들과 고객들에게 기다려 달라고 하면 된다고 적었다. 그런데 이 글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그가 자신의 4월 1일자 포스팅 내용을 문제삼은 이들을 겨냥해 비아냥거리는(tongue-in-cheek) 태도로 글을 적은 것이라 받아들여진 것이다. 결국 4월 4일자 블로그 포스팅에 자신이 전날 비꼬듯이 올린 내용 때문에 불쾌하게 생각한 이들에게 사과하면서 4월 3일자 해당 포스팅을 삭제하는 것으로 상황을 마무리했다. 첫 날 이야기한 그의 진심–일찍 출근해서 일간신문을 미리 보며 하루를 준비하는 것–은 조직에 대한 충성심, 근면성, 성실함의 가치를 떠받드는 일본인의 전통적 가치관에 비추어보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이야기라 생각된다. 아마도 처세술 서적의 저자가 같은 말을 했다면 그러려니하고 넘어갈 수 있었으리라. (사실 그는 이런 취지의 처세술 책을 낸 바 있다.) 그러나 조직을 대표하는 사장이 그런 말을 남긴 것은 신입사원들에게는 마치 회사의 방침처럼 들릴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 것이다. 혹자는 그가 첫 날 글에 대한 일부 독자들의 비판을 비꼬는 말투로 항변한, 지금은 삭제된 4월 3일자 포스팅이 더 문제라고 보기도 한다. 일부 독자들의 비판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항변한 글을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블로그에 공개한 것은 저자 스스로 자신의 품위를 손상시킨, 우스꽝스러운 행동이라는 것이다.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오르게 되면 불가피하게 이런 저런 공격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한 공격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느냐 자체가 그의 리더십을 시험하는 관문이 된다. 상대의 비난에 대해 “그러는 너는 얼마나 잘 났느냐?”라고 감정적으로 응수하는 것은 그다지 성숙한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 상대방의 진지한 공격을 비아냥거림으로 받아넘기는 반응도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이와세 사장의 반응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 이와세 사장은 4월 4일자 포스팅을 다음과 같이 마무리짓는다. “앞으로는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진중한 표현을 사용하도록 유념하면서 블로그를 계속 써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특히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진심을 표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실감하게 되었다. – – – * 참고로 이와세 사장이 근무하는 라이프넷 생명보험회사의 직원 수는 90여명이고 2014년도 신입사원은 4명이다. 이 중 대졸 신입사원은 1명. 이 정도라면 이와세 사장의 블로그 포스팅은 몇 명 안 되는 신입사원 각 사람을 겨냥해 개인적으로 편지를 써서 준 것이나 마찬가지 효과가 아니었을까? 아마도 이들은 회사의 사장이 올린 글을 읽고 ’30분 일찍 출근해야 하나보다’라고 생각했으리라 짐작이 드는데 이 블로그 포스팅을 두고 일이 이렇게 크게 벌어졌으니 과연 그들은 앞으로 몇 시에 출근해야 할까? 혼자 생각이지만 사장에 대한 충성심과 그의 상처입은 마음을 위로하는 뜻을 담아 정시보다 한 시간 앞당겨 출근하지 않을까 싶다. ** 한편으로는 이와세 사장이 어린 시절을 영국에서 보냈다는 사실에 비추어보면 지금은 삭제된 4월 3일자 포스팅에서 그가 의도했던 것은 뒤틀린 심보의 비아냥거림이라기 보다는 영국 문화에 익숙한 그의 의식을 기준으로 했을 때에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수준의 유머였을지도 모른다. (영국식 유머에서는 반어법 irony과 비꼬는 표현sarcasm이 훨씬 빈번하게 사용된다고 한다.) 다만 예의와 체면을 중시하는 일본인들에게 그런 다크 유머가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인지도. 참고: 영국식 유머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글]]>
2 replies on “tongue in cheek”
Freedom of speech는 현대사회에 더 이상없다는 것인가? 왜 삭제하고 없었던 일로 해야하는거죠?
그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