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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ing verbal patterns

영국인 발견(Watching the English)”에서는 영국인의 대화의 전형적인 유형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처음에 만나면 날씨 이야기부터 꺼낸다는 것. 자신의 사생활을 밝히기를 꺼려하고 기본적으로 과묵한 성격의 영국인들이 어색한 상황에서 손쉽게 꺼낼 수 있는 대화의 소재가 날씨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한다. 영국인 사이에서는 기본적인 대화의 주고받음이 전형적으로 정립되어 있어서 그 패턴에 맞춰서 이야기하면 무리가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영국 아니라 어느 나라라도 그런 전형적인 대화의 패턴이 존재하리라는 것을 쉽게 짐직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문화적 습관에 젖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상호간에 기대되는 행동을 하게 되어 그런 패턴을 특별히 인식하지 않고 지낼 따름이다. 사람들의 대화라는 것이 80%는 똑같은 패턴을 따르리라 짐작된다. 그렇다면 나처럼 내성적이고 말 수가 적어 모임에 나가도 조용히 먹기만 하는 성격의 사람도 “80%”에 해당하는 기본적인 대화의 패턴을 익힌다면 대부분의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대화를 해낼 수 있으리라. 예를 들자면, 오랫만에 만난 자리에서 상대방이 꺼내는 말은 대부분 다음 중 하나다.

  1.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2. “오랫만이네요, 안녕하셨어요?”
  3. “많이 바쁘시죠?”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인사'(greeting)를 ‘질문'(question)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 자신의 근황에 대해 긴 설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많은 경우 상대는 그런 답변을 기대하지 않는다. 서로 공유하는 맥락이 없으면 위의 세 가지 정도의 말 말고는 사실 할 말이 없기 때문에 그냥 던지는 인사말일 수 있는 것이다. 위의 각각의 경우에 대해 응수할 수 있는 말도 거의 정해져 있는 거나 다름이 없다. 상대방도 특별히 다른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다.
  1. “그저 그래요.”
  2. “네, 오랫만이네요. 별일 없으시죠?”
  3. “네. 정신없어요. 어떻게 지내세요?”
평소 사물의 존재 방식과 원리를 심사숙고하는 진지한 성격의 사람이라면 위와 같은 표면적이고 아무 의미없는 대화에 대해 공허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런 얕은 수준의 주고받음(interaction)이 사회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그런대로 받아들일만 하다. 타고난 사회지능을 갖추지 못한 사람도 이미 정형화된 대화의 패턴을 공부한다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 ‘난 원래 그래요’라고 체념하기 보다 사회적 생존을 위한 트레이닝에 약간의 노력을 기울일만한 가치가 있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과 같은 명저를 비롯해서 스튜어트 다이아몬드의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사이토 다카시의 “잡담이 능력이다” 등 대화의 기법에 관한 책을 집중적으로 탐독하면–100권 정도는 읽어야겠지만–부족한 사회성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epilogue 좀 더 깊은 수준의 대화, 보다 의미있는 주고받음을 원한다면 만난 자리가 아니라 평소에 더 잘해야 한다. 말로 때울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명절에 작은 선물이라도 보내거나 아무리 못해도 생일에 페이스북 메시지라도 보내거나 했어야 오랫만에 만났을 때 표면적인 인사 이상의 대화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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