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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n scheduling

“풍세를 살펴보는 자는 파종하지 못할 것이요 구름만 바라보는 자는 거두지 못하리라” (Whoever watches the wind will not plant; whoever looks at the clouds will not reap.) — 전도서 11:4 (개정개역/NIV) 위의 구절에서 풍세와 구름은 외부 환경을 가리킨다. 세상이 흘러가는 흐름 또는 트렌드에 대한 어느 정도의 예측은 의사결정에 있어 참고가 된다. 그러나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불확실성 그 자체에 집착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유부단함의 함정(indecision loop)에 빠져 정말 아무 것도 못하게 된다. 예컨대 10월 둘 째 주에 체육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면 그날 비가 오든 안 오든 일단 체육대회를 여는 것으로 전제하고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대회 개최를 전제로 하고 그날 비가 올 경우의 대비를 세워야 하는 것이지, 혹시 비가 올지 모른다는 걱정에 계획 추진 자체를 망설이고 있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와 연관된 몇 가지 생각들:

  1. 거의 확정적인 것을 불확실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곤란하다: KTX 출발 시간이 12:05로 되어 있으면 그런 줄 알고 시간 맞춰서 역에 나가는 것이 맞다. 열차는 대체로 시간을 잘 지키는 편이다.
  2. 불확실성이 내재된 약속은 확인 단계를 추가하라: 분명히 회의에 참석하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나타나지 않는 사람이 간혹 생긴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깜박 잊어버렸거나 시간과 장소를 착각해서 그런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참석하겠다는 약속은 “의도”다. 이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회의 전날에 확인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라.
  3. 근본적으로 불확실한 것에서 확실한 경향을 찾아내려는 시도는 무모하다: 효율적 시장 가설에 의하면 주식 시장의 단기적 흐름은 본질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 특정 주식이 오를 것 같다는 직감을 스스로 믿어버리는 것은 망상이다.
  4. 확정적인 것과 불확실성을 구분하라: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 그리고 죽을 때는 아무 것도 저 세상에 가지고 갈 수 없다. 이건 확정적인 사실이다. 다만 언제 어떻게 죽을지, 누가 먼저 죽을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5. 해야하는 일이 있다면 먼저 스케줄을 정하고 나서 외부 변수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라: 제품 개발과 마찬가지로 시간의 설계에 있어서도 일단 프로토타입으로서의 계획을 세워보고 나중에 수정하는 편이 일의 진척이 빨라진다.
정말이지 풍세만 살펴보고 있으면 아무 일도 못한다. 주어지는 미래만 바라보지 말고 스스로 미래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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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대해서

“Friendship is unnecessary, like philosophy, like art…. It has no survival value; rather it is one of those things which give value to survival.” — C. S. Lewis, The Four Loves 짧게라도 자주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고치고 다듬는 작업이 그나마 글쓰기 연습이 되어 다행이다. 하지만 A4 용지 한 장 분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짧은 글 위주로 계속 적다보니 체계적으로 긴 이야기를 풀어내는 논문 형식의 글쓰기와는 점점 멀어져가는 느낌이다. 보다 긴 호흡의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글은 블로그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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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력

“누가 뭐래도 영업맨의 가장 큰 무기는 ‘대화력’이다. 고객과 대화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그것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며 계약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영업맨은 이 일련의 작업을 오로지 대화력으로 끌고 나가야 한다.” — 도키 다이스케 지음, 김윤수 옮김, “왜 나는 영업부터 배웠는가” (다산3.0), p109 이 글을 읽고 든 생각 몇 가지:

  1.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는 없고 저마다의 재능이 다른데 ‘대화력’은 나의 강점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나는 영업을 할 수 없다고 봐야 하나? 과연 대화력은 노력하면 키울 수 있는 것일까? (원래 말수가 없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성격을 타고난 저자는 그것이 가능하며 자신이 그 사례임을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다.)
  2. 나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는 ‘경청력’은 좀 있는 것 같은데 그걸로는 부족한가보다.
  3. 어쨌거나 누군가와 단둘이 조용히 만나는 일 자체가 많지 않다. 내가 누군가를 식사에 초대하는 일도 드물고 누군가가 나를 특별히 불러내는 일도 드물다. ‘대화력’이라는 걸 연마하려면 사람을 만나는 기회부터 만들어놓고 봐야 할텐데 어쩌나.
  4. 함께 나누는 대화가 즐겁다고 느끼는 사람과는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 ‘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걸로 보아 진정한 대화력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훌륭한 영업맨이 될 가능성이 높간 하겠다.
  5. 내가 만나본 ‘영업맨’ 중에서는 일방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밀어붙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대화’를 잘 한다고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꼭 뭔가를 판매하는 영업맨이 아니고 남을 돕는 입장에 있는 사람, 예컨대 의사 같은 사람에게도 대화력은 중요하다. Atul Gawande의 최근 저서 Being Mortal에서 말기암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대화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인상 깊었다. 암 치료를 위한 여러 가지 화학요법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환자에게 결정을 촉구하는 정보전달형 의사(informational doctor)가 있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드물게 환자의 삶의 우선순위를 먼저 묻고 환자가 진정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에 보다 적합한 치료 방법을 권하는 해석지향형 의사(interpretive doctor)가 있는데 후자가 훨씬 더 바람직하다는 이야기였다. 특히 저자의 아버지가 척수암을 앓는 과정에서 실제로 겪은 사례를 들어 설명했는데 대화를 통해 환자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이를 존중하여 환자와 의사 사이의 상호협력적 결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줬다. 영업맨이 되었건 전문인이 되었건 대화력은 간과할 성격의 일이 아니다. 그 누구든 자신의 책무에 더 어울리는 대화력을 계발하기 위해 관심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 – – 참고:
  1. Ezekiel and Linda Emanuel 부부의 1992년도 논문: “Four Models of the Physician-Patient Relationship“, JAMA. 1992;267(16):2221-2226)
  2. 김민정, “의사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연구“, 한국언론학회, 제53권 3호, 2009.6, 146-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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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logy

eulogy. The term comes from Latin eulogium, from Greek eulogia, meaning “praise; good or fine language”, according to Online Etymology Dictionary. In the era of social media, which allows many people to pitch in to leave short messages on a topic, perhaps it is possible for the mourners of a deceased to leave collaborative eulogy on the web, for instance, on an online message board or a comment system. This would enable remembering the life of the deceased from various viewpoints. Such collaborative, or open, eulogy, on the other hand, might render unexpected or even undesirable effect, such as less-than-kind remarks being left on the message board. An example might go like this, “The late Mr. John Doe was not really that saintly person as many of you think he was. When he was the purchasing manager at the company, he often received bribes from the suppliers under the table.” While this kind of unfriendly revelation would add thrill to the funeral by exposing the reality of being an erring human being, not everyone wants to know every aspect of the life of the deceased. Also, it is somewhat unfair because we cannot give the very person in question a chance to refute the derogatory claim. Therefore the eulogy, not the factual revisitation. Gone is gone and, as the song “The Way We Were” goes, “We simply choose to forget. So it’s the laughter we will remember whenever we remember the way we w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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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ration

Power of Repeat“이라는 제목으로 반복이 주는 유익에 대해 썼는데 IDEO사의 “Made in the Future” 프로젝트 중 Outer Skills 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보면서 ‘목적성이 있는 반복’을 이야기하려면 repeat 보다는 iteration이 더 적당한 용어임을 알게 되었다.

it·er·a·tion noun \ˌi-tə-ˈrā-shən\ a procedure in which repetition of a sequence of operations yields results successively closer to a desired result — Merriam-Webster Online
Repeat이나 iteration이나 영한 사전에서는 “반복”으로 풀이되지만 이 두 단어는 각각 단순한 반복과 어떤 목적에 가까이 가기 위한 반복이라는 개념적 차이가 있다. Iteration에 해당하는 적절한 우리말 표현이 분명 존재할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일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매일 해가 뜨고 해가 지고,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고 밤에 잠이 드는 순환이 반복되지만 우리의 하루하루의 삶은 과연 repeat인가 iteration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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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onology

존 러스킨 지음, 곽계일 옮김,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아인북스) 부록에 나오는 존 러스킨의 연표를 보면 그의 생애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청년시절 좋아했던 여성(Adele Clothilde Domecq)과는 어머니의 반대로 결혼하지 못했으며, 결국 아내가 된 사람(Effie Gray)과는 결혼 6년만에 파경을 맞고, 이혼 후에 자기보다 한참이나 나이 어린 여성(Rose La Touché)에게 구혼했다가 거절당한다. 그리고 존 러스킨은 노년에 정신착란을 겪는다. 이걸 보고 생각해 보았다. 만약 개인의 이력서에 좋은 일과 안 좋은 일을 모두 적는다면 얼마나 이야기가 파란만장할까? 여러 가진 면에서 뛰어난 인물도 항상 좋은 일만 겪었으리라는 보장이 없으니 말이다.

“야곱이 바로에게 대답하였다. “이 세상을 떠돌아다닌 햇수가 백 년 하고도 삼십 년입니다. 저의 조상들이 세상을 떠돌던 햇수에 비하면, 제가 누린 햇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험악한 세월을 보냈습니다.”” — 창세기 47:9 (새번역)
– – – – – 참고 1: 구직 이력서에 안 좋은 경험을 적는 가상의 예:
  • “어린시절부터 저의 집에서는 가정불화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지간한 갈등상황에서도 동요하지 않는 배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제가 살아온 28년 중 4년 가량을 병원에 입원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환자의 고충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 “저는 총 여섯 차례의 교통사고를 당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저는 안전에 대한 인식과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남다릅니다.”
참고 2: 최인 님의 글 “존 러스킨(John Ruskin)의 생애와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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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e: 존 러스킨,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2)

감탄하며 읽고 있는 책, 존 러스킨의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비교적 오래 전인 1860년에 쓰여진 책이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글쓴이의 통찰력이 놀랍다. 가장 최근에 쓰여진 책이라고 반드시 가장 발전된 생각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님을 느끼게 된다. 지식은 선형적으로 진화하는 것은 아닐지도.

“따라서 어떤 물건이 쓸모가 있으려면 물건 자체가 지닌 유용한 기능성뿐 아니라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유능한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를 좀 더 전문적으로 표현하자면, 유용성이란 역량있는 사람의 손에 들린 가치인 셈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금까지 고찰해 왔듯이, ‘축적’의 관점에서 부를 학문적으로 다룰 때는 물질의 축적만이 아니라 인간 역량의 축적도 그 연구 대상에 포함된다. ‘분배’의 관점에서 부를 학문적으로 다룰 때는 절대적 분배가 아닌 차별적인 분배에 대해, 즉 아무 대상에게 아무 물건을 분배하는 것이 아닌 적합한 대상에게 적합한 물품을 분배하는 법칙에 대해 연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를 연구하는 학문은 단순한 산술 계산 그 이상을 요구하는 고난도의 학문인 것이다.” — 존 러스킨 지음, 곽계일 옮김,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아인북스, p164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수요 중에 75%는 환상과 이상, 희망과 애착에서 비롯된 낭만적인 것들이다. 즉, 돈지갑을 단속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상상력과 감정을 단속해야 한다는 뜻이다.” (Three-fourths of the demands existing in the world are romantic; founded on visions, idealisms, hopes, and affections; and the regulation of the purse is, in its essence, regulation of the imagination and the heart.) — 같은 책, pp174-175
“생산물은 노동의 결과로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라 유용하게 소비할 수 있는 물건을 뜻한다. 그렇기에 국가가 대답해야 할 질문은 ‘얼마나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생명을 잉태해 내는가’이다. 그 이유인즉, 소비야말로 생산의 목적이자 열매이고, 생명이야말로 소비의 목적이자 열매이기 때문이다.” (Production does not consist in things laboriously made, but in things serviceably consumable; and the question for the nation is not how much labour it employs, but how much life it produces. For as consumption is the end and aim of production, so life is the end and aim of consumption.) — 같은 책, p195
“”생명이 곧 부(富)다.” 이 생명은 사랑과 환희와 경외가 모두 포함된 총체적인 힘디ㅏ. 가장 부유한 국가는 최대 다수의 고귀하고 행복한 국민을 길러 내는 국가이고, 가장 부유한 이는 그의 안에 내재된 생명의 힘을 다하여 그가 소유한 내적, 외적 재산을 골고루 활용해서 이웃들의 생명에 유익한 영향을 최대한 널리 미치는 사람이다.” (THERE IS NO WEALTH BUT LIFE. Life, including all its powers of love, of joy, and of admiration. That country is the richest which nourishes the greatest number of noble and happy human beings; that man is richest who, having perfected the functions of his own life to the utmost, has also the widest helpful influence, both personal, and by means of his possessions, over the lives of others.) — 같은 책, pp195-196
19세기에 쓰여진 난해한 영어 본문 문장과 비교해 보니 옮긴이인 곽계일 님의 공들인 번역에 대한 고마움이 새삼 깊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