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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플래쉬와 시간에 대한 감각

위플래쉬(Whiplash)는 시간, 특히 타이밍의 문제를 다룬 영화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스포일러 주의: 영화 줄거리의 단서를 제공함)

  1. 교수가 아침 6시에 연습실에서 보자고 했는데 주인공이 늦잠을 자서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2. 영화에서, 드럼이라는 악기를 논함에 있어서 표현이나 예술성 보다 박자(beat)에 촛점을 맞춘다.
  3. 드럼 주자인 주인공이 빠른 템포의 곡의 박자를 제대로 못 맞춘다고 지휘자로부터 지속적인 압박을 받는 것이 영화 전반부에서 강조되는 모티프다.
  4. 피나는 연습을 통해 주인공은 결국 빠른 템포의 박자를 정확하게 맞출 수 있게 된다.
  5. 나름 시간을 맞춰가고 있었지만 버스가 펑크가 나는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 주인공은 중요한 연주회에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고 일을 그르친다.
  6. 드럼 연습에 집중한다는 이유로 여자 친구를 차벼렸지만 나중에 다시 그녀를 찾았을 때는 그녀에게 다른 남자친구가 생긴 상태여서 때늦은 후회를 한다.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7. 영화의 결말에서 주인공은 지휘자를 무시하고 자신만의 타이밍으로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동료 연주자와 지휘자에게 자기 신호에 따라오라고 지시하기까지 한다. 남의 시간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남을 자기 시간에 맞추도록 한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주인공과 지휘자가 서로 무언의 타협을 이루고 함께 타이밍을 맞추어 연주를 끝낸다.
과연 시간에 대한 감각은 타고 나는 것일까? 내가 어려서부터 우리 가족은 각종 모임에 대부분 늦게 도착하곤 했다. 단순히 식구가 많아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비슷한 숫자의 식구를 둔 가족들 중에서도 일관되게 먼저 와 있는 이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늦는 사람은 일관되게 늦고, 일찍 오는 사람은 일관되게 일찍 도착하곤 했다. 직장에서도 지각하는 직원들은 대체로 고정적이었다.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벌점을 부과해도 단골 지각자들의 행동 패턴은 쉽게 교정되지 않았고 단지 본인들의 택시비 지출이 증가할 뿐이었다. 나도 학창 시절 내내 모든 타이밍에 한 템포씩 늦는 생활을 해왔다. 심지어 학교 바로 앞에서 자취를 해서, 교실까지 불과 5분 만에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슬아슬하게 도착하거나 종종 지각을 하곤 했다. 이런 안타까운 습관은 35세 이후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겨우 교정되었지만 그나마 개선된 습관마저도 약속 시간에 1-2분 정도 앞서 도착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마흔이 넘어 컨설턴트 한근태 님의 강연 CD를 듣던 중 “모임에는 연봉 순서대로 일찍 나타난다“는 이야기가 크게 와 닿았다.
“제가 쭉 봤더니 연봉 순서대로 나타나더라고요. 10억짜리가 제일 먼저 나타나고 나중에 보니까 연봉 2천만원 짜리가 제일 나중에 나타나더라고요. 제가 그걸 보면서 “아 역시 성공한 사람들은 다르구나. 약속시간은 칼같이 지키는구나. 다른 사람의 시간을 굉장히 소중히 하는구나.”라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 한근태, “약속을 지키는 습관” 중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관찰해보니 나름 책임감 있는 사회 생활을 하는 선배들은 대체로 약속 시간보다 15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상대방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자기들만이 공유하고 있는 비밀 규칙인 “15분 룰”이 존재하고 있었던 거였다. 부모를 닮아서인지 우리집 아이들도 등교 시간이 항상 촉박하다. 5-10분만 더 앞당겨 일어나고 서둘러 준비하면 되는데 수 년 간의 반복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으로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의 감각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영화 위플래쉬의 주인공 앤드류처럼 모멸감을 수없이 느껴보고 피나는 훈련을 통해 체득해야 하는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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