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 루이스, 고통의 문제

어떤 이의 글은 문장 자체가 흥미진진하다. 꼭 사상이 심오하다거나 통찰력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일상적인 느낌이지만 그걸 깔끔하고도 정교하게 글로 표현해냈다는 점이 대단하다 싶을 때가 있다.

글쓴이에 대한 긍정적인 선입견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지만 모든 존경하는 작가에 대해 그렇게 느껴지는 것은 아닌 걸로 보아 문장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이들이 별로로 존재하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내게는 C.S. Lewis가 그런 인물이다.

아침에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The Problem of Pain를 우리말로 옮긴 “고통의 문제“(이종태 옮김, 홍성사)를 읽는데 첫 문단부터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애슐리 샘슨 씨가 처음 이 책을 쓰라고 했을 때, 저는 익명으로 쓸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제가 정말 고통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바를 밝히려면 꽤나 꿋꿋한 인간인 것처럼 보일 말을 할 수밖에 없는데, 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코웃음 칠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제 부탁은 이 시리즈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되었습니다. 그런데 샘슨 씨가 머리말을 통해 나 또한 내 원칙대로 살지 못한다는 점을 밝히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는 것입니다!”

— C.S. 루이스 지음, 이종태 옮김, “고통의 문제“, 홍성사, p11, 머리말 중에서

원문을 읽어보면 자신의 생각을 명료하게 표현해내는 그의 문장력에 더더욱 감탄하게 된다.

problem_of_pain_preface

— C.S. Lewis, The Problem of Pain

사실 이런 문장을 번역하기는 쉽지 않은데 그것은 마치 투명한 유리창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한 이치가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이종태 님의 번역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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