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해서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것 같은 의외의 주제를 사뭇 진지한 태도로 다루면서도 약간은 능청스러운 말투로 주절주절 풀어내는 재주를 가진 일본 작가 우치다 타츠루. 나는 그의 책을 좋아해서 번역되는 족족 읽고 있는데 최근에 읽은 책은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법” (김경원 옮김, 북뱅. 2016년 6월 20일 초판 발행)
이 책은 저자가 다양한 매체에 가볍게 기고한 글을 모아 편집한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한 가지 주제를 철저하게 파고 들어 뚜렷한 결론을 내기 보다는 특정 주제에 대한 화두를 던지면서, 그 문제에 대한 자신의 관점은 이러저러하다는 식으로 언급하고서는 끝내버리는 식이라서 살짝 아쉬운 점은 있지만 그의 독특한 통찰과 문제 제기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한번 읽고 말기에는 아까운 책.
특히 pp289-296에서 친밀권이라는 개념과 가족이라는 것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친밀권이란 강자의 논리임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대목이 무척 인상 깊다. 인류의 존재 양식에서 대등함이란 예외적인 사회적 조건이기에 대등함을 전제로 한 ‘친밀권’이란 관계는 지속적이기 어렵다는 점을 환기시켜주었고 가족을 대하는 마음 자세를 반성하게 해 주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