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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제품의 아이러니

내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면도 도구는 출장 중 호텔에서 가져온 플라스틱 면도기와 소형 포장의 면도용 거품 캔이다.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들 제품의 품질이 대단히 훌륭하고 커품 캔의 용량이 의외로 넉넉해서 몇 달 째 만족하며 쓰고 있다는 것. 고급 호텔에서는 이들 “일회용” 용품을 매일 새로 갈아주고, 대다수의 숙박객이 짧게 머물다가 이들 물품을 버리고 떠난다고 한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가용한 기능과 자원이 낭비되는 것일까. 생각하면 아찔하다. 과연 그 정도의 낭비에는 눈깜짝하지 않을 정도로 대범해야 고급 호텔을 운영하거나 그런 호텔에서 묵을 수 있는 수준의 배포를 가진 사업가가 되는 것일까? 한편 커피 전문점에서 쓰고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PET 재질의 플라스틱컵도 사실은 몇 개월을 써도 끄떡없는, 상당한 품질을 가진 물건이다. 하지만 사용 개시 이후 몇 시간도 못되어 폐기물로 전락하며 짧은 생애를 마감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도대체 우리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 가슴이 아프다. PET가 명색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인데. 내가 이러려고 플라스틱으로 태어났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어느 정도의 낭비에 익숙해져야만 산업 경제가 발전한다는 전제를 우리 모두가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일까. 전세계적 차원에서, 특히 산업이 발달한 소비경제형 국가에서 집단적으로 저지르는 이런 어리석음을 벗어나려면,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나 머그잔을 사용하자는 개별 수준의 대안을 벗어나 보다 상위 수준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만 한가지 흥미로운 건 애초에 물건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지기도 한다는 것. 예컨대 음식물 배달 시에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PP) 재질의 “일회용” 용기는 상대적으로 쉽게 쓰고 나서 버려지는 데에 비해 같은 재질로 만든 SC존슨사의 지퍼락 용기는 쓰고 씻어서 반복해서 사용하게 된다. 묘하게도 후자의 경우는 그냥 버리자니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애당초 “일회용” 또는 disposable(버려도 되는)이라는 명칭 부여 자체가 맞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 많아졌다. 이름만 다르게 지어주는 것만으로도 인식의 틀이 바꾸어 낭비적 습관으로부터 벗어나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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