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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저는 2009년 가을에 어느 독서 모임에 초대를 받아 가입하게 된 후 8년 넘게 꾸준히 활동해 오고 있습니다. 이 독서모임에서는 멤버들이 매달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한 권의 책을 선정하고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책을 읽은 소감을 나눕니다.

2018년 1월의 독서 모임은 제가 책을 정할 차례였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읽고 싶은 책을 정하는 것과 함께 읽을만한 책을 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너무 두껍거나 어렵거나 혹은 너무 시시한 책을 정하면 다 읽지 않고 참석하는 분들이 많아져서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적당한 두께이면서 읽어보고 싶을만큼 중요한 주제를 다루는 동시에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진 주제를 다루는 책을 고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곤 합니다.

바로 전달인 2017년 12월에는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어떻게 죽을 것인가』(부키 2015, 원제: Being Mortal)를 읽었습니다. 마침 그 책의 서문에서 인용된 책인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강은 옮김 『이반 일리치의 죽음』(창비 2012)에 마음이 기울어져서 그 책으로 정했습니다. 2017년도를 죽음이라는 주제로 마무리한 것처럼 2018년도의 시작도 memento mori의 숙연한 마음으로 맞이하자는 취지에서 말입니다.

저는 우리말 번역본을 읽고 난 후 영어 번역본(원서는 러시아어로 쓰였습니다)도 부분적으로 읽고 비교해보았는데 전체적으로 대동소이하지만 번역본마다 세부적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음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만큼 정확한 번역이란 어려운 일인가 보다 생각되었습니다.

마침 2014년 6월 12일에 양화진문화원에서 있었던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 대한 이어령 교수님의 강연을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줄거리 위주로 이 책을 읽었지만 이어령 교수님은 글 속의 상징과 의미를 중심으로 이 책을 풀이하셔서 무척 유익했습니다.

또한 이 강연 내용을 각각 다른 각도에서 짜임새있게 잘 정리한 조선일보의 유슬기 기자의 기사 “석학 이어령이 톨스토이에 빠진 이유”와 크리스찬투데이 이대웅 기자의 기사 “죽음을 떠난 종교는 존재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다”가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작품 속 이반 일리치는 존경받는 판사다. 그가 평생 추구한 삶은 내가 나로 사는 것이 아니라‘모두가 동경하는 귀족의 전형적인 삶’이었다. 톨스토이는 귀족의 아들임에도 ‘꼼므일포(comme il faut)’를 싫어했다. ‘교육과 사회가 심어놓은 허위’로 봤다.

유슬기, “석학 이어령이 톨스토이에 빠진 이유” (2014년 7월 11일 조선Pub 기사)

줄거리가 주인공이 죽은 시점에서 시작되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가 살아온 과정을 두루 조명한 후에 다시 그의 죽음의 순간에서 마무리되는 구조는 오슨 웰스 감독의 명작영화 『시민 케인』과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무상함을 다뤘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네요.

책을 읽어보시고 이어령 교수님의 강연도 들어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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