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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에 대하여 (On Responsibility)

책임감이란 자신의 삶과 존재가 가치있는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마음 속에서 작동하는 레이더 같은 것이다.

영어 responsibility는 외부의 요청 신호에 응답할 수 있는지 여부를 말하는데, 모든 신호signal에 응답하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특정 신호에만 반응을 보인다. 즉, 책임감은 다양한 요청 신호 중에서 무엇을 자신에 대한 부름으로 인식하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책임감의 범위와 방향은 사람에 따라 다 다르다. 자신을 중심으로해서 자신의 안위, 가족의 생계, 가까운 공동체의 복지, 자신이 소속된 지역이나 국가의 안녕 등을 도모하는 것을 책임감의 기본 방향으로 하고 그 범위를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주변으로 좁게 한정하거나 혹은 아주 넓게 포용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책임감의 방향을 밖으로 돌려 자신과 직접적인 연관이 상대적으로 약한 타인의 행복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책임감을 완수하는 것은 인간이 가진 삶의 목적purpose 중 하나이고, 책임감 완수를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선정하는 것이 목표goal에 해당한다. 그 목표 달성을 위해 각자 채택하는 전략적 관점, 사용하는 수단과 과정process, 활용하는 자원, 선택과 평가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

간혹 자신에게 재능이나 자원이 있지만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해야하는지 잘 모르고, 마음 속에 목표나 목적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을 경우가 있다. 혹자는 진로를 정할 때 ‘나는 무엇을 잘 하는가? 나는 무엇에 관심이 있는가?’를 참고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위에서 말한 단계의 구조hierarchy를 염두에 두고 생각한다면, 우선 자신은 무엇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는지를 자문하고 그것을 기준점으로 삶의 방식을 재구성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편, 책임감sense of responsibility와 의무감sense of duty은 살짝 다르다. 책임감은 스스로 느끼는 것이고 의무감은 타인으로부터 부여된 것이다. 다만 타인으로부터 자신에게 부여된 의무를 다하는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느끼는 경우 의무감과 책임감을 사이의 경계선이 모호해 질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책임감은 개개인에게 고유한 것이어서 자신의 책임감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영향력을 줄 수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남에게 전가transfer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은 자신의 가족의 생계와 안위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이를 우선순위에 두는 반면, 그의 배우자는 가족보다는 조직이나 공동체에 대해 더 깊은 책임감을 느껴 가족을 희생하더라도 대의를 추구하는 경우, 이로 인한 갈등은 불가피하지만 각자 느끼는 책임감의 차이에 대해서는 서로 존중할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남의 책임감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책임감에 대해 본분을 다 하는 것이다. 남의 경기에 대해 관전평을 하는 해설자commentator가 아니라 직접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player가 되어야 한다.

“예수께서 신 포도주를 받으신 후에 이르시되 다 이루었다 하시고 머리를 숙이니 영혼이 떠나가시니라.”

요한복음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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