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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악한 세월

야곱은 생애 말년에 자신의 삶을 회고하면서, 자신의 조상들에 비하면 길지 않은 해를 살아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험악한 세월”을 보냈다고 술회한다. 실제로 성경에 기록된 야곱의 일생, 특히 그의 가족 관계는 시종일관 불안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야곱이 바로에게 대답하였다. “이 세상을 떠돌아다닌 햇수가 백 년 하고도 삼십 년입니다. 저의 조상들이 세상을 떠돌던 햇수에 비하면, 제가 누린 햇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험악한 세월을 보냈습니다.”

창세기 47:9 (새번역)

만약 내가 야곱의 가까운 이웃이거나 친구였다면 과연 어떤 조언이나 위로를 줄 수 있었을까 생각해 봤는데 그가 삶 속에서 직면한 고뇌는 주변 사람이 도와주거나 함께 감당하기 어려운 성격의 것들이었다.

각별히 소중히 여긴 아들을 심부름 보냈다가 그가 맹수에게 잡혀 먹히고 말았다는데 어떤 말로 위로가 될까? 외동딸이 지역의 유력 인사의 아들에게 몹쓸짓을 당하고, 복수심에 불타는 아들들이 그 지역 남자들을 몰살시킨 다음 당혹스러워하는 그에게 도대체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20년 전, 그가 자기 쌍둥이형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아놓고 나서 도망치듯 떠났는데 세월이 지나 다시 형을 대면해야 하는 상황에서 혹시나 복수당하지 않을까 불안해 하는 야곱에게 과연 무슨 격려나 조언이 도움이 될까?

인간이 삶에서 겪는 여러 곤란 중에서 주변의 위로나 조언이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주변 사람의 도움은 아무 소용이 없고 오직 자기 스스로 절대자와 마주하는 수 밖에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이 있다. 야곱이 겪은 어려움 대부분이 후자의 성격을 띤 고난이었다.

그의 인생은 한번 해볼만한 모험adventure이 아니라 절박함desperation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험악한 세월”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주어진 이름 “이스라엘”은 “하나님과 겨루어 이김”이란 의미를 가졌다. 일견 모순처럼 보이는 이 정황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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