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외부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가운데 요며칠동안 마음놓고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었으면 짧게라도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고 하여 아래에 간단히 정리한다.
한글의 탄생: 문자라는 기적 – 노마 히데키 저/김진아,김기연,박수진 공역 우리나라 역사와 관련한 책을 읽으면서 이토록 눈물을 펑펑 흘린 책은 서애 유성룡이 기록한 징비록 이후 처음인 듯 싶다. 이 책은 존경하는 한 어른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추천사와 함께 소개받은 책이다.
“노마 히데끼란 일본의 언어학자가 쓴 책인데, 우리의 한글을 어쩌면 이렇게 잘 꿰고 있는지 경탄해가면서 읽었습니다.이 기회에 우리가 얼마나 복받은 글을 쓰고 있는지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만 한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의 시선을 통해 우리의 것을 발견하게 되는 무척 유익한 책이었다. 번역후기에 따르면 일어로 된 원서의 탁월한 문체를 살려보고자 매우 애썼다고 하는데 원문을 보지 못해서 비교할 수는 없으나 번역문을 통해서도 가슴뭉클한 감동을 읽는 내내 받았으니 역자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이다.
특집! 한창기 – 강운구 등저 우리나라 편집 디자인 역사의 중요한 키워드로 자주 등장하는 잡지인 뿌리깊은나무 그리고 샘이깊은물의 발행인이었다고 해서 고 한창기 선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은 간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그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함께 글을 모아 만들었다. 여러 사람의 관점과 경험이 함께 어우러져 한창기라는 인물과 뿌리깊은나무/샘이깊은물이라는 잡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한글의 탄생’을 읽으면서는 한창기 선생이 우리 고유의 것을 소중히 여기고 이를 발굴해내려는 사상과 태도를 가진 것의 근본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사고체계와 매우 가깝게 맞닿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뿌리깊은나무의 생각: 전통에 뿌리내리면서 새로움의 가지는 뻗는 일 – 한창기 저/윤구병,김형윤,설호정 등편 위의 책 ‘특집!한창기’와 함께 발행된 책으로서 한창기 선생 생전의 글을 모은 책이다. 문체가 매우 특이하여 그의 글을 통해 배울 점이 많았다. 전남 순천에 그를 기념한 ‘뿌리깊은나무 박물관‘이 2011년에 개관했다고 하니 방문해 보아야겠다.
제가 살고 싶은 집은: 건축가 이일훈과 국어선생 송승훈이 e메일로 지은 집, 잔서완석루 – 이일훈,송승훈 공저 국어교사인 송승훈이 자신이 살게 될 집을 건축가 이일훈과 함께 치열하게 궁리하면서 주고받은 이메일을 모아 만든 예사롭지 않은 기록으로서 자신이 앞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공간 속에 디자인해 가는 발전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어떻게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생각을 맛깔스럽게 글로 잘 옮기는지 신기해하면서 읽었다.
디자인 및 개발의 방법론에는 사상에서 출발해서 형태를 만들어나가는 방법이 있는가하면 이미 다른 이들이 만들어 놓은(‘off-the-shelf’) 기성품을 조합 내지 응용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는 방법이 있다. 이 책은 전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과정을 기술한 책이다. 뜻깊은 방법이긴 하나 너무나 고생스러워 보여서 실패와 충돌을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한 나로서는 아무래도 후자의 방법이 내게는 더 잘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심플하게 산다 – 도미니크 로로 저/김성희 역 곤도 마리에 저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과 일맥상통하는 책으로서 구체적인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우리의 생활 환경을 점거하고 있는 잡다한 물건들을 치워내야 한다는 의지를 재확인시켜주는 효과를 내는 책이었다.
One reply on “근래 읽은 책”
책을 읽는데 그치지 않고 책의 내용을 자기 문장으로 다시 쓸 수 있을 때 진짜로 책을 읽었다고 볼 수 있다는데 요즘은 그냥 수동적으로 책을 읽는 것도 쉽지 않네요.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