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사연

동네 꽃가게에서 천리향(千里香) 화분(25,000원)을 구입했다.(위 사진) 다른 이름으로는 서향(瑞香), 영어로는 daphne odora 라고 하는 이 꽃은 강한 향기가 특징적인데 달콤하거나 새콤한 향이 아니라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강한” 향이 난다. 일주일에 한번 물을 주라고 해서 매주 수(水)요일에 물을 주기로 했다.

천리향 – 이해인 –

어떠한 소리 보다 아름다운 언어는 향기

멀리 계십시요 오히려 천리밖에 계셔도 가까운 당신

당신으로 말미암아 꽃이 되는 봄 마음은 천리향

바람편에 보냅니다 깊숙히 간직했던 말없는 말을 향기로 대신하여

시인 이해인은 “천리향”이라는 아름다운 시에서 위와 같이 썼다. 이 시에서는 차마 말하기 곤란한 내용이라 어쩔 수 없이 향기로 마음을 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거나 또는 비언어적 표현이 언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난 “말없는 말을 향기로 대신”하는 암시적인 신호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해 주는 편을 선호한다. 사상을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결과가 나와야하는 공학의 세계에 오래 몸담아서 일까? hyacinth_budding 또 다른 꽃가게에 들어가서는 구근식물인 히야신스(hyacinth) 화분을 구입했다(15,000원).(위 사진) 핑크색, 파란색, 보라색, 흰색 등 여러가지 색 중에서 흰색이 가장 마음에 들어 흰색으로 선택. 꽃이 피려면 좀 더 있어야 하는데 가게에서 이미 피어있는 꽃의 냄새를 맡아보니 위의 천리향과 비슷한 향이 났다. 꽃가게를 다녀보니 저마다 특색이 있었다. 손님을 대하는 태도와 눈빛, 선물포장 스타일, 상품 구색, 가격 구성, 꽃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대부분의 꽃가게에서는 히야신스라고 부르는데 가게명에 “런던”이 포함된 한 가게에서는 “하이야신스”라고 불러 가게 주인의 배경을 짐작케 했다. 어떤 가게에서는 히야신스 화분에는 이틀에 한번 스프레이로 뿌려주는 정도로 충분하다고 하고, 다른 가게에서는 일주일에 한번 듬뿍 물을 주라고 한다. flower_from_mom_2013 위의 사진은 어머니에게서 얻어온 이름을 알 수 없는 꽃. 물주는 시기를 약간 놓쳤는지 꽃과 잎사귀가 시들해져서 뒤늦게나마 물을 듬뿍 주었더니 조금씩 생기를 되찾고 있다. 묘하게도 자신이 직접 구입한 꽃에 대해서는 훨씬 더 강한 애착과 관심을 가지게 된다. 구입한 후 곧바로 남에게 선물한 화분도 “잘 크고 있을까?” 종종 궁금해진다. 존재의 사연(story)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인 것일까? 그렇다면 남에게 화분을 선물할 때는 (1) 언제 어디서 어떻게 구입했는지 (2) 꽃의 이름이 무엇인지 (3)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등의 이야기를 함께 곁들인다면 받는 이에게도 더욱 의미있는 선물이 되리라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남에게 화분을 선물받았다면 가끔씩 꽃이 잘 자라고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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