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의 여러 글들을 모아 노만수씨가 편역한 자극적인 제목의 책 “이 개만도 못한 버러지들아” (앨피 간). 과연 정약용이 이런 과격한 표현을 썼을까 의아했는데 실제로는 그가 직접 말한 것이 아니고 그가 쓴 “죽대선생전“이란 제목의 글에서 주인공인 이종화 公(“죽대선생”은 그의 별명이다)이 공의를 굽게 한 관리들을 꾸짖을 때 내뱉은 표현(“汝玆狗子等”)이다. 피비린내 나는 당파 싸움과 관리들의 가렴주구(苛斂誅求)로 얼룩진 조선의 안타까운 현실을 가슴 아파하던 그가 이종화의 입을 빌어 자신의 답답함을 토로한 것인지도 모른다.
편역자인 노만수씨는 다산 정약용을 다음과 같이 특징짓는다:
“조선 후기의 학자이자 정치가, 문장가인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정신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사실주의(realism)’라고 할 수 있다.”
— 정약용 지음, 노만수 엮음, 이 개만도 못한 버러지들아, 앨피, p21
막연한 원리를 되는대로 읊조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과 체계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다산의 철두철미한 연구 자세와 실용적 사고방식이 그의 글 곳곳에 잘 드러나 있음을 이번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몇 권 안 되지만 그동안 읽은 정약용과 관련된 책은 모두 깊은 감명을 주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도 “리더의 책임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대해 배우는 바가 무척 많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