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ote] 김홍섭, 무상을 넘어서

“나는 그간 내 도정(道程)에 있어, 일시는 끌리기도 하고, 애무도 하였던 풀이며 꽃들을 마르고 시든 그대로 언제까지나 꾸리고 다닐 수도 없어서, 이제 분별의 고개 마루턱 아래에 적게 흙을 파고 무덤을 지어주려 하고 있다.”

김홍섭, 무상을 넘어서 (바오로딸 1999), p13

고풍스러운 멋이 묻어나는 글과 깊은 사색이 인상적인 김홍섭 판사(金洪燮, 1915 ~ 1965)의 수필집 <무상을 넘어서>(바오로딸 1999)의 저자 소개는 다음과 같다:

1915년 아주 가난한 가정에서 출생하여 어느 일본 법조인 가정에 사환으로 들어갔다. 피눈물나는 노력과 어깨 너머로 배운 공부를 바탕으로 1940년 조선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뒤 해방 이듬해에는 서울 고등법원 판사를 거쳐 부장판사, 광주고등법원자, 서울고등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화려한 이력에 비해 그의 청렴결백함은 가족들을 힘겹게 했고, 그 자신을 늘 가난한 사람이 되게 했다. 성프란치스코처럼 가난조차 사랑했던 그는 사형수들의 형이요 아버지로서 그들을 마지막까지 동반했으며 소외된 이들의 위로가 되고자 노력했다.

김홍섭, 무상을 넘어서 (바오로딸 1999), 저자 소개 중에서

이 글을 읽으면서, 마이클 카츠, 거숀 슈워츠 지음, 주원규 옮김, <원전에 가장 가까운 탈무드> p12에서 언급하고 있는 랍비 아키바 벤 요셉의 소개글이 연상되었다:

“이 이야기는 구전율법을 최초로 정리하여 ‘미슈나의 아버지’로 불리는 랍비 아키바 벤 요셉(Akiva ben Yosef, 50?-135?)에 관한 것이다. 그는 마흔 살까지 일자무식의 양치기였다. […] 아키바의 비범함을 알아본 칼바 사부아의 딸 라헬이 어느 날 ‘내가 당신과 약혼한다면, 배움의 집에 다니겠어요?”라고 청했다. 결혼 후 아내 라헬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적분에 아키바는 만학의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마이클 카츠, 거숀 슈워츠 지음, 주원규 옮김, <원전에 가장 가까운 탈무드> p12 (옮긴이 주)

그러고 보니 테라오 겐의 자서전 <가자, 어디에도 없던 방법으로>(아르테 2019)에서도 저자 자신은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발뮤다라는 회사를 세우기 전까지, 고등학교 중퇴의 학력으로 10년간 록 뮤지션으로 활동하면서 일본 사회에서 필요한 존대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어려운 한자도 읽지 못했다고 적고 있다.

인생에는 예상치 못한 반전이 종종 일어난다.

“일은 시작할 때보다 끝낼 때가 더 좋다. 마음은 자만할 때보다 참을 때가 더 낫다.”

전도서 7:8 (새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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